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 소리를 찾아서; 타닥타닥

by 무기명

회사에서 건강검진받을 사람은 신청하라고 메일 하나를 툭 보냈다. 내시경이나 피를 뽑는 거창한 검사가 아닌 비만, 우울증, 생활 건강 관련 간단한 검사인 듯했다. 근무시간에 검사를 하고 내 건강 현황 알고자 하는 거니 이거 뭐 안 할 필요가 없지 않나. 바로 신청하겠다는 회신을 보냈고 사전 작성지를 프린트했다. 6-8장, 늘 그렇듯 5가지의 답변 범위로 이뤄져 있고 ‘매우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다’ 극과 극의 척도로 구성된 설문지였다. 매번 이런 문항을 마주할 때면 학교 다닐 때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그 마킹하는 순간 집중력은 스스로 봐도 몰입 상태다. 되도록 오래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기에 3초 안에 선택하려 한다. 어렸을 땐 생활 습관, 식습관 등 건강에 관련된 문항에는 건강하다란 답이 담긴 ‘매우 그렇다’ 답변에 몰빵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진 변함없었는데 이제는 양심상 몰빵은 어렵다. ‘매우 그렇다’보단 ‘그렇다’와 ‘보통이다’란 답변이 여럿 생겼다. 문항에 답하는 도중 이런 상황에 대해 인지를 하게 된 건 바로 하나의 질문 때문인데...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앉아있거나 누워있습니까?” 그러게 얼마나 그럴까. 8시 반부터 6시까지 일하니까 한 8시간 앉아있다치고 지하철 타고 왔다 갔다 2시간 정도 집 가면 뻗어야 하니 2시간…? 아니 이 정도면 서있는 시간 세는 게 더 빠르겠다. 이렇게 시간 고민할 때 타닥타닥 움직이는 헛손가락질 아래 키보드가 보인다. 이 키보드 때문에 앉아 있는 걸까? PPT에 공백을 채우는 저 키보드는 일이란 걸 하고 있는 내 진행 상태를 현저히 보여주고 있고, 핸드폰에 있는 이 키보드는 누군가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 뇌가 결재를 올리면 손가락이 반려하거나 결재 승인. 엔터를 누를 것인가 뒤로가기 버튼을 누를 것인가. 리셋과 마찬가지인 홈버튼을 누를 텐가. 내 손가락이 어디 갈지 이미 뇌는 알고 있지만, 즉 답정뇌지만. 은근히 녹아있는 본성의 이끌림을 눈으로 지켜본다. 여하튼. 일할 때도 앞에는 키보드가 있고 주머니엔 본모습을 숨기고 있는 키보드를 우린 항상 갖고 다닌다. 손가락으로 일하는 나. 키보드로 대화하는 우리. 대화는 눈에 보이는 게 되었고 묵독에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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