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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Jul 13. 2020

규슈-유후인과 쿠로가와, 하카타

일본소도시 2 - 유후인과 쿠로가와 용천수를 만나다

북규슈 아소산과 벳부 중간쯤 자리 잡은 유후인은 하카타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 벳부 서쪽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1,583m의 광대한 유노 다케와 분지 1.5km 산책로를 마을의 명소는 유후인 역에서 긴린코 호수에 모여있다. 긴린코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예쁜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다. 3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을 만큼 규모는 크지 않다. 매년 4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몸의 피로를 풀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찾아오는 곳이다. 일본에서 3번째로 용출량이 많은 곳이다. 공용 온천 중 시탄유라는 곳은 관광객들도 이용하는 곳이다. 공용 온천을 경험해보고자 용기를 내어 어머니를 모시고 따끈한 온천탕에 들어갔다. 두 노년 남성이 온천 욕을 하던 중이었으나, 막상 탕에 들어가니 아무렇지 않았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여유롭게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피로를 풀었던 기억이었다.


유후인 온천호텔
유후인 긴린코호 주변의 상점가



유후인은 개발사업에 맞서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용기와 신념을 갖춘 주민들의 노력이 빛나는 곳이다. 작은 농촌마을에 불어 온 댐 건설 계획에 대항하여, 청년들과 료칸 경영자들이 환경보호 노력을 전개하면서 댐 건설이 취소되었다. 촌장 이와오 히데카즈의 지휘 아래 골프장과 대형 건설 계획 또한 백지화했다. 80년대 이후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여행 수요가 변화하면서 유후인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있는 온천 여행지로 보답을 했다. 지금도 소소하고 예쁜 유후인은 가고 싶은 온천 여행지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유후인의 명물 금상 고로케
유후인 샤갈 미술관


유노츠보 거리 곳곳에 지브리 스튜디오 캐릭터가 보이고, 도예체험 및 레트로 박물관도 눈에 띈다.  이 곳의 명물 유후인 버거는 빵에 크림치즈가 잔뜩 들어있는 수제버거이다. 또한, 일본 전국 고로케 대회에서 금상 받은 고로케 또한 이곳의  명물이다. 여러 종류 중 치즈와 감자 고로케를 사 먹었는데 맛이 꽤 좋았다.

아담한 샤갈 미술관의 석판화 작품은 서커스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샤갈의 독창적인 색채가 돋보였다. 1층 우측의 라 뤼슈 카페에서 긴린코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는 것 또한 유후인 여행의 멋이다.

작은 동화마을 플로랄 빌리지는 체코의 소호거리 혹은 파주 프로방스를 떠올리게 하는 아담한 마을이다.


유후인 햄버거
유후인 작은 동화마을 플로랄 빌리지


유후산 기슭, 긴린코 호수는 해 질 녘 호수 위로 힘차게 뛰어오른 물고기가 금빛으로 보인다 해서 긴린코, 황금 비늘 호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리가 세워진 호수의 가장자리에 빙 둘러있는 마을의 모습이 그림 같다. 수심 약 2m의 작은 호수이지만, 바닥에서 온천수와 맑은 지하수가 동시에 솟아오르고 그 온도차에 의해 수면에 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로맨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 일본인들도 자주 찾는 명소이다.


도리이가 서있는 긴린코 호수
긴린코호 물안개에 쌓인  아침 모습-유후인 관광자료



유후인 서쪽에 위치한 쿠로가와, 우리말로 검은 강이다. 이 곳은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산속의 작은 온천마을이다.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료칸 조합을 만들고, 온천 메구리 시스템을 만들어 특색 있는 온천 마을을 살려낸 곳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가다, 쿠로가와 온천 마을 입구에 서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이 보인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역사가 있는 전통 료칸 마을이다. 조여사는 지금까지 다녀온 온천 중 이 곳을 최고로 꼽는다. 따끈하고, 깨끗한 온천탕과 맛난 식사, 고요한 마을의 분위기가 조여사를 사로잡은 듯하다.


쿠로가와 온천마을 안내도



쿠로가와는 해발고도 약 700미터 산골지역이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온천을 홍보하여 유명해진 곳이다. 모든 건물을 특유의 검은색과 옅은 황토색으로 통일해서 디자인했다. 두 색깔로 제주도의 생명력을 보여준 변시지화가가 떠오른 곳이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온천 입욕권 제도를 만들어 냈다. 뉴토테카타는 쿠로카와에 있는 온천 중에서 3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온천 마패이다. 사람들은 마을의 중심인 카제노야 마을조합에서 온천욕에 필요한 수건 등이 담겨 있는 바구니를 받아서 온천 탐방을 하러 다닌다. 유후인에 비해서 관광객들이 적은 편이라 정말 여유로운 마음으로 온천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노천탕에서 느긋한 시간을 즐길 수 있고, 고요한 온천에 몸을 푹 담그면 그냥 좋은 곳이다.  쿠로가와 센베나 토속주 등  "쿠로가와" 브랜드 제품들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저온살균 우유! 흑설탕을 써서 자연스러운 단 맛을 내고 있어 인기 있다.



마을의 중심에 서있는 온천 조합 건물
온천 3회 이용권 온천 마패 메구리



쿠로가와에서 2시간 30분 정도 북쪽으로 달려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한국사람이 연간 158만 명 정도가 다녀오는 곳이다. 규슈 지역의 허브로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후쿠오카 시내에 하카타역이나 하카타 항구는 있어도 후쿠오카 역은 없다. 후쿠오카 중앙을 가로지르는 나카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유서 깊은 전통 상업도시 하카타, 서쪽은 무사의 도시 후쿠오카였다. 1889년 두 도시 통합과정에서 이름을 정하는 문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 처음에는 하카타라는 이름이 선정되었다. 무력을 가진 사무라이들의 반발이 거세자 후쿠오카로 최종 결정되었고, 타협의 결과로 항구와 철도역의 명칭은 하카타로 정해졌다. 우리나라 삼천포시와 사천 군을 통합하여 사천시로 승격하는 내용과 관련, 칠천포라고 하자는 TV 프로그램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센스 있는 한 부분이 떠올랐다.  


후쿠오카 시가지 전경- 후쿠오카관광자료


역사 전통이 숨 쉬는 하카타 구시가의 시작은 2014년에 건립된 하카타 천년문이다. 하카타 사원 양식의 천년문을 지나면 사원들이 줄지어 모여 있다. 조텐지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사원 거리에는 돌담길의 정취가 가득하다.  조텐지는 송나라 출신 사국명이 창건한 사찰이다. 일본식 우동과 소바의 발상지라는 비석이 서 있다.

조텐지를 지나 왼쪽으로 200m 지점에  일본에서 가장 큰 목조 대불을 볼 수 있는 도초지 절이다. 806년 당나라에서 귀국한 구카이 대사가 창건, 붉은 색깔의 오층탑과 국가 중요문화재인 천수관음 입상이 모셔져 있다. 도초지는 티베트 밀교에서 전래된 절로 불경을 새긴 마니차가 본전에 들어서 있어 이국적 느낌이다.


도초지 목조 대불



구시다 신사 후문 쪽 강변에 조성된 하카타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거리 가와바타 상점가, 400m에 이르는 아케이드에 전통 공예품 점포를 시작으로 130여 개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가와바타 상점가를 지나 나카가와 강변에 자리 잡은 캐널시티는 종합쇼핑몰이다. 이곳의 한가운데 운하가 흐르고 매 정각마다 분수 쇼가 펼쳐진다. 5층에는 일본 전국의 대표 라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라멘 스타디움’이 있다. 각종 라면 판매 모습을 보고 라면 하나를 이렇게 상품화하는구나!!  상품화에 대한 능력은 대단하다.


캐널시티의 화려한 외관
캐널 시티 5층 라면 스타디움
백남주의 비디오 아트 작품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일본 최대급 작품이 “Fuku/Luck, Fuku=Luck, Matrix”. 제목으로 크리스털 캐니언 남측 유리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세로 10대, 가로 18대, 총 180대의 TV 모니터가 정렬되어 있으며 각종 이미지와  동서양의 풍경이 화면 위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백남준의 작품을 일본의 종합 쇼핑센터에서 만나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스미요시 신사 고대 스모선수 조각상



스미요시 신사는 고대 스모 선수의 조각상으로 유명하고 스모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조각상은 양 팔을 쭉 뻗고 있는데, 양 손바닥에 힘 력(力) 자가 새겨져 있어 그 앞에는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스미요시 신사 뒤편에 있는 라쿠스이엔은 옛 하카타 상인의 별장을 개조한 정원. 전통 다다미방에 앉아 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말차와 모찌로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다.  규슈에서 칸몬대교를  건너 시모노세키와 야마구치를 향해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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