JTBC <캠핑클럽>에서 만난 캠핑 이야기
다른 사람의 캠핑을 엿보는 재미
최근 JTBC의 새로운 예능 <캠핑클럽>이 시작됐다. 핑클의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로서, 오랜만에 반가운 네 멤버들을 TV로 볼 수 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는데, 무려 '캠핑'을 떠난다고 하니 무조건 본방 사수다. 덕분에 의외로 TV를 같이 보는 일이 잘 없는 우리 부부는 요즘 일요일 오후 9시가 되면 TV 앞에 나란히 앉는다.
첫 방송 전 '어떤 캠핑장에 갈까?', '어떤 캠핑 용품을 사용할까?',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 등등 그녀들의 캠핑이 내심 궁금했다. 사실 우리의 캠핑만 신경 써도 바쁜 것이 캠핑이다만, 다른 사람들의 캠핑을 엿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매번 캠핑장에 갈 때마다 남편과 산책을 빌미로 다른 사이트들을 기웃기웃 거리 곤 했는데, 이번엔 떳떳하게 TV로 핑클의 캠핑을 엿봐야겠다!
캠핑카를 이용한 캠핑이라서 주로 오토캠핑을 다니는 우리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형태는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닮은 건 그녀들이 엉성한 형태로 캠핑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것처럼 우리도 엉성하게 캠핑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엉성한 순간들을 지나 서서히 캠핑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네 명의 멤버들이 직접 느끼고 만들어가는 캠핑의 정의들에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를 쳤다. 프로그램 속에는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만한 캠핑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연예인인 핑클의 캠핑과 우리의 캠핑이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니, 캠핑의 즐거움에는 아무런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기도 했다.
캠핑은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든다
대망의 캠핑 첫날, 그녀들은 양손 가득 묵직한 짐을 들고 나타났다. 옥 언니는 요리에 필요한 각종 재료들을 빼곡히 챙겼다. 그런데 요리를 하던 중 물이 다 떨어져서 재료 손질을 멈췄고, 가스를 처음 사용해보는 탓에 불을 켜는데도 우왕좌왕했다. 역시 캠핑은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도 열심히 준비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캠핑 가기 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준비물을 가득 챙긴 적이 있다. 타프를 이쁘게 쳐보려고 각도를 공부해가며 만반의 준비를 갖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캠핑 상황에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경우도 많았고, 가늠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는 일들도 있었다.
캠핑은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다. 직접 부딪혀보고 겪어봐야 '이럴 때 이렇게 하면 좋은 거구나' 하는 캠핑의 지혜가 한 겹씩 쌓이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준비가 미흡할 때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고민해보고, 함께 캠핑 중인 남편과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끔 어떻게 조율해갈 것인지도 생각해본다. 캠핑의 변수들이 주는 이런 기회들이야 말로 진짜 인생의 공부가 되기도 한다.
편안하지 않은 캠핑도 낭만이다
다소 좁은 캠핑카에 다닥다닥 누워 잠을 자고, 하나의 화장실에서 네 명이 번갈아가며 화장을 지운다. 게다가 거울이 하나라 변기 옆 휴지걸이에 달린 주먹만한 거울을 보고 세수를 한다. 여자 연예인들도 캠핑 앞에서 어쩔 수 없어지고 마는 웃프고 인간적인 광경이다.
아무리 편안하다고 한들 집만큼 편안한 공간은 없다. 텐트 안에 푹신한 매트를 깔고 따뜻한 이불을 덮어도 내 체취가 묻은 방에서 익숙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만큼의 편안함은 아니다. 내 동선에 딱 맞춰 물건이 놓여있는 화장실과 비교하면 캠핑장의 샤워실과 화장실은 거의 불편함에 가깝다.
그런데 그 마저도 캠핑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라고 하겠다. 굳이 불편함을 느끼면서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캠핑의 매력이 불편함보다도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자연에 어우러지면 되는 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모닥불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자유로운 순간.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평소에 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다.
캠핑은 일상의 특별함을 찾아주는 마법
밖에서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다. 평소에 잘 안 먹는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고,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것들도 새삼 맛있게 느껴진다. 평소랑 별다를 것 없이 남편과 나누는 이야기들도 캠핑장에서는 괜히 새롭게 다가온다.
캠핑도 밥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자는 시간이 되면 자는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캠핑장에서의 그런 보통의 활동들은 바쁜 일상에 힘을 주기도 하고,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사소한 일들에 눈과 귀를 열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캠핑을 다녀오고 나면 옆에 있는 캠핑 짝꿍과도 돈독함 지수가 쑥쑥 상승한다. 이상하고 신기한 캠핑의 마법이다.
캠핑은 자연의 재료들로
감성을 만끽하는 일
'캠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나열하면 누구나 비슷한 장면을 연상할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는 것'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캠핑은 자연의 일부를 잠시 빌려 집을 짓고 밥을 먹고, 온몸의 감각으로 자연의 재료들을 마음껏 구경하는 일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막 시작된 핑클의 캠핑은 아직 두 군데도 채 머무르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그녀들의 캠핑 여정이 기대된다. 어떤 주옥같은 말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찡하게 해 줄까? 일주일 간의 캠핑 속에서 서로가 얼마나 더 끈끈해져 갈까?
<캠핑클럽>은 가만히 그리고 흐뭇하게 그녀들의 캠핑을 지켜보고 싶게끔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캠핑하기 좋은 계절, '어디로 가볼까?' 고민하게 만들고, '나도 한번 떠나볼까?' 하며 시청자들을 캠핑의 세계로 떠민다. 우리 부부도 당분간 매주 일요일 밤마다 다음 캠핑장은 어디로 갈지에 대한 끝없는 수다의 향연이 이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