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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Jul 26. 2023

카피는 단단익선(短短益善)

; 짧을수록 좋다

 세상엔 수많은 책이 있다. 물론 카피 관련된 책도 마찬가지. ‘카피’란 단어로 저런 제목도 만들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 만큼 꽤 다양한 책들이 존재한다. 내가 일하는 곳도 주변 곳곳에 카피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 노트북 거치대 아래에 놓인 “카피 공부”란 책. 입사하기 전 카피 공부 좀 해야 하지 않을까란 걱정에 포털사이트에 말 그대로 ‘카피 공부’라 검색해 봤고 첫 번째로 나온 책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처럼 구절로 이루어져 있어 랜덤으로 펼쳐서 읽는 맛도 있고, 카피라이터의 레전드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의 친구 핼 스테빈스라는 카피라이터가 저자인 책. 곳곳에 말장난도 많은데 옮긴이께서 친절히 그 부분만 원문을 적어두어서 읽는 재미도 있다. 최근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그땐 후루룩후루룩 넘겼던 글들이 다시 보였다. 밑줄 긋고 접어두고 필사하고 고민해 보게 되고. 왜 같은 책을 N차 반복해 읽는지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수십 개의 카피책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다. 짧게 쓰면 더 쉬운 거 아니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그 욕심을 절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카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내용 및 의도 전달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그들이 지루해하지 않아야 한다. 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대한 니즈를 담아내야 한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받은 카페 직원의 심정처럼 난감해진다. “망설여지면 빼라”라는 그의 말은 짧지만 강력하다. 수학 공식처럼 어려운 글이다. 이 카피를 빼면 팀원들이 의도를 알아차릴까? 뭔가 비어 보이지 않을까란 걱정이 아직은 앞선다. 물론 그 망설였던 카피를 넣는다고 아이디어가 확 돋보이는 건 아닌 건 맞다. 누군가는 카피가 길다고 피드백 줄 수도 있고 오히려 내용을 오인지하는 경우도 늘어나니까. 요즘은 한 아이디어에 카피가 많은 거 같아 의도적으로 줄이려고 한다. 더 이상 손 볼 곳 없는 카피를 쓰는 날을 앞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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