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 공장장의 고민과 애환
애를 키워보니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기가 잘 먹는 것, 잘 자는 것, 잘 싸는 것 모두 양육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특히 영유아기 시절의 먹고 자고 싸고는 상당히 유기적인 행위들이라서 어떻게 먹이느냐, 어떻게 재우느냐에 따라 육아의 난이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무엇을 먹일 것인가, 어떻게 먹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정말 어렵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까, 분유를 먹일까 하는 최초의 고민을 시작으로 기나긴 이유식의 시기를 거쳐 유아식에 도달하기까지 고민의 종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아기의 첫 맘마인 이유식은 보통 4~6개월 사이에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 시기를 결정하는 건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그래서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려면 느지막이 6개월 막바지에 시작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 굉장한 분유 러버였기 때문에 하루에 분유를 1,000ml 이상 먹는 날이 허다했다. 이유식을 먹으면 분유를 덜 먹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이유식에 괜한 조바심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우리 아이는 제법 통통한 베이비인지라 몸의 면적(?)이 넓으면 영양분도 더 필요할 것만 같았다. 왠지 빨리 고기를 먹여야 할 것만 같았고, 어차피 맞는 매 빨리 맞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서 결국 5개월 차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 시작에 앞서 만들어 먹일 것인가 사서 먹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나의 경우, 단순히 사 먹는 이유식이 비싸다는 이야기만 듣고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재료를 이것저것 사들였더니 주방 살림이 한가득 늘었다. 그래서 이유식 준비물을 제2의 혼수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쌀미음을 시작으로 채소를 한 가지씩 추가해나가는 초기 이유식은 쌀가루를 물에 풀어서 끓이면 끝인 간단한 과정이라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 시기의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하는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과, 이유식에 적응 못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일, 그리고 내가 만든 음식이 고대로 쓰레기통에 직행하는 일 정도였다.
한두 달가량 이유식을 먹여보니 우리 아이의 경우 새로운 음식에 매우 신중한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중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는 쌀가루 배합과 물 양을 달리하며 입자와 농도를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아이가 잘 먹는 최적의 상태을 찾아내야만 했다. 또, 아이가 잠이 오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잘 먹지 않았기 때문에 최적의 맘마 타이밍도 찾아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여 아이가 좋아할법한 맘마와 환경을 만들어낸 끝에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이유식을 굉장히 잘 먹었고, 살이 포동포동 붙어갔으며, 그런 아이를 보면서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후기 이유식부터는 아이도 어른처럼 삼시 세 끼를 먹기 시작했다. 3일 간격으로, 이른 아침마다 맘마 공장을 가동해 부지런히 밥솥으로 이유식을 만들었다. 이때 깨달은 한 가지는, 맘마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넙죽넙죽 잘 받아먹던 아이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식탁 의자를 탈출하기 시작했고, 좀처럼 가만히 앉아서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나도 ‘한 입만 더 먹어다오’하면서 애를 쫓아다니며 밥 먹이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그걸 하루 세 번 반복하는 건 생각보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사전에 식단표를 짜서 계획대로 이유식을 만드는 걸 선호했는데, 세끼를 다르게 식단을 짜려니 그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덧 이유식 짬밥 6개월 차에 접어들며 후기 이유식의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을 무렵, 특식이랍시고 새로운 메뉴를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아이는 새로운 음식에 의심이 많고 신중한 탓인지 보통의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주먹밥도, 김에 밥을 넣은 김밥도, 국에 말아준 밥도 잘 먹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한동안은 이유식을 만들 여유가 없어 시판 이유식을 처음 주문해봤다. 새로운 음식이라 당연히 거부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과 달리 아이가 굉장히 잘 받아먹는 것이다. 더 이상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주기만 하면 되니 너무 간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아이는 음식을 뱉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나요 지 맘에 안 들면 음식을 뱉는 못된 버릇이 생긴 게… 시판 이유식에 기대 보고자 했던 얄팍한 꾀(?)는 철저히 거부당했고, 나는 반강제적으로 다시 공장을 가동해야 했다.
현재 15개월 차인 아이는 주로 덮밥, 볶음밥, 국에 말아주는 국밥 등 한 그릇 식사 위주로 밥을 먹고 있다. 아이는 된밥보다 진밥을 선호하는 편이고, 건더기가 크면 씹으려고 하지 않으며,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한 입 먹어보고는 곧바로 뱉는다. 요즘은 그래서 매 끼니 아이에게 평가받는 기분으로 맘마를 대령한다.
이맘때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면 식판에 밥, 반찬, 국을 조화롭고 예쁘게 담아 먹던데, 우리 아이는 밥과 반찬을 개별로 담아주면 먹지를 않아서 일찍이 장만해둔 식판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모든 밥을 죄다 거부하고 뱉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해서 한동안은 흰쌀로 끓인 죽만 유일하게 먹었다. 이유식으로의 퇴행을 겪다가 지금은 다행히 잘 먹고 있으나, 아마 윗니 4개가 동시에 나오느라 이앓이를 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이마다 개성도 다르고,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걸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원하는 방식에 맞춰 밥을 먹이는데, 가끔은 왜 앉아서 먹지를 않니, 뭐가 맘에 안 들어서 뱉어버리는 거니 등등 울화통이 터지고 속이 타들어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뭘 만들어줄까?’, ‘어떻게 만들어야 뱉지 않고 먹을까?’를 계속해서 고민한다. 아이가 잘 먹고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맘마 공장장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행복이기 때문에 그 고민은 당연한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겪어가며 아기에게 맞춤형 맘마를 만들고 먹이는 일련의 과정들은 엄마의 땀과 눈물로 빚어낸 과학임이 분명하다.
한 끼 때우면 다음 한 끼를 고민하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만 같다. 엄마가 된 지 갓 2년 차, 초보 맘마 공장장으로서 나는 아직 갈 길이 한참이나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