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우리의 육아일기
사실은 육아를 주제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나의 정체성을 '엄마'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건 내 삶이 육아에 잠식당하는 느낌 같아서 어쩐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만 검색해도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육아 정보와 훌륭한 콘텐츠들 사이에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만의 육아일기를 쓰는 게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기를 낳기 전, 나는 뭣도 모르고 나의 육아는 그리고 우리 아이는 남들과 차별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처럼 좋은 성적을 받느라 퍽퍽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누가 쫓아올세라 서둘러 취업을 하고, 주변 오지랖을 못 이겨 결혼에 조바심 내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했다. 유년시절부터 '남들처럼'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개성 없이 클 것만 같았고,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지극히 평범한 자신의 인생을 따분해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나인데...
아기를 낳고 나니 차별화는커녕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남들이 걸어가는 육아의 길을 복사+붙여 넣기 하듯 따라가고 있었다. 동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빌은 하루에도 수차례 돌아갔고, 색색깔의 튤립도 수시로 열심히 흔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아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모빌을 구경했고, 울다가도 튤립만 흔들면 울음을 그쳤다. 아이를 위한 건지 내 몸과 마음이 편해지려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국민템'이라고 칭하는 육아 용품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며(정확하게는 물려받으며)결국 나는 세상에서 가장 흔한 보통의 육아에 합류하고 말았다.
육아는 실로 실전이었다. 책에서 본 '이렇게 먹이고 이렇게 재우세요'의 매뉴얼 같은 건 나의 육아에 적용되지 않았고, 수도 없는 변수들 속에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지 발 동동 구르며 맘카페를 들락날락거리기 일수였으며, 그 어떤 지식 보다도 이맘때는 원래 그렇다는 말 한마디에 안도하기 바빴다.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육아를 하기에 나는 아무런 지식도 요령도 없는 초보 엄마일 뿐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들 키우는 만큼만 해보자는 목표는 전쟁 같은 하루를 버텨내는 자기 위안과도 같았다. 때로는 남들 하는 만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져 좌절하는 날들도 있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육아의 현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가장 흔한 육아'를 지향하게 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어떤 글들처럼 특별함 없는 육아일기를 한 번 적어보자고 결심했다.
나처럼 우왕좌왕하는 육아에 갈 곳 잃은 누군가가 우연히 이곳에 들러 위로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중에 '내 아이도 나도 이렇게 성장했구나'하며 시간을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서투름과 고군분투하는 나의 그리고 우리의 육아를 글로 담아내 보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육아가 별반 다르지 않은 건, 아이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나주길 바라는 마음이 모두 똑같아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