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칭은 풀어주는 운동이다. 굳어있는 몸을. 또 마음의 긴장 상태를. 추운 겨울, 축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스트레칭에 진심을 담는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선수마냥 트랙을 가볍게 뛰고 요상한 자세로 고관절을 풀어주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휘황찬란한 스텝을 밟는다. 이럴 땐 경기 시작 전인데도 전반전을 뛴듯한 땀이 난다. 이거 힘들어서 뛸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막상 경기를 뛰면 젓가락 같던 내가 미꾸라지처럼 유연해졌음이 체감된다.
뭐든지 과하면 안 된다. 한 번은 종아리 근육이 뭉치는 걸 미리 방지하고자 점프하고 이리저리 뛰고 난리를 부린 적이 있다. 그때 허벅지와 골반 사이 근육에서 뚜둑 소리가 나더라. 경기 시작 전 부상이라니. 경기는 시작됐고 난 사타구니를 잡으며 패스를 했고, 슛하고 세르머니대신 아파했다. 상대편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내가 공 잡을 때마다 사타구니에 손이 가있었으니…
이젠 몸의 스트레칭은 마음의 긴장이 풀릴 때까지만 한다. 매번 차는 공인데도 매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친구와 나란히 스트레칭하면서 말한다. “걍 재밌게 차고 다치지만 맙시다.” 이렇게 긴장을 푼 채 축구를 한 경기가 유독 재밌었고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 (여기서 결과가 좋았단 건 팀의 승리가 아니라 스트라이커인 내가 골을 넣었냐 도움이 되었냐의 관점이다;;)
운동할 때만 스트레칭을 하진 않는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칭만큼 개운한 건 없다. 종일 거북목으로 모니터를 보고 다리는 낮은 책상 아래 굽혀져 있다. 구겨진 이면지처럼 꾸깃꾸깃 접혀져 있다. 팀장님이 자리를 비우실 때 이면지를 다리미 피듯 쫘악 펼친다. 소리는 과하게 지르진 않지만 마스크 속에서 몰래 하품하는 고도화된 스킬을 반영해 낮은 데시벨의 괴성을 지르며 팔과 어깨를 쭉 편다. 개운하다 개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