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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Mar 01. 2020

하마마쓰-봄빛에 물든 음악도시

일본 소도시 20 -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조선 통신사들이 긴 행렬로 지나오고 가던 길이 태평양을 따라 이어진다. 그 길 위에서 하마마쓰는 도쿄와 교토의 역참으로 발전한다. 현재 인구 80만으로 성장한 제법 큰 도시이다. 

하마마쓰는 남북으로 길다. 남쪽 사구와 해변공원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푸른 산지와 강, 호수 등이 자리한다. 동쪽은 녹차를 품은 후지산 가케가와, 서쪽은 하마나코 호수를 품은 팔팔 유원지이다. 항공기지로 인해 2차 대전 때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이곳이 음악과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변신한다. 색색의 모자이크가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도시. 2019년, 오월의 봄바람 타고 하마마쓰로 출발이다.

     

하마나코호가 바라보이는 오르골 박물관 카페


금요일 저녁 6시 나고야행 비행기 탑승, 입국 수속하고 밖으로 나오니 하마마쓰행 20시 40분 버스가 대기 중이다. 가케가와행 버스라 중간에 갈아타야 한다. 여직원이 웃는 얼굴로 티켓을 확인하고 운전기사는 하차 지역을 확인한 후 순서대로 가방을 늘어놓는다. 출발 시간에 맞춰 짐을 실어준다. 다른 도시에서도 똑같이 경험하는 친절한 교통체계이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 인터체인지 부근에서 내린 후 하마마쓰행 버스로 옮겨 탔다. 지역 수요에 따른 공급의 조정이랄까? 편리성을 담보하는 것보다 우위에 선 함께 나눠 갖는 분담 체계. 나름 괜찮은 구조이다. 하마마쓰 시내로 들어오는데 하얗게 빛나는 성이 우뚝 서있다. 옆자리 인상 좋은 노인이 하마마쓰 성이라고 알려준다.  


하마마쓰 성 입구 시청 앞 광장


시청 앞 공원의 푸른 정원 사이로 하마마쓰 성이 보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570년에 히쿠 마성을 확장하여 고쳐지은 후 17년 동안 살았던 거성이다. 전국 통일의 기반이고, 이후 성주들이 잇달아 출세해서 ‘출세성’으로 불린다.  우뚝 솟은 천수각은 수많은 전쟁으로 훼손되어 1958년에 시민 모금으로 다시 지어졌다. 성 안으로 들어가니 목책 부근 석비에 새겨진 ‘개괘송’ 뒤로 소나무가 서 있다. 개괘송은 철갑 두른 소나무라는 뜻이다.  개괘송은 헤이안 시대에 미나모토 무장이 자신의 갑옷을 소나무에 걸었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자신의 갑옷을 소나무에 걸었다 한다. 철갑 두른 소나무는 바로 후지산을 남산이라고 부르는 하마마쓰의 이 소나무라고 하는 의견이 있다. 후지산을 섬기는 일본인들이고, 후지산을 남산이라 하니 그럴듯하다.


하마마쓰 성 천수각과 지붕 장식


애국가 제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부분이 있다.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소나무이고, 꿋꿋함을 표현하는 부분에 절대 공감하지만 철갑은 모르겠다. 어원을 찾아보니 소나무는 많은데 철갑은 강인함을 표현하는 정도이다. 애국가 작사자 윤치호(일본명 이토 지코)는 젊은 시절 도쿄를 중심으로 생활했으니 연관이 있을 듯하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공청회를 통해 논의해보는 것도 좋겠다.  

천수각에 오르니 일본 전역의 성 분포와 특징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에는 당시의 갑옷과 엽전, 무기, 그림 등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꼭대기에서 하마마쓰 전경을 360도 둘러볼 수 있다. 돌담과 지붕의 솟아오른 곡선이 예쁘게 치장되어 있다. 하얀 벽면에 까만 나무판, 그 위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이 곱다. 뒤편 일본식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내려가면 하마마쓰 미술관이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모니카에서 고안된 오쿠라 호텔 액트 타워


하마마쓰 역 부근 민관 복합시설 액트 시티 타워가 높다. 음악의 도시답게 건물은 하모니카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어있다. 휴일인데도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바로 옆 공공 악기박물관에 모여든다.


세일러 교복 입은 학생들

 

세계적인 악기 제조사 야마하와 카와이, 스즈키 세 본사가 창업한 곳 이곳이다. 수요의 감소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악기업체와 하마마쓰시가 공동 대응하여 음악도시 만들기로 승부수를 띄었다. 음악행사 및 전시, 체험 활동 등을 활발하게 추진했다.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 피아니스트 등용문으로 알려졌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에서 2009년 15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자로 선정된 사람이 바로 조성진. 하마마쓰는 악기산업과 함께 음악도시로 성장, 2014년 12월 유네스코 창의 음악도시로 승인됐다.    


하마마쓰 악기박물관 전경
악기박물관  전시물


  악기박물관에 들어가면 고대 쌀농사의 시작을 소리로 알리는 동탁종이 반기고, 우리나라 고전 장구와 풍물패 악기 영상과 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소장 악기만도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세계의 악기 1,300 점을 상시 전시하고 있고 헤드폰으로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19세기 유럽의 화려한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으며, 체험 코너에서 연주도 가능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하마나플라워 파크에 도착, 동경돔 6개 반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예쁘게 치장한 관람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 건너편으로 갔다. 곳곳에 예쁜 꽃들이 다양하고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고, 인위적이지 않게 잘 가꾸어놨다. 5월의 화사한 빛을 받아 곳곳에 생기가 느껴진다. 유리로 꾸며진 온실 안으로 들어갔다. 촉촉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호수 주변에는 물파초도 보이고, 쑥쑥 자란 나무들도 조화롭다. 잠시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정말 달콤하다.


플라워파크 입구와 정문
하마나 플라워 파크에서 만난 물파초들


다시 버스를 타고 칸잔지(관산사)로 올라가는데 온천지역이라 호텔들이 많다. 곳곳에 이곳의 특산물 장어 요리를 판매하는 그림들이 붙어있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이 곳은 장어덮밥이 유명하다. 칸잔지 전망대에 오르니 호수 너머 마을이 보인다. 우아한 관음상 아래 잠시 쉬고 있으니 오월의 바람이 살랑 거린다. 가만히 즐기는 여유 있는 시간이 그냥 행복하다. 내려오는 길에 내게 주는 작은 선물은 칸잔지 온센 호텔에서 피로 풀기.


간잔지 온천호텔 호수 위 온천


  오쿠사야마 산 오르골 박물관을 가기 위해 호수 위를 지나는 로프웨이를 타야 한다. 로프웨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섬과 마을이 호수와 조화를 이룬다. 이때, 호수를 반으로 가르면 달려오는 경정 한 대가 물보라를 일으킨다. 하얀 뱃길을 내며 시원하게 달려간다. 어느덧 도착한 전망대 앞 쪽에 연인의 종이 있다. 곳곳에 사진 스폿은 다소 상업적이다.  호수의 절경을 내려다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 과거 다이묘들이 배로 건너던 이 호수 위를 지금은 대교가 지나고 있다.


로프웨이에서 바라보는 하마나코 호수


이색적인 재미를 느끼는 오르골 박물관, 60이 넘어 보이는 초로의 신사가 오르골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설명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켜보는 이들도 감정이입이 되어 정성스럽게 듣는다. 하얀 장갑을 끼고 소중히 다루는 모습이 감동이다. 약 80종류의 오르골 컬렉션을 즐길 수 있는 박물관에서는 손수 작곡과 장식을 해 자신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도 있다. 아기자기 예쁜 오르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예쁜 오르골을 하나 샀다.

 

오르골 설명에 귀 기울여 듣는 사람들


 하마마쓰 역으로 돌아오는데 어린 학생들이 토요일 행사하고 귀가하는가 보다. 하얀 셔츠에 감색 바지와 어깨 둘러 맨 가방, 그리고 하얀색 반타이즈 양말을 신은 모습은 어렸을 적 우리들의 모습이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진 모습을 뒤로하고, 역사 안쪽에 있는 교자 집에 갔다. 사람들이 붐벼서 기다렸다. 하마마스에 300개가 넘는 교자 집이 있다. 하마마쓰 사람들은 밥보다 교자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퇴근길에 들러 교자로 저녁을 먹는 하마마쓰 사람들이 많다. 그들 속에 섞여 숙주나물이 올려져 있는 교자를 한입 베어 먹으니 오홍! 너무 맛있다. 단숨에 10개를 다 먹어버렸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시민들이 즐기는 오케스트라 공연
하마마쓰 역 주변 교자만두 가게


하마마쓰 역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나카타지마 사구가 있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동서 4km, 남북 600m의 사구가 펼쳐진다. 붉은 거북이가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다고 한다. 이 곳에서 매년 5월 초 3일 동안 하마마쓰 축제 메인 회장이 되어 연날리기 대회가 열린다. 밤에는 축제 마차가 마을을 돌아다닌다. 매년 150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축제의 요소 중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뿌리이고 미래이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 지역의 색깔을 담은 것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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