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커피는 안녕이 되었다. 새로운 만남을 갖는 소개팅의 어색함을 풀어주는 ‘안녕하세요'. 어쩌다 길거리에서 만난 동창에게 반가운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말 ‘시간 되면 커피 한 잔?’이란 안녕. 주말엔 다가올 회의의 안녕을 위해 초집중을 펼쳐주는 각성제. 커피가 있는 곳은 목적이 있기도 했고 때론 목적 없는 멍 때리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뜨거운 커피를 따듯해질 때까지 기다리다 향을 맡고 한 입 마시고. 맥주처럼 마시자마자 0.5초 만에 탄산에 치이는 리액션은 하지 않는다. 커피 광고처럼 두 눈을 지긋이 감지 않는다. 아무 생각 하지 않는다. 그땐 커피를 마신다는 목적만 내게 있는 순간이다. 그 여유로운 순간의 다른 이름은 멍 때리기다.
카페가 넘쳐난다고 한다. 작디작은 대한민국 땅인데도, 공간은 한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카페를 알리는 핫플 소개 계정은 바쁘다. 메가커피 옆에 컴포즈커피 옆에 이디야 옆에 스타벅스. 이미 편의점 개수를 뛰어넘었을까? 카페가 들어오기 전 어떤 가게가 있었을까. 피아노학원? 보컬학원? 바둑학원? 카페 탐방도 취미가 될 수 있겠지만 수많은 카페가 다른 취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지 않나 예단한다. 힙한 카페 사장님의 전 직업을 물어보라. 누구는 작가, 래퍼지망생, 유튜버. 왜 그들은 재능을 카페에 쏟고 있나. 왜 사람들은 바리스타가 또는 사장님이 되고 싶어 할까. 커피 소비 양태는 우리 사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고 있을까.
공간으로서 커피의 존재감은 어마하다. 친구들이랑 점심을 각자 먹고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치자. 어디를 갈까. 낮부터 술을 달릴 수도 없다. 근처에 놀이터는 황폐하다. 공원은 멀리 있다. 없다 갈 곳이. 만만한 곳은 카페다. 사람들이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대형카페에서 조용조용 대화를 할 수도 있고 개인 카페나 저가 커피 매장에서 큰 음악소리를 BGM 삼아 하하호호 얘기할 수도 있다. 날씨가 좋으면 테이크아웃해서 산책로로 간다. 얼음을 찰랑이며 눅눅해진 컵홀더와 함께 걷는다. 이처럼 커피나 마실 것 없이 누군가를 독대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색하다. 두 명의 사람 사이엔 커피가 있는 그림이 친숙하다.
현대인의 커피에 대한 의존도도 무시 못 한다. 월요일 아침엔 피곤하니 커피 한잔하자는 동기. 점심 먹고 무거워진 눈꺼풀은 커피로 덜어내자는 팀원. 야근할 때 다시 리프레쉬 하기 위해서는 커피가 있어야 한다는 팀장님. 커피는 비타500, 총명탕도 해결해 주지 못한 걸 채워준다. 카페인은 현대인에겐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능을 지니고 있는듯하다. 이러다 박카스도 커피 맛이 나오거나 링겔도 커피 맛이 따로 나오려나? 커피가 지배한 사회가 오지 않길 바란다. 피곤함을 잊은 사회사 오길 기다릴 뿐... 일단 우리 회사부터 피곤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으면 좋겠다. 회사에게 인간은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