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마주봐야 모임이지

by 무기명

모임은 일종의 규칙성을 띤다. 누가 정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일정한 공백을 유지한다. 여자친구와는 최대 2일이란 공백. 친한 친구들과는 일주일. 회사 동아리 회식은 분기.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았던 관계라고 생각했지만 은근히 마음이 잘 맞았던 친구와는 일 년에 한번. 서로 약속하진 않았지만 서로 만남의 공백에 이유를 묻지 않기로는 수긍한 듯하다. 공백으로 인한 허전함이 모습을 나타날 때가 있는데 이는 점심시간이 되기 10분 전 꼬르록 울리는 배꼽소리처럼 본능적이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단톡방에 알람이 울리면 그 모임의 톡이겠고 대충 만남을 기약해 보자는 메시지가 있겠지란 촉이 온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군가는 본능적인 순간이라도 무뎌진다. 카톡의 1이 느리게 없어지거나, 일정이 다가올 때 파투를 낸다던가, 모임 일자 투표에 맨 마지막에 참여를 한다던가. 느려져가는 반응은 멀어져 가는 마음을 대변한다. 그렇게 모임은 희미하게 꺼져간다. 성대하게 8명이서 시작했다가 4명으로 2명으로 점점 줄어든다. 생기를 잃어가는 전구의 빛처럼 모임의 열기는 식어가게 되어있다.


모임은 확실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사의 정체성이다. 가령 토익스터디 모임은 평생 만날 목적이 될 수 없듯 명사 형태를 띤 모임은 일회성에 가깝다. 대체로 먼 미래가 아닌 현재에 가까운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관계의 유통기한이 짧게 정해져 있다. 서로가 합의하에 정했을 확률이 높은 명사형의 모임은 대부분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지 않을 테다. 마주 앉아 공부를 해도 그들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다.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칠 수 있는 모임은 목적이 서로에게 있을 테다. 공백기에 생긴 새로운 썰이 뭐가 있을지 물어볼 것이고, 우리의 지난 과거에 퍼즐을 이미 여러 번 맞춰봤겠지만 다시 흩뜨려놓고 맞춰보고 있을 것이다. 반복된 말이 유일하게 지겹지 않은 순간이라면 그곳은 동사형의 모임이다.


회사도 모임이란 카테고리일까.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인스타 스토리를 보다 보면 회사 속의 그들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누구는 회사 동료들이랑 꽤 잦은 빈도로 만남을 갖고 주말에도 만나 등산을 가거나 풋살을 한다. 대리님이든 차장님이든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의 고민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회사는 회사인 것 같다. 퇴근한 이후부터는 관계를 이어주는 실이 끊긴 듯 망각한다. 서로를 망각한다.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워 회사 동료를 생각한다? 그건 야근이라 할 수 있다. 회사 동료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역시 일이다. 다 회사에서의 일을 잘 하기 위한 방법에 속하는 것이니까. 매정해 보여도 우린 각자의 목적이 있어 만나는 관계다. 애초에 목적의 방향성은 서로를 향해 있지 않다. 물론 방향성의 나침반은 유동적이라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난 동료들과 나란히 앉아있는 걸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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