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겁꾼 Jul 09. 2019

늘 좋을 수만은 없다. 강원도 춘천 캠핑

어딘가 불쾌했던 캠핑의 기록

만족스럽지 못한 캠핑도 우리의 캠핑이다


그간 다시 가라고 해도 흔쾌히 다시 갈만한 캠핑장들을 다녀왔었다. 그러니까, 운이 좋게도 맘에 안 드는 캠핑장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앞으로 다시 가지 않을 캠핑장에 다녀왔다. 캠핑장 시설 컨디션 면에서는 별 다섯 개가 모자랄 만큼 최고였지만, 캠핑장 주인분의 불쾌한 응대로 인해 어딘가 불편한 캠핑을 했다.

모든 것들이 우리 입맛에 맞고, 좋을 수 없다는 건 안다. 힘들고 불편함 마저도 캠핑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춘천 캠핑 역시도 우리의 추억이고 경험이다.




우리는 왜 혼나야 하나요?


춘천에 위치한 황금박쥐캠핑장은 감성 캠핑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캠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캠핑장이다. 카페가 캠핑장 옆에 같이 붙어있고, 무려 생맥주도 판매한다고 하니 가기 전부터 설렘과 기대가 컸다.


https://cafe.naver.com/batmancamp.cafe


실제로 캠핑장은 캠퍼들을 배려하는 디테일함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깔끔한 화장실이며, 편리한 개수대까지 시설면에서는 정말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었다. 청결에 유난히 예민한 사람들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의 불쾌함은 캠핑장 입장과 동시에 시작됐다. 사무실에서 체크인을 하고 입장하라는 공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우리는 공터에 주차를 먼저 하고 체크인을 하러 사무실을 찾았는데, "공지 제대로 안 읽으셨나 봐요?" 하고 대뜸 시비를 걸어오는 듯한 사장님의 말투에 당황했다.



캠핑 주의 사항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셔서 가만히 듣고 있는데, 우리가 중간중간 "네" 하고 대답을 안 했다는 이유로 사장님은 설명하다 말고 우리를 빤히 올려다보셨다. (마치 '선생님이 설명하는데 왜 대답 안 해?' 식의 표정으로ㅎㅎ) 그래서 일단 대답을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왜 이렇게 혼이 나야 하지? 의문스러워질 지경이었다.



물론 우리가 사전에 공지사항을 여러 번 정독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암기가 가능했더라면 완벽했을 테지만, 급하게 평일 캠핑을 결정하고 자리가 남아있는 걸 보고는 후다닥 예약을 해버린 터라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숙지가 덜 됐던 건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의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룰을 지키지 않은 건 맞으니까. 그런데 체크인 안 하고 주차를 해버린 게, 공지 사항 설명해주시는데 대답 안 한 게 그렇게 치명적인 실수인지, 또 이용객 입장에서 민망해질 만큼 면박을 받을 일인가 싶었다.(결과적으로는 올바른 자리에 주차를 잘했다....)



그렇게 무례해도 되는건가요?


사장님께 생맥주는 어디서 살 수 있냐고 여쭤봤다. 평일이라 안 하신다고 했다. 하루 종일 기계를 돌려놓을 수가 없다고. 생맥주 마시려고 맥주도 안 들고 왔는데 설렘과 기대가 와장창 날아간 순간이다.



급한 대로 매점에서 맥주를 사서 드링킹 하고 집을 지었다. 사이트가 좁은 것이 원인인지, 우리가 잘 못한 것이 원인인지 이 날 따라 타프도 잘 안쳐져서 최고로 못생긴 집을 지었다.

심지어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의 경우 전기가 멀리 있어서 30m 이상의 릴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가진건 최대 15m라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릴선을 빌려주셨다.


도움받은 게 괜스레 민망하고 감사해서 "사장님 사이트마다 전기 위치가 조금씩 다른가 봐요~?" 하고 스몰 토킹을 시도해봤더니, "공지사항에 써놨는데"라는 무미건조한 대답이 돌아왔다.


!!!!!!!!


분노가 솟구쳤다. 우리가 제대로 공지 안 읽은 거 알고, 그래요 정말 대역죄인입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공지 제대로 못 읽으셨구나 허허~ 사이트마다 조금씩 달라요~"라고 대답을 들었더라면, 나는 빛의 속도로 "죄송해요 사장님!" 하고 사과했을 것이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주인 입장에서는 앵무새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니까 일일이 설명하는 게 힘들어서 공지를 안 읽고 오는 캠퍼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용객이 궁금한 걸 중복해서 물어보더라도 일종의 사업주로서 대답해줘야 할 의무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주인과 이용객 사이를 떠나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 다소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해온다는 게 내 상식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경험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


우리는 여러모로 기분이 상한 상태로 캠핑을 시작했다. 궁금한 게 있어도 사장님 눈치를 보느라 물어보지 못했고, 분리수거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조차도 눈치를 봤다.

그래도 싸들고 온 고기를 굽고, 매점에서 급히 산 맥주도 마시며 기분을 풀었다. 캠핑장 오는 길에 직거래로 구입한 텐트를 펼쳐보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평일캠을 즐기는 캠퍼는 열외(?)에 속해버리는 이곳 캠핑장에 다시 오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추가로 이 곳 캠핑장은 유난히 벌레가 많은 느낌이었는데, 세상에서 벌레를 제일 무서워하는 나에게는 다소 힘든 환경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캠핑장이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캠핑장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듯,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결국 캠핑도 다 경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캠핑도 템빨! 캠퍼 부부가 뽑은 캠핑용품 BEST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