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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Feb 14. 2020

후지노미야-모자 쓴 후지산

일본 소도시 19 - 4월의 후지산과 만나다.


4.13일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에 도착할 무렵 창 밖을 내다보니 머리 하얀 후지산이 구름을 뚫고 둥둥 떠 있다. 후지산은 3,776m 원뿔 모양의 화산이다. 워낙 높은 산이라 그런지 윗부분은 아직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후지산은 공항에서도 보이고, 시즈오카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 어디라도 찾아볼 수 있다. 곳곳에 딱 버티고 서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후지산, 일본은 후지산을 그들의 근본으로 여긴다.    


구름 뚫고 올라온 후지산


미니패스를 이용하여 시즈오카에서 후지로 이동 후 미노부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후지노미야로 이동. 일본 지폐 1,000엔에 등장하는 곳이 바로 후지산 남서쪽 인구 12만의 소도시 후지노미야. 후지 하코네 국립공원에 속하며 후지산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사마(淺問) 신사의 문전 거리로 발전했으며, 일본의 수많은 문학작품과 전설, 시와 그림 속에 등장한다. 역 근처 구로타케 호텔에 짐을 풀고, 이온몰에서 간단한 요기 거리를 산 후 동네를 산책하다 시원한 이치방 맥주 한 캔.  


일본돈 1.000엔 후지산 모습

 

이른 새벽, 후지산의 분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건립된 후지산 혼구 센겐 타이샤 신사를 찾아 나서는데, 바로 앞에 후지산이 보인다. 신기하게도 후지산이 구름 모자를 썼다. 머리 하얀 후지산 위에 구름이 둥글게 산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독특한 모습이라 검색을 해보니 cap cloud, 산꼭대기를 둘러싸고 있는 삿갓이나 모자 또는 목도리 모양을 한 구름을 말한다.     


모자구름 쓴 후지산

 

붉은색이 인상적인 센겐 타이샤는 1,200년 역사를 자랑한다. 후지산을 신으로 삼는 센겐신사는 일본 전역에 약 1,300개가 있다. 그중에서도 후지산 본궁 센겐 신사가 총본산이다. 후지노미야라는 마을 이름도 본궁(本宮)에서 왔다. 후지산 등반객은 입산 전 꼭 이곳에 들러 안전을 기원한다. 후지산이 아이를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하므로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눈에 띈다. 본당에서 오른쪽 길로 빠져나오면 작고 예쁜 와쿠타마 연못이 있다. 후지산에 오르기 전 연못물을 마시는 것은 오래된 전통. 물은 후지산에서 내려온 지하수라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다. 아직은 차가운 아침 공기, 물 위에 떨어진 낙화, 벚꽃들이  곱다.      


벛꽃 화려한 센겐 신사와 후지산
센겐신사 아침 모습


센켄신사에서 약 500미터 내려오면 노란 목조 빛깔의 장구를 세운 듯한 건물이 보이는데 바로 후지산 세계문화유산 센타이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건축가 쿠마 겐고의 목조건축물인데 후지산을 엎어놓은 형태이다. 섬세하고 세밀한 선으로 이어진 역삼각형 원뿔 모습이다. 건물 앞 수면에 비친 모습은 실타래처럼 완전 대칭을 이룬다.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붉은 도리가 일본의 전통을 보여주고, 밤에는 푸른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난다고 한다.


후지산 세계문화유산센터
수면에 비친 후지노미야 마을


 아침 산책 후 7시 50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시라이 토노 타키 폭포. 높이는 20m이지만 폭이 150m로 와이드 버전 폭포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이 토노 타키 폭포는 절벽에서 명주실을 늘어뜨린 것처럼 하얀 물줄기가 우아하게 흘러내린다. 후지산 눈이 녹아서 지층과 푸른 나뭇잎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데 그 모습이 청아하다. 비치 빛깔 수면이 색색으로 곱다. 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오토 폭포는 시원한 소리를 내면서 큰 물줄기로 떨어진다.         


하얀 실 늘어놓은 듯 시라이 토노 타키폭포


다이아몬드 후지를 볼 수 있는 다누키 호수는 해발 600m의 분지에 형성된 호수다. 후지산 정상 분화구에 태양이 걸리는 모습을 ‘다이아몬드 후지’라고 부르는데 매년 4월 20일 전후 1주일, 8월 20일 전후 1주일이 다이아몬드 후지 현상을 보기 좋은 날로 꼽힌다. 다음을 기약하며, 가장 가까이서 후지산을 만날 수 있는 가와구치 코 호수로 향했다.     


후지산과 산기슭 마을
로프웨이에서 바라 본 가와구치코 호수


후지산 기슭에 있는 5개 호수 중 규모가 큰 곳이 가와구치 코. 후지산 벚꽃놀이(하나미)'를 해보고자 찾아갔다. 가와구치 코 역에서 내려 호수 쪽으로 마을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넓고 푸른 호수. 호수를 빙 둘러 걸어보는데 호수 건너, 어디서든 후지산이 보이고, 물빛이 반짝반짝 은빛이다. 4월의 기운은 햇빛을 따라오나 보다. 눈 쌓인 후지산과 연분홍 벚꽃이 가와구치 코 호수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 너구리가 지휘하고 있는 로프웨이를 타고 후지산 전망대를 오르니 바로 앞에 후지산이 버티고 서있다. 신비함이 느껴진다. 후지산 아래 멀리 후지큐 랜드가 보이고, 360도 빙 들러 매끄러운 능선 위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구름이 후지산 허리를 휘돌고 있고,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경치는 고즈넉하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하얀 눈을 배경으로 피어난 꽃들이 곱다. 오래오래 간직할 순간들이다.


가와구치코 후지산과 봄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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