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과 광고 사이

by 무기명

예능의 흔한 선물 교환식 장면은 이렇다. 시크한 태도와 호응을 바라는 뉘앙스가 담긴 표정으로 준비한 선물을 꺼내는 그녀. 카메라는 잠시 정지. 유명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가 쨍하게 있는 쇼핑백. 온 세상의 주황색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버렸듯 저절로 ‘에르메스...?’란 생각이 든다. 마치 급행 지하철이 무정차 지역을 지나가듯 스쳐간다. 선물을 받은 당사자의 놀란 리액션. 그렇지만 뜯어보면 명품과는 거리가 먼 물건이 나와 웃는 게스트들의 모습으로 화면 전환되며 마무리. 이런 선물 교환식의 장면은 이미 클리셰가 되었다. 하지만 공포영화에 귀신이 나오면 매번 놀라는 것처럼 매번 유명 브랜드 쇼핑백이 나오면 반짝이는 놀라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선물 포장에 진심인 적은 없다. 있어빌리티 한 포장지를 고르는 게 어렵기도 했고 선물과 별개로 또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이 투머치라고 생각했다. 알맞은 비유는 아니겠지만,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2~3가지 사고 비닐봉지까지 또 구매 안 하지 않나. 솔직히 사도 되는데... 100원, 200원 지갑에 쟁여 놓았는데… 환경도 보호할 겸이라는 세상 합리적인 포장으로 대신한다. 다이소뿐만 아니라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키오스크에 새로운 목록이 추가되어야 한다. ‘두 팔로 포장’ 이름 아래 일회용 포장의 가격만큼 할인해 줘야 한다. 이러면 할인도 받고 환경도 보호하고 얼마나 좋을까. 꽤 괜찮을 거 같은데 환경부에 건의해 볼까나...?


포장의 다른 의미가 있다. 마무리 또는 수습. ‘그럴듯하게 포장되었다’란 말도 일할 때 꽤 자주 쓰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광고는 브랜드를 잘 포장해 놓은 거라 볼 수 있다. 때로는 누구보다 눈에 띄는 색과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첫인상을 뇌리에 박히게 한다거나, 때론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돋보이게 하는 포장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저 속에 있는 게 무엇일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포장이 낼 수 있는 영향력은 누군가는 3개월까지라곤 한다. 선물의 본질이 결국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제품의 퀄리티나 브랜드로서 얻는 효능감이 중요하니까. 역시 소비자의 인지영역에 꾸준히 잔존해 있으려면 제품과 브랜드 자체가 탄탄해야 한다. 광고는 최대한의 기지를 발휘해 포장의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열심히 포장하다 퇴근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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