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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Feb 24. 2020

나오시마-새롭게 변신한 예술섬

일본 소도시 5 - 나오시마에서 찾은 도시재생 사업

타카마쓰 북쪽 13㎞, 오카야마 남쪽 3㎞ 지점 세토내해에 자리 잡은 나오시마. 이 곳은 최근 연간 수십 만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1989년부터 시작된 지역 기반 재생 프로젝트 덕분이다. 예술인의 관심과 손길이 닿으면서 새롭게 재생하고 있는 이 섬의 변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바다와 건축과 예술이 어우러진 나오시마를 찾아가고 싶은 이유는 뭘까?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외딴 구리 광산 지역을 재생, 문화예술의 섬으로 살려낸 나오시마. 우리의 도시 재생 사업은 안녕한지 묻고 싶은 것이다.  

   


베네세 뮤지엄에서 바라본 세토내해
나오시마 미우야노무라 항의 야외 조각


신도시의 발달과 함께 기존 시가지는 노후화되고, 침체된다. 이에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도시 재생사업이다. 성장 위주, 양적 팽창은 단시간 성과를 가져오기 마련이고, 도시는 내부에서 성장과 소멸의 이분법적 구조로 진화된다. 보완과 덧붙이는 개발보다 기존의 장소와 시설을 밀어버리고 새로 짓거나 아예 장소를 옮겨서 개발이 진행되어왔다. 다행히 도시 불균형 문제에 관심이 커지고, 도시 재생사업이 키워드가 되고 있다. 함께 발전하는 방법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문화예술 통한 가치 창출 아닐까?


서울로 7017고가도로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서울로 7017 재생센터는 2년 동안 333번 협의회, 참여와 양보 과정을 통해 17개 연계 도로가 되어 시민들의 공중 공원으로 돌아왔다. 6km 폐선을 걷어내지 않고 활용해 숲길 걷기 문화콘텐츠로 탄생시킨 경의선 숲길. 연남동과 홍대입구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으로 소자본 투자자들이 밀려나긴 했지만 도시 진화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역사문화 복합건물 DDP. 동대문시장 상인의 다양함과 부지런함을 건축물에 담았다. 상암동 옛 석유 비축기지를 재생시킨 곳이 문화 비축기지이다. 석유저장소에 문화를 비축한다는 이곳. 거대 탱크 내부는 전시장과 무대가 되고, 문화예술 미래 콘텐츠가 쌓였다. 우리의 도시도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다카마쯔성의 해자

 

시코쿠섬 북쪽 다카마쓰 호텔에서 사누키 우동 한 그릇 뚝딱 먹고 선포트 항까지 슬슬 걸어갔다. 첫배가 출항하는 8시 20분까지 2시간이 남아 근처 다카마쓰 성에 갔다. 새벽 6시 20분인데 벌써 티켓 판매. 평소 새벽 5시 30분에 오픈한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다. 한적하고 조용하게 다닐 수 있다.  1590년 축성된 다카마 쓰성은 물 위에 건축된 일본의 3대 수성 중의 하나이다. 북쪽은 세토나이카이로 연결된 바다이고, 나머지 세 방향은 해자를 만들어 바닷물을 끌어들였다. 축성 당시에는 바닷물로 가득 차 있었는데, 현재는 규모가 축소되었다. 여전히 내굴은 조수간만의 차로 바닷물을 이용하며 수위가 변한다. 메이지 시대 천수각은 해체되었지만, 천수대는 남아 있다. 망루, 누문은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나무 옆 호수가 고요하다. 가볍게 산책하듯이 둘러보고 페리 부두에 도착하니 수직으로 세워진 조형물 한 쌍이 우아하다.  


선포트 항구와 조각품

 

드디어 배에 올라 멀어지는 다카마쓰와 작은 섬들을 지난다. 내해의 잔잔한 해수면을 가로지르며 50분 만에 미우야 노무라 항에 도착.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과 조형물들이 반긴다. 먼저 붉은 호박 내부로 들어가 보니 군데군데 뚫린 구멍 사이로 쏟아지는 빛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전 인형극 분라쿠와 기모노에서 영감을 얻은 분라쿠 푸펫과 27개 나오시마 섬에 더하여 28번째 섬으로 구성한 하얀색의 파빌리온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꾸민 독특한 외관의 목욕탕도 볼 만하다. 실제 이용되고 있는 예쁜 목욕탕이다.     


미우야노무라 항구의 구멍 뚫린 붉은 호박
실제 이용되고 있는 외관이 멋진 목욕탕


먼저 남서쪽 베네세 지구를 향해 섬의 오른쪽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해안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다 보니 언덕 위쪽에 지중미술관이 나온다. 입구부터 강화도 해든 미술관이 연상된다. 한국인 이우환의 예술 공간이다. 선과 절제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안도 다다오는 섬의 남서부 지역에 복합 문화공간 베네세하우스와 지중미술관 건립, 이우환과 함께 이우환 미술관 등 현대 건축 예술을 미우야노무라 항구의 구멍 뚫린 붉은 호박 해변  공원, 거친 질감을 둥근 무늬로 순화시킨 담장, 파빌리온 등 이런 발상을 하는 철학과 생각이 멋지다.   

 

이우화지중미술과 외부 작품


미술관 내부는 망치질하는 스트롱맨으로 유명한 조나단 보로브스키의 노래하는 사람. 색모래로 만든 각국의 국기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브로스 나우만의 ‘100개의 삶과 죽음’이라는 작품. 100 가지의 삶과 죽음이 깜빡이는 불빛 속에서 명멸하는 한순간으로 다가오는 강렬한 느낌. 슬픔이 느닷없이 밀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눈물이 차오른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회한이 한순간 훅하고 내 의식으로 들어왔다. 이 벅찬 감정 뭐지? 30년 전에 만든 이 작품, 적어도 나에게 작가의 의도는 성공이다.     


조나단브로브스키의 노래하는 사람
니키 드 생팔르의 야외 조각 작품
화려한 니키 드 생팔르의 조각 작품

한참 내려오니 호텔 앞 야외 조각 공원에 칼라풀한 ‘니키 드 셍팔르의 조각 작품’이 여럿 있다. 그리고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은 바다를 바라보며 뭔가를 염원하고 있다. 한때 바다로 떠밀려갔다 다시 찾아온 노란 호박에는 숨구멍 바람구멍이 없다. 두 호박이 보여주는 대비를 느끼는 것도 의도된 배치일까?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


벌써 2시가 넘었다. 초영 버스를 타고 해안을 따라 찾아간 곳은 혼무라 지구. 해변이 너무 예뻐 버스 탄 것이 후회되긴 했다. 그래도 땡땡이 버스가 궁금해서 한 구간만 타고 내렸다. 혼무라 지구는 마을을 볼 수 있는 곳.


옛 치과 건물 변신 프로젝트
털실에 피어나는 예술 혼무라 지구


‘이에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 마을로 탈바꿈한 곳이다. 안도 다다오 기념관과 치과를 개조한 하이사, 신사를 개조한 ‘미나미 데라’. 빛의 작가 제임스 터넬의 작품으로 허름한 건물의 내부에 들어서면 빛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아득함을 느낄 수 있다. 동네 담벼락 등에 붙여진 털실 작품과 고니 찌와 카페 등 나름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걸어서 나오시마 교육지구 유/초/중학교를 지나오는데 하얀 건물로 세위져 있다.


나오시마 유초중등학교


항구에 도착하니 출출하다. 가락국수 집에서 소고기 가락국수와 가지 튀김을 먹었는데 꿀 맛이다.  다카마쓰로 돌아가는 배 안에서 멀어지는 빨간 호박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도시 재생은 문화예술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멀어지는 나오시마를 마음에 넣었다.


소고기우동과 가지튀김
나오시마 다카마츠 오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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