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봄날, 엄마로부터
아마 10년쯤 지나면 엄마가 쓴 글을 읽을 줄 알게 될 거고, 20년쯤 지나면 이 글에 담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까? 너의 첫 생일날, 너에게 처음으로, 네가 언제 읽을지도 모를 편지를 적어볼까 해.
2020년 5월의 첫날, 그날의 공기와 피부에 닿던 온도조차 아직 생생한데 그게 벌써 1년 전이라니, 네가 태어난 지 1년이나 되었다니. 팔불출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너는 태어나자마자 정말 예뻤어. 엄마 아빠는 조리원에서 널 보며 신생아가 이렇게 잘생겨도 되는 거냐며, 매일 외모에 감탄했단다.
지난 1년 동안 너는 키가 28cm나 자랐고, 몸무게는 8kg가 늘어났지. 그렇게 네가 자라나던 1년의 나날들은 시간을 빨리 감기 한 것처럼 후루룩 지나간 것 같아. 네 덕에 잠 못 자고 피곤한 날들이 참 길었던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시간이 지나니 힘듦은 희미해져가나 봐. (지금은 안 힘들다는 얘기가 아냐....)
하루가 다르게 크고, 이쁜 짓도 애교도 점점 느는 네가 요즘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그저 엄마라는 이유로 나를 보며 세상 해맑게 웃어주는 네 모습에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어쩌면 내가 네게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훨씬 더 크고 깊은 것 같아.
세상 사람들이 아이를 키워보지 않으면 모르는 행복이 있다고 했는데, 아마 이런 걸 두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밤이 되면 내 옆에서 잠들어 아침이 되면 내 옆에서 눈 뜨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고, 그 평범한 매일에 감사해. (사실 너 재우고 엄마 아빠는 옆 방에서 영화를 보는데, 안 깨고 푹 자주면 더 고맙겠어.)
엄마는 철없고 미숙한 인간이라 부모가 돼서 누군가를 낳고 기를 수 있을 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거든. 여태껏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 ‘나’를 잠시 접어두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가 않았어.
엄마가 되기까지 연습이 필요했고, 이제야 조금은 너의 엄마로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진 것 같아. 아직도 초보 엄마로서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줘.
엄마는 너를 나에게 속한 자녀이기에 앞서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존중할 것을 약속해. 네가 어떤 인생을 걷게 되든, 스스로 선택하고 강단 있게 걸어 나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넘어져도 좋고 실패해도 좋으니,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 나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
편지를 읽고 있을 그때, 너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엄마와 아빠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고 있을까? 우리 가족의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엄마 뱃속에서 10개월,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1년 동안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앞으로 우리 더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함께하자. 시호야, 정말 많이 사랑해!
또똣한 5월의 봄날,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