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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겁꾼 Jun 03. 2019

가끔은 우리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동반 캠핑에 대한 로망과 망상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결혼을 하고 남편과 나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연애 시절보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빈도수가 늘어나면서 무엇을 먹든, 어디를 가든 대부분 붙어 지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삶의 교점이 커지고, 알게 모르게 취향이나 관심사도 비슷해져 간다.


부부가 되고부터 더 찐~한 연애를 하는 느낌적인 느낌


특히 우리는 서로의 유일한 캠핑 친구다. 항상 2인 1조로 캠핑을 다니기 때문에 캠핑에 관한 모든 것은 둘이서 상의하고 결정한다. 그런 우리가 둘이서만 캠핑을 즐기게 된 건 자의에 의함인지, 타의에 의함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둘이 노는 것도 충분히 즐거워서 굳이 동반 캠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에 캠핑을 즐기는 지인들이 아무도 없다. 우리 부부가 같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도 캠핑을 추진해봤지만 결국 못 갔다. 내 친구 혹은 남편의 친구들과 같이 가려고 해 봤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겠나, 결국 우리 둘만 남았다.



둘이라서 가능한 캠핑이 있다


가끔 캠핑장 주변을 돌아보면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진땀 빼는 부부들이 더러 보인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조용히 음악 들으며 누워있는 우리의 잉여로운 모습을 번갈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아이가 생기면 지금의 생활과 180도 달라진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그것은 캠핑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의 캠핑에 아이가 더해지면 우리의 캠핑은 지금과 다른 형태, 다른 색깔로 변해갈 것이라는 현실감이 문득 다가온다.


어떤 형태의 캠핑이든 나름의 매력이 있을 테지만, 아이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서로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평화롭고 잉여로운 2인 캠핑은 신혼의 특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컵도 두 개면 충분한 우리의 캠핑



사실 우리는 열려있어요


둘의 시간을 각별하게 즐기고 있는 우리도 사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와 취미(아마도 캠핑과 닌텐도...?)를 함께 할 친구들이 나타난다면 어서 오시라고 레드카펫을 깔아드릴지도 모르겠다.


소싯적 우리의 작은 바람은 닌텐도 스위치 ‘마리오파티’ 게임을 네 명이서 격하게 즐겨보는 것이었다.


인터넷 캠핑 카페를 뒤적이다 보면 동행을 구하는 글이 많이 보인다. 그러다 문득 '이참에 우리도 캠핑 친구를 만들어 볼까?' 고민도 해본다. 동행이 생긴다면 캠핑 용품도 분담해서 가져갈 수 있겠지, 그리고 얼음 왕창 넣은 아이스박스에 맥주 한 가득 채워서 마실 수 있겠지(지금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둘이 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다...) 등등 흐뭇한 망상도 이것저것 해보게 된다.


둘이서만 즐겨왔던 캠핑에 맘 맞고 뜻 맞는 누군가가 함께하는 동반 캠핑이 더해지면 어떤 느낌일지 새삼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바로 이것, 나의 캠핑 로망 |출처: flicker (@denisemattox)


어른이 되고부터, 아니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부터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몇 배는 어렵게 느껴진다. 흔히 학창 시절의 친구가 평생을 간다고 이야기하는데, 어쩌면 아무 계산 없이 순수하게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능력치가 가장 높은 시기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30대에 접어들고 나서는 특히나 편안함에 기대어 익숙한 사람들과만 교류하고, 복잡한 계산이 싫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친구'를 만든다는 건 초보 캠퍼인 우리가 도전해볼 수 있는 하나의 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저희랑 같이 캠핑 가실 분?!' 하고 맘 맞는 친구를 찾아 나서는일. 또, 어느 날 양 손에 음식을 싸들고 용감하게 옆집 텐트 문을 두드려 보는 일. 앞으로 캠핑 라이프를 즐기며 한 번쯤 꿈꿔보는, 그리고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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