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평일엔 빨간 날이 없다. 2월뿐일까? 4월, 7월, 11월까지?!? 일 년의 3분의 1이 휴일 없는 달이라니. 그런 야박한 달에는 보란 듯이 연차와 휴가를 몰아 쓰고 싶어진다. 자체적인 빨간 날 양성 프로젝트. 근데 2월엔 이미 실패다. 아직 2월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업무 스케줄은 빡빡하다. 광고주들은 1월에 총알이 들어오니까... 대행사의 눈물을 모은 폭풍은 1~2월에 몰아친다. 연초의 설렌 감정은 1월 1일까지. 휴가 계획은 하반기에. 연차는 시기상조. 이러다 작년처럼 내 보상연차들 쓰지도 못하려나. 예전엔 보상연차 남으면 다 돈으로 돌려줬는데 이젠 50% 떼고… 뭐 이것저것 조항을 규정해서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한다. 보상 없는 보상연차가 되어버렸다.
경쟁PT가 끝났다. 새로운 PT가 곧 올 거는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 척한다. 눈은 모니터를 보고 있지만 옆에서 오가는 새로운 경쟁PT이야기. 괜스레 공백의 내용을 담은 타자기 소리를 타닥타닥 내본다. 펀치기계를 칠 순 없으니까 타자기라도 쳐야지. 하루 전에 PT 끝났는데 아직 기획팀과의 회식 날짜도 잡지 못했는데 촬영 후 더 바빠지기 전에 짧게라도 연차 정도는 쓰고 싶었는데 광고주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 기획팀은 독촉한다. 우리 제작팀은 오늘도 쫓기도 있다. 이러다 꿈까지 따라오는 거 아닐까. 적어도 꿈에서만큼은 회사 동료와 마주치지 말자. 잠잘 땐 일 생각 따윈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꿀잠이지.
2월 10일. 동아리 선배들의 합동 청첩장 전달식이 있는 날이다. 동기뿐만 아니라 선후배들이 모이는 자리일 텐데 역시나 못 간다. 원래 6일 촬영이었던 게 광고주의 일정으로 인해 10일로 연기되었다. 하필 10일로? 다른 약속들 못 들어오게 타이틀 방어전 치르듯 다 쳐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촬영이?!? 타이밍도 기가 막힌다. 타임테이블보니까 그래도 밤새 찍는 촬영은 아니던데… 저녁 9시 반에 끝난다던데 촬영지는 파주. 집에 오면 11시. 청첩장 모임 참여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자. 이런 내 아쉬운 마음이 선배들에게 닿기를. 그거면 된다.
요즘 들어 여행 가고 싶다란 말을 자주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팀원들도 친구들도. 단톡방엔 2월 말 어떻냐는 질문과 텅장이라 못 간다는 친구의 답변. 3월 둘째 주는 어떻냐는 Q엔 예정된 모임이 있다는 A. 5월 5일 어린이날 끼고 가면 어떻냐는 물음엔 묵묵부답. 5월 약속을 지금 잡는다고? 그렇게 우린 답도 없는 질문만 던지며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역시 여행은 즉흥이겠지. 빨간 날 없는 4월에 보란 듯이 연차를 연달아 써야겠다. 쉬면서 살아야지. 회사 없이도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