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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Jul 13. 2023

갓생? 갓 만든 생맥주?

 갓생은 지극히 일시적이다. 대체로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 거 같은데 일단 나 같은 경우엔 운동 쪽에 포커스가 가 있다. 대학생 땐 자격증 공부하는 건 질리도록 해봤으니까;; 지금은 펜에 손이 잘 안 간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운동을 도장깨기처럼 하고 있다. 이상적인 하루 운동 계획은 이랬다. 아침에 회사 헬스장에 가서 4~50분 웨이트, 저녁에 풋살이나 축구. 헬스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축구는 한 번 정도가 적당하겠다고 판단하고 ‘꼭 해야지’란 다짐한다. 다행히 다짐에서만 끝나진 않았다. 회사 일이 적당히 있었고, 유독 눈이 일찍 떠진 날, 그리고 마침 축구 경기가 있던 날. 축구화와 유니폼을 챙기고 회사에 갔던 그날은 출근 내내 중대한 경기를 앞둔 선수인 양 비장미가 흘러넘쳤다. 또 ‘이런 게 갓생 아니겠어?’란 자부심도 뿜뿜.


 운동에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골프에 한창 재미가 들렸을 땐 축구 대신 골프연습장에 갔다. 저녁에 헬스 잠깐 하고 집에서 간단히 먹고 바로 연습장. 3달 정도 했을 테다. 근데 골프 레슨이 끝나자마자 그 하루 루틴은 무참히 사그라졌다. 그저 갓생했었다란 썰이 되었을 뿐… 그래도 곧 새로운 썰이 생길 예정이다. 일 년 전부터 테니스 배워야지.. 배워야지! 했었는데 골프에 밀렸던 그 테니스가 죽지도 않고 나타났다. 마침 여자친구도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었고 한 달 전인가 축구 중간 쉬는 시간에 대학 동기 한 명이 테니스 해볼 생각 없냐고 하더라. 본인은 여자친구랑 하고 있는데 나중에 복식으로 같이하자고. 이건 우연일 수가 없다란 생각에 테니스 레슨을 예약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갓생이 이렇게나 반가울 줄이야.


 사람은 매일 운동만 하고 살 순 없다. 매일 넷플릭스만 보고 살 수도, 매일매일 책을 읽을 수도, 매일매일매일 맛집에 다닐 수도, 매일매일매일매일 멍 때리며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2~3일 정도 퇴근 후 일상이 비슷하다 느껴질 때면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걸까. 모든 게 다 도움이 되는 행동들이겠지만, 원래 해왔던 행동들로 마음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음을 느낀다. 배터리가 71% 정도만 충전된 느낌. 뭔가 애매하다. 또 그 와중에 욕심일까 생각해 본다. 다시 펜을 잡아야 하나 싶다가 뜬금없이 사업을 해볼까란 생뚱맞은 방향으로 튀기까지. 그 혼란을 마인드맵으로 그렸으면 아마 미로가 완성될 정도로 정리가 어렵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생각해 봤다. 7월 말까지 끝내야 하는 프로젝트의 조용한 압박감일까? 그것도 영향을 주고 있겠지만 임팩트 있진 않아 보였고. 지루한 회사 생활의 누적 피로감? 음 그건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급격히 변한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살이다 살. 최근 2달간 축구나 풋살이 현저히 적어졌고 유산소보단 무산소에만 집중해서 그런가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했다. 숫자만 이를 증명하진 않고 눈에 보이도록 찌고 있다니… 아마 이러한 영향이 꼬임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태해지고 있지 않나란 생각의 시작. 역시 다시 펜 잡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란 뜬금없는 합리화를 마치고 머지않아 시작할 테니스에 온갖 기대감을 심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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