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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Jun 15. 2023

음악 뭐 좋아하세요?

음악은 취향이 가득 담겨있다.

사람의 취향부터 시대의 취향까지.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아직은 낯선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을 때 하기 좋은 질문이다. 반면 “취미가 뭐예요?”란 말은 매번 답하기가 난해하다. 취미가 평생 한결같은 사람은 드물기 때문인데 어제 새로운 취미가 생겼을 수도 있고, 근래 흥미를 잃어가는 항목일 수 있다. 애매한 애정이 담긴 취미를 누군가에게 오픈한 순간 내 이미지는 곧 그 취미에 맞춰진다. 테니스라 답한 그는 ‘활발하면서 요즘 트렌드를 따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축구하는 걸 좋아한다면 ‘체력이 좋고 부지런할 것 같은 느낌’ 아님 축구 보는 거? ‘MBTI I 성향의 게임 좋아할 것 같은’ 뭐랄까... 편견 같은 선입견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음악은 어떤가. 어느 정도 취미보다는 경계선이 명확하다. 취미보단 신뢰성이 뚜렷하다. 어느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4명 연달아하는 소개에 살짝 지루한 하품이 나오기 일보직전. 소개를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여지없이 마침표 찍었고 그다음 공백이 이어질 때 띄어져 있는 화면을 봤다. 수많은 LP 사진들. 음악 좋아하시는구나? 뭘 좋아할까? 혼자 추측하던 찰나 “쳇 베이커도 좋아해요.” '오…!' 유튜브에서 쳇 베이커 플레이리스트를 자주 듣고 있었는데. 저절로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관심의 척도가 무에서 유로 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음악이었다. 아직 남은 발표 시간은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o Easily’가 BGM으로 흐르는 듯 몰입할 수 있었다.


 음악적 취향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쇼미더머니가 한창일 땐 최근 플레이 목록엔 힙합이 가득했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쉬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찬 이후부터는 재즈나 발라드. 노래 내용이 뭔진 몰라도 색소폰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오로지 가사를 불멍 하듯 뚫어지게 쳐다보게 만드는 그런 음악. 음악이 확실한 취향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게 그 이유 때문인 거 같다. 음악 취향은 무의식에 가까운 마음을 담고 있다. 본인이 희망하는 의지이자 약속일 수도 있다.


 가끔 FLO 같은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차트 순위를 보고 듣는다. 요즘은 누가 봐도 아이돌 시대다. 특히 여성 아이돌의 폼이 미쳤다. 1~6위까지 여자 아이돌. 7위는 어머니의 아이돌 임영웅. 그 이후의 차트에서 20위권들까지도 아이돌과 임영웅의 각축전이 펼쳐진다. 아 말을 잘못했다. 요즘은 아이돌과 임영웅의 시대다. 여자 아이돌의 부흥에 대해선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창 유행이었던 걸크러쉬의 나비효과이지 않을까. 이성의 아이돌로 얻는 매력보다 같은 여자들이 뿜어내는 걸크러쉬. 롤모델에 남녀 구분이 없듯 닮고 싶은 우상. 말 그대로 가사부터 세계관까지 나만의 아이돌에 부합하기 충분한 매력을 가졌다. 그저 스몰토크 결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음악 자체가 롤모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브의 <I AM>을 엔딩곡으로 마무리해본다.

“다른 문을 열어 따라 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하루하루마다 색이 달라진 느낌”

”밝게 빛이 나는 길을 찾아”

”I’m on my way 넌 그냥 믿으면 돼”

”I’m on my way 보이는 그대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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