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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Mar 08. 2020

다케하라-일상을 담은 사진

일본 소도시 8 - 힐링 애니메이션 타마유라의 고장

2018년, 5월 셋째 주, 봄바람 타고 일상 탈출이다. 혼슈 남서부 소도시 다케하라로 향했다. 히로시마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25분 정도 달려가면 다케하라 버스센터에 도착한다. 바로 옆이 다케하라 역이다. 2011년 10월 무렵 방영되었던 사토 준이치 감독의 힐링 애니메이션 '타마유라'의 시작점이다. 고향으로 돌아오던 여고생을 반긴 것은 おかえりなさい. 고향에 잘 돌아왔다는 글귀가 역 앞 바닥에 새겨져 있다. 글귀가 뭐라고, 발을 내미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감과 따뜻함을 느낀다.


잘 돌아왔어요 라는 글귀 앞에 선 타마유라 장면
잘 돌아왔어요 라는 글귀의 실제 사진 모습

 

아버지와 마지막 나날을 보냈던 타케하라로 5년 만에 돌아온 여고생 후. 아버지의 유품인 Rollei 35S 카메라에 소소한 일상을 담는다. 다케하라 여기저기를 다니며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눈여겨본다. 나중에 후는 사진작가로 성장하게 되는 내용이다.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고, 일상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 따스하면서도 훈훈한 위로가 되는 타마유라. 한껏 부풀어 오른 표정으로 기차에서 내린 플랫폼,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진 마을, 대부분 배경의 실제 장소인 다케하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이 소도시를 찾아갔다.


힐링 애니메이션 타마유라의 장면


 역 앞 광장 오른쪽 관광안내소에는 주인공 후우의 입간판이 서있고, 한글로 된 뚜벅이 안내 자료가 있다. 친절한 노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강변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전통거리 보존지구의 시작을 알리는 히노마루 사진관이 보인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 사진관, 사진을 인화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 마법처럼 여기 서있다.     


전통 보존지구 입구에 자리 잡은 사진관-타마유라 장면
전통 보존지구의 실제 사진 모습


 이 곳, 전통 보존지구는 일본의 옛 가옥들, 신사, 절, 상가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골목이 잘 보이는 2층 집에 올라 창 밖을 내다보니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메이지 시대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이다. 실내에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전시되어 있고, 책과 만화들이 스토리텔링을 엮어낸다. 대나무로 장식된 벽면이 독특하다. 대나무의 동네이다 보니 곳곳에 대나무 장식이 달려있고, 대나무통을 뚫어 빛이 반사되는 조명, 대나무 꽃꽂이 등 소박하지만 재미있는 상품들이 가득하다. 소쇄원 등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서방사  관음전 전경


 오른편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서방사를 찾아 올라갔다. 가파른 계단을 씩씩대며 올라가던 후우와 친구들이 떠올랐다. 중간쯤 뒤돌아보니 소박하지만 정겨운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교토의 기요미즈테라를 본떠 만들었다는  붉은 건물과 기둥이 인상적이다. 후우가 마을 바라보는 친구들을 사진 찍어 주던 장면이 생각났다. 마루에 앉아 마을을 바라보니 한적하다. 오월의 푸른 바람이 불어오는 작지만 예쁜 마을이다.


서방사 관음전을 배경으로 한 친구들 촬영-타마유라 장면
서방사 관음전에서 바라본 다케하라 전경


옆에 위치한 보명각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다케하라가 한눈에 다 보인다. 이 곳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스토리텔링으로 발전시킨 부분이 인상적이다. 검박함과 진솔함이 크고 화려한 치장보다 오래가기도 한다.  옛 소금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갤러리를 둘러보고, 대나무로 덧댄 골목길도 인상적이었다. 만화에도 등장했던 식당 호리카와(ほり川) 구를 보니 괜히 반갑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부르는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고향으로 부부 동상이 서있는 곳도 둘러봤다. 꽃과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소품 가게, 오랜 우체국을 기웃거렸다. 카나에 선배, 카야노, 타케다츠아얀나 등  타마유라의 흔적이 곳곳에서 반긴다.

   

나도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여고시절, 처음 생긴 미놀타 카메라는 아직도 나의 최고 애장품이다. 여전히 소소하고도 센스 있는 곳을 사진에 담고 다닌다. 찰칵하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사물이나 사람들이 나에게 특별하고도 소중한 객체로 다가온다. 마음에 드는 장면과 장소, 그리고 그 순간을 마음속, 기억 속에 담기 때문일까? 지금도  사진 찍는 것이 좋다.  


  마요네즈를 사랑하는 나라인가?  이 곳도 음식에 마요네즈가 풍부하다. 마요네즈와 함께 명란을 넣은 스파게티로 점심을 먹고, 소박한 커피 잔에 아메리카노 고히 한잔. 일본 전통 과자를 얹어준다. 개운한 한 잔의 커피는 느끼함을 씻어내린다. 곳곳에 타마유라의 요정들이 함께하는 마을길을 지나 다시 역 앞으로 이동했다.



밤에 만나는 대마무로 만든 등불-타마유라 장면
낮에 만나는 대나무로 만든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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