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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Mar 19. 2020

마쓰에-접촉 사고의 기억

일본 소도시 15 - 시마네현에 독도는 한국땅임을 경고한다.

인천에서 요나고까지 약 1시간 반, 비행시간이 짧다. 요나고 기타로 공항은 요괴 워치로 유명한 사카이미나토시이에 속해있다. 입국 수속 마치고 나오는데 요괴 게게게의 키타로의 조형물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요괴 만화로 유명한 시게루가 이 지역 출신으로 도시재생에 공헌한 점이 크기 때문이다. 공항 렌터카에서 파란색의 소형 혼다 핏 차량을 찾았다. 차체와 바퀴 등을 꼼꼼히 살피고, 운전석에 올랐다. 운전 체계가 우리나라와 반대이다 보니 조심히 운전, 특히 비보호 우회전 때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중앙분리대가 오른쪽에 있고, 좌회전은 도로에서 왼쪽으로 바로 빠져나가면 된다. 처음 30분 정도 운전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소도시 여행은 대중교통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시마네현 마쓰에를 향해 출발!


요나고 공항의 출입문에 붙어있는 요괴들 모습



신지호를 비롯 큰 호수를 끼고 있는 물의 도시 마쓰에는 시마네현 현청 소재지로 인구 20만의 소도시이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에 독도 문제로 도발하는 껄끄러운 곳이다.

1900년 10월 27일 대한제국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밝힌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반포했다. 일본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시마네현은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다케시마로 하고 시마네현 관할로 한다는 고시 40호를 발표했다. 국제고시도 아닌 지방 현청의 고시일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마네현 관보에 고시한 증거도 없고, 자치법령 어디에도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몇 사람들만이 비밀리에 돌려 본 출처를 알 수 없는 내부 회람본만 남아 있을 뿐, 문서 존재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2006년 2월 22일 제1회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매년 개최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몹시 궁했는지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마네현의 모습에서 떠오른 말이 장두노미. 타조가 쫓기다 덤불숲에 머리를 감추었는데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진실은 아무리 감춰도 거짓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독도 문제가 딱 그렇다. 2018년 8월, 광복절 즈음하여 시마네현에게 엄중 경고한다. 독도문제 더 이상 거론하지 말기를!   


독도역사연구소에 제시된 사진



 마쓰에로 가는 길에 호수가  많다. 그 중간에 위치한 다이콘 섬은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둘레 12km의 작은 섬이다. 누에산업 쇠퇴해지면서 여성들은 모란 묘목 행상을 위해 섬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창업자 사카에는 발상을 전환하여 사람들을 섬으로 모이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모란의 집이라 부르는 유시엔 정원을 개장하여 연간 30만 명이 찾는 명소로 만들었다.

20분 만에 도착, 안으로 들어가니 모란과 인삼이 반긴다. 잘 가꿔진 녹나무 신록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정원수에 내리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용문폭포의 물줄기, 균형 있게 식수된 적송과 흑송, 바람에 울리는 작은 유리 풍경들, 4계절 모란관이 곱게 반긴다. 1만 평이 넘는 유시엔 정원은 큰 연못을 빙 돌아가게 길이 난 회유식 정원이다. 정원 풍경을 바라보며 카페에 앉아 인삼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맛이 일품이다.     


유시엔 정원수 물안개 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모습


호수에 균형 있게 식수된 소나무 풍경



 호수를 끼고 부드러운 바람 사이로 달리다 보니는 마쓰에 성이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성을 둘러싸고 있는 약 3.7㎞ 호리카와 강 유람선을 타러 갔다. 12인승 규모의 작은 배에 약 50분 정도 마쓰에성과 시가지를 둘러봤다. 특히 북쪽 해자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 시오미나와테는 전통미관지구로 옛 일본가옥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움직이는 배 위에서 무사 주택 거리 풍경, 물 위를 수놓은 새와 거북이, 그리고 마을을 바라보는 근사한 풍경은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되어 있다. 배의 지붕을 아래로 내리고 엎드려야 지나갈 수 있는 낮은 다리를 포함, 16개의 다리를 지나 400년 동안 지켜온 자연과 옛 거리 풍경에 마음을 뺏겼다. 배 천장을 높이다가 낮추기를 반복하던 늙은 뱃사공이 들려주는 노랫소리에 이어 아리랑이 나온다. 일본, 더구나 독도를 주장하는 동네에서 들어서인지 울컥한 가락이다.      


호리카와 강 유람선 선착장
호리카와 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미관지구 풍경



1611년 세워진 마쓰에성은 자연석 성벽 위에 검고 두꺼운 판자를 조금씩 겹쳐 지은 건물이다. 비에 강하며 오래된 전통 양식을 잘 보전하여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지주와 무사가 전개한 모금 운동 덕분에 해체와 재건축을 거치지 않고 보존되어 국보 지정 및 일본 100대 명성에 선정되었다. 성 내부 1층에서 망루가 위치한 6층까지 좁은 나무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츠다이라 가문 무사들의 갑옷과 투구 칼 등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천수각의 망루에 오르면 마쓰에 시내와 신지코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련됨과 고즈넉함이 어우러진 마쓰에는 호수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원형 보존이 잘되어 있는 마쓰에 성
마쓰에성에서 바라본 신지호와 시가지



서둘러 향한 곳은 일본 석양 100선에 선정된 신지호, 둘레 45km 규모로 일본에서 7번째로 큰 호수이다. 도시 곳곳에 연결된 크고 작은 수로는 신지코 호수로 이어진다. 이 곳은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탁 트인 호수 위로 붉게 물드는 하늘과 작은 섬이 어우러진 경치를 보기 위해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작은 섬과 신사를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여성들을 볼 수 있는데, 정성을 다해 빌면 시집을 잘 갈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다. 신지코는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어 어패류가 풍부한데 재첩은 이 곳의 특산물이다.

   

신지호에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



호수 옆에 자리한 시마네현립미술관. 건물에서 호수로 이어지는 실루엣 자체가 예술이다. 로비 서쪽은 유리벽을 만들어 건너편 호수가 반사된다. '석양이 보이는 미술관'으로 호수와 미술관이 하나로 이어진다. 신지코호가 미술관의 한 부분이다. 회화, 조각, 공예, 사진 등을 상설 전시하며, 특히 물 주제로 한 회화 전시가 많은 곳이다. 지붕은 자유롭고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일본 건축가 키쿠다케 키요노리의 작품이다. 미술관 앞 넓은 마당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오브제 중 눈길을 끈 것은 토끼 12마리, 그중에 두 번째 토끼에 재첩을 주고, 서쪽 방향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토끼 아래에 재첩 껍질이 수북이 쌓여있다. 일본 고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각색되어 있다. 참 대단하다.


신지 코호를 끌어온 시마네현립미술관 모습



도미인 호텔에 짐을 풀고, 마쓰에 역 근처 이온몰까지 운전하고 가는데, 아뿔싸! 우리와 반대로 비보호 우회전인데 순간 직진하는 상대방 차가 멈출 것이라는 착각, 내가 차를 멈춰야 했다. 일본인 남매가 이온몰에 장 보러 오는 중에 운전석 반대쪽, 앞 좌석 왼쪽을 가볍게 들이받았다. 차가 살짝 긁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서툰 일본어가 공중으로 분해되었다. 가벼운 사고라도 바로 경찰 신고, 보험회사 연락을 했다. 경찰이 달려와 사진을 찍고, 상황 파악을 하며, 국제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 등을 확인했다. 영사관 직원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해 3자 통화로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혼다 핏 자동차는 계속 사용했다. 보험을 들었으므로 반납 시 문제없다고 했다. 렌터카 이용이 처음이 아닌데,  당황스러웠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행 에피소드 하나 생긴 셈 치고.


소도시 여행에 필요한 렌터카(혼다 핏)



도미인 마쓰에 호텔, 조식에도 재첩 된장국이 나왔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다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일본은 도로 교통비도 비싸고, 주차료도 비싸다.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종류라서 휘발유 비용은 많지 않고, 조용하고 편리하게 이용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만 없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다치 미술관 정원 풍경
안에서 감상하는 아다치 미술관



마쓰에를 떠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다 중간에 야스기시에 위치한 아다치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혼다 핏이 열 일했다. 길게 이어진 입구부터 통유리창으로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1970년 개관된 아다치 미술관은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라는 아다지 젠코의 열정과 사상을 담아낸 곳이다. 2003년 일본 정원 중 1위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정원 자체가 작품이며, 창틀은 액자로 보인다. 6개의 정원으로 나뉘어 있으며 차경 수법을 사용하여 조형미가 뛰어나다. 전통 일본화를 부활시킨 요코야마 다이칸 작품 130점 외 근대 일본 화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요코야마 다이칸의 작품


액자 속으로 들어와 있는 정원을 둘러보니 그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이유를 알겠다. 아다치 일본식 정원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도록 유도한다면, 유시엔 정원은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 가까이서 마음껏 즐기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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