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자체를 브랜드로 본다면, 국수만큼 천재적인 브랜딩을 한 음식이 있을까 싶다. 국수하면 연상되는 건 장수의 이미지. 대부분 사람의 염원이자 우리가 어릴 때 늘 할머니 할아버지께 입이 닳도록 전한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정겹기도 부럽기도 한 장수라는 브랜드 연상 이미지를 국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다. 그것도 기원전 100년 전부터. 국수가 장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한 썰에 의하면 중국 한무제 생일날 기점부터라고 한다. 본인 생일상에 올라온 국수를 보고 실망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고 하던데 그때 동방삭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요순시대 팽조는 800세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이는 면장수장, 즉 얼굴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폐하의 생일잔치에 나온 국수의 긴 모양에 비하면 팽조는 비교도 안 될 듯합니다. 그러니 어찌 기쁘고 뜻깊지 아니하겠습니까?” 국수는 그렇게 한 사람의 임기응변으로 2023년까지 장수 음식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물론 위와 같은 썰로만 어마무시한 타이틀을 쟁취할 순 없었을 테다. 시대적인 타이밍이 잘 맞기도 해야 한다. 예전에는 밀가루가 희소성이 있는 재료였다. 고양이 똥으로 만든 커피도 엄청난 희소성으로 부의 상징이 되었듯 국수는 재료의 희소성으로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곤 했다. 실제 ‘고려도경’에서도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에서 들여와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 10여 가지 식미 중 면식을 으뜸으로 삼는다.”고 적혀있다. 기원전 100년 전엔 하나의 썰로 장수 이미지를 선취했고 대략 고려시대 때 희소성으로 국수의 가치를 높였다. 선대가 국수를 대하는 관점과 태도는 일종의 식문화가 되어 후대에 전해졌고 인스턴트 국수가 판치는 세상에도 불구하고 국수는 아직도 장수라는 연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국수에는 결혼을 암시하는 의미도 있다. “언제쯤 국수를 먹을 수 있나?” 이게 언제쯤 결혼할 거냐는 의미라는데 아직 결혼 적령기가 아니라 그런지 좀 의아했다. 왜 국수가 결혼이랑 연관성이 있지? 실제로 아직까지 이런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른들은 자주 쓰고 있는 표현인 것 같다. 예전 결혼식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르기도 하고 결혼식 뷔페 세대인 지금 나에게 국수의 위상은 손이 많이 가는 부록같은 음식이 되었다. 결혼 생활이 오래가라는 의미의 국수는 1차적 의미인 장수에서 파생된 만큼 결혼이라는 연상 이미지는 비교적 덜한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이 이미 여럿 있다면, 언젠간 국수가 결혼을 연상시킨다는 건 식문화 역사의 뒤안길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국수. 뭔가 면보다는 좀 더 인스턴트답지 않아 보인다. 회사 점심으로 비빔국수 먹을러 갈 거냐는 말과 비빔면 먹겠느냐는 건 질적인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국수는 요리 느낌이라면 면은 조리로 사용되는 게 많아서 그런가 추측해본다. 국수는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다양한 갈래로 펼쳐지기도 하고 국수의 지름의 길이에 따라 우동이 되기도 쫄면이 되기도 한다. 굵기에 따른 식감과 양념의 조화가 잘 어울려진 음식들이 지금의 콩국수, 메밀국수, 비빔국수가 되었다. 그에 반해 면은 갈래가 넓진 않다. 건면이 있긴 하지만 면 자체의 다양성은 국수보다 현저히 좁다. 단출한 옵션이 있는 면이라 아직 라면의 프리미엄화는 일종의 가면 밖에 안 되겠다는 판단이다. 국수는 장수의 이미지이고 면은 단명의 이미지라니. 밀가루로 만들었지만, 브랜딩의 결과로 연상 이미지의 극명한 차이를 빚어낸 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