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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Feb 15. 2020

시즈오카-니혼다이라의 봄날풍경

일본 소도시 18 - 이타미준을 기억하는 후지산 동네

시즈오카와 시미즈항을 찾아 비행기에 올랐다. 이타미준 선생의 흔적도 느껴볼  겸 봄바람 타고 가기로 했다. 두시간 정도 비행 후 공항 도착.


시즈오카와 시미즈항전경

 공항리무진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하는데 온통 녹차밭이다.  녹차의 고장답다. 짙푸른 띠처럼 펼쳐진 고랑 사이로 스핑쿨러가 쉼 없이  옴직인다. 녹차 재배는  이곳 농가의 일상이구나! 또한 와사비로도 유명한 시즈오카역에 도착. 이 도시의 첫 느낌이 초록 초록하다.


넓게 펼쳐진 녹차밭

전철을 타고 현립미술관앞역에서 내려, 1Km 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현립미술관을 찾았다. 왼쪽 조각공원 따라 오르는 길에 키큰 나무 잎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미술관 앞 작은 연못은 하늘을 담고 있다. 옆 건물 도서관과 연계된 커피숍에는 로댕의 조각품이 달려있다.  로비에 배낭을 맡기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특별 공간 로댕관에는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 등 32점이 전시되어 있다. 밖으로 나오니 공원 풍경이 여유롭고, 봄바람의 손짓이 발랄하다. 작품을 스케치하는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감성을 담고있다. 
 

시즈오카 현립미술관 앞


시미즈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데 근처 유동룡이 다녔던  히가시미즈고가 있다. 한국인 유동룡. 어린 시절 몸이 약해 환경 좋은 시즈오카 시미즈에서 자란 그는 햇빛과 바람, 자연을 소중히 여겨 건축에 담았다. 레지옹도뇌르 훈장 및 슈발리에 상, 일본 최고의 권우상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바로 전 오사카 이타미 국제공항과 당시 국제적으로 활동한  음악가 길옥윤의 이름을 따서 조합한 이타미준 건축가. 국내 작품으로 온양민속박물관, 제주 포도호텔 및 수풍석 등이 있다. 경주타워 공모전에 출품, 초안을 도용당했으나 결국 소송에서 인정받아 그 명예를 기리는 표지석이 2020년 2월 17일  다시 세워진다. 정다운 감독의 '이타미준의 바다' 라는 영화를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존을 지킨 그분을 기억하다.


생전의 이타미준 건축가
이타미준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은 정다운감독

해송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미호노 마쯔바라를 찾았다. 푸른 바다와 검은 모래, 해송이 어우러진 곳에서 후지산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5km 해변 솔밭은 아마노 하시다테와 함께 일본 3대 명승지이다. 이 곳은 천과 거울을 정표로 남기고 떠난 병사 시데히코와 그를 사랑한 촌장의 딸 사요히메의 시연이 담겨있다. 시데히코를 쫓아 카가미 산에 올라 7일 밤낮을 울다 돌이 되어버린 사요히메의 가슴 아픈 전설 이야기이다. 해송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하구루마 신사도 있다. 해변으로 가면 검은 모래가 넓다. 하얗게 솟은 후지산을 담은 바다 모습이 그림 같다. 그래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기념품 샵 주인은 파란 후지산 모자를 쓰고 있는데 모양이 재미있다.
 

미호노마쯔바라 모습


시즈오카역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30분 정도 구불 구불 산길을 오르다 보면 니혼다이라에 도착한다. 니혼다이라는 308미터의 구릉이며, 후지산과 이즈반도, 시미즈항과 스루가만, 아카이시산맥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1980년 일본 관광지 100선 콩쿠르에서 1위로 지정되기도 했다. 화사한 벚꽃과 푸른 바다, 항구가 후지산을 배경으로 조화롭다. 멋진 풍경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니혼다이라 호텔 로비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언에 따라 유골이 묻힌 쿠노잔도쇼구를 쉽게 살펴볼 수 있는 로프웨이와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유메테라스 전망대가 있다. 멋진 경치다.
 

유메테라스에서 바라 본 시즈오카
니혼다이라 로비에서 바라보는 시즈오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다. 시즈오카의 명물 아오바요코초 오뎅거리를 찾았다. 퇴근 후에 오뎅 안주에 한잔 술 마시는 손님들. tv프로그램에서 이시언이 찾았던 오뎅바로 들어가니 주인의 모습이 낯이 익다. 두부오뎅 하나에 생맥주 한잔 마시고 나오니 빗방울이 굵어진다. 현청 앞 사거리에 위치한 호텔,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시즈오카에 왜 그렇게 오고 싶었는지 물어본다.
 

아오바요코초 오뎅거리


다음날 새벽 시청 옆 순푸성을 찾았다. 나라 시대까지 순푸라 불리다 메이지시대 초기에 시즈오카로이름이 바뀌었다. 그래서 이름이 순푸성이다, 에도 막부를 창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현재의 시즈오카 시에 슨푸성을 세우고, 여기서 노년을 지냈다. 에도 시대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해자가 둘러진 성터만 남아있는 순푸성, 단풍으로 유명한 모미지 정원, 도쿠가와이에야스 동상 등을 돌아보니 중앙공원에는 벚꽃이 환하다.

순푸성을 세우고 노년을 보낸 도쿠가와 이에야쓰
순푸성과 주변에 조성된 해자

순푸성 한쪽 코너에서는 지역 노인들이 아침 운동 중이다. 시즈오카는 소박하지만 세련되고, 이름처럼 깨끗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인구 50만 정도의 소도시가 살기에 참 좋은 듯하다.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역사와 전통을 갖추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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