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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Aug 23. 2020

도쿄1-도심 숲 힐링 나들이

일본 도시 29 - 도쿄 빌딩 사이로 도심숲 찾아가기

2019년 7월 19일, 태풍 다나스가 북상하기 직전, 도쿄행 비행기를 탔었다. 흔들리고 요동치는 비행으로 인해 두 시간 반 동안 불안에 떨었건만, 그새 잊어버리고 10월 24일 도쿄로 향하고 있었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 1박 2일 일정이라 시간과 동선을 최대한 활용해 도쿄의 공원들을 찾았다.   


여행에서 공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들이 이거 저거 공연을 기웃거리는 풍경,  키 큰 나무로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곳에서 멍 때리고 앉아있기, 때론 새벽에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원을 거닐어보기, 혹은 저녁 무렵에 편의점에서 사 온 도시락과 맥주로 재충전 하기, 나른한 오후  커피 한잔 들고 가볍게 산책하는 힐링 도심 숲 여행은 도쿄를 향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도쿄타워와 시가지


도쿄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와사키, 요코하마와 더불어 거대도시 띠를 형성하는 메갈로폴리스이다. 도쿄는 여러 면에서 서울과 닮았다. 두 도시 모두 시목은 은행나무이며, 큰 강이 도시를 흐른다. 광역 교통망이 발달하였고, 전철 등이 다양하게 운행 중이다. 노선이 복잡하지만, 도쿄 지하철도 역마다 지정된 번호에 따라 up, down 방식으로 움직이면 활용이 쉽다.

도쿄 지하철 노선 안내


2020년 6월 기준,  서울시는 25구, 인구 970만, 면적은  605 km²,  인구밀도는 16,000명에 달한다. 반면, 도쿄시는  23구,  인구 1,400만,  면적 621 km², 인구밀도는 14,153 명이다. 높은 인구 밀도와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두 도시에 진정 필요한 것은 초록 위안을 안겨주는 도심 숲, 숨구멍이다.

북한산 둘레길, 서울숲 등 서울의 녹지 비율이 도쿄보다 약간 높은 4.5% 이지만 세계 보건기구가 권장하는 9%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넘쳐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거대도시의 숨구멍, 도심 숲은 미세먼지를 40%나 잡아먹는 허파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 한그루가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잎사귀가 많고 더 오래 붙은 침엽수가 44g, 활엽수는 22g을 흡수한다. 숲과 나무는 도시의 미세먼지 먹는 하마인 셈이다.


게이세이 우에노역


나리타 공항에서 특급 기차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40분 정도 달리면  게이세이 우에노 역에 도착. 비용이 약간 비싸지만 대신 시간을 살 수 있다.  시노바즈 거리에 예약한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부리나케  우에노 온시 공원으로 향했다. 주변에 전철 노선이 많고, 다양한 시설이 모여서인지 사람들로 붐볐다. 주말이라 마술공연, 버스킹 공연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우에노 공원은 누구에게라도 활기찬 삶과 의욕이 발휘되도록 열려있는 공간이었다.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도쿄의 명소이다.


 우에노 온시공원이 새겨진 비석
우에노 공원의 주말 버스킹 모습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막부를 세우면서 바다를 메우고 도로와 하천을 정비하고 다리를 놓았다. 7천 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50만 명으로 증가했다. 고지대에는 다이묘를 비롯한 사무라이들의 저택이 지어졌고, 저지대 시타마치에는 죠닌들이 주로 거주했다. 외곽에 도쿠가와 집안의 사찰 칸 에이지 및 신사가 세워지고 이후 분열과 입헌 통치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1,873년 칸에이지의 경내에 조성된 일본 최초의 공원이 우에노 공원이다. 54만 평방미터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공원의 정식 이름은 '우에노 온시공원'으로 천황이 선물한 공원이라는 뜻이다.  


우에노 공원 왕인박사 기념비 앞


공원 남쪽 입구에 가고시마 편에서 소개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그의 개와 함께 서있는 조각상이 있다. 그러나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박사 왕인의 기념비 2기. 왕인은 백제 근초고왕 때 학자로, 일본에 건너가 한자와 유교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청동판에 박사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일본어, 영어, 우리말로 박사 왕인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음~~ 고대 한일 교류의 근거로 남는 역사 현장이다.

 

우에노 공원 모리 미술관 고흐 전시와 아름드리나무들


안쪽으로 들어가니 우에노 모리 미술관에서 고흐전이 열리고 있었다. 노란 바탕에 고흐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고, 사람들이 관람하려고 길게 줄 서 있었다. 고흐 전시를 지나 국립 서양 미술관으로 향했다. 왼쪽 편에는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공원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서있다. 공원은 넓었고,  하늘은  광채를 쏟아내고 있었다.


르 꼬르뷔지에가 세운 도쿄 국립 서양 미술관 본관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1,959년에 세운 도쿄 국립 서양 미술관 본관. 르네상스 이후 20세기 초까지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르 꼬르뷔지에가 세계 곳곳에 건축한 17개 건축물이 2016년 7월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는데 그중 하나이다. 100년 전 시대였지만, 건축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기억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에노 공원에 이런 보물이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르 꼬르뷔지에 전시 관람 - 김중업 건축박물관에서


필로티를 통한 1층의 자유 활용, 자연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 옥상 정원, 철근 콘크리트 기둥으로 공간에 자유를 부여하여 열린 평면 가능, 원하는 곳 어디에나 문과 창을 배치하는 자유로운 파사드, 채광 효과가 좋은 긴 수평창 등의 방식을 도입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꼬르뷔지에. 사후 루브르 국장 및 유럽 국가의 동전에 얼굴을 새겨 넣을 만큼 대단한 건축가였다. 도미노 시스템, 공간 절약형 주거 건축법, 대단위 주거지 창안, 인체공학적인 모듈러 이론 등 현대 건축의 기본이 되는 이론을 남긴 그가 마지막 생을 보낸 곳은 바닷가 근처 4평 남짓한 오두막. 거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에서 지내던 건축가의 실천적인 삶이 너무도 멋졌던 기억이 있다. 공원에 서있는 오랜 나무들처럼, 지상에 오래 남아있을 건축물을 세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과  뒤쪽 부르델의 조각 활 쏘는 사람
르 꼬르뷔지에의 말년 4평의 공간을 기억하며


미술관 정원에 들어서자,  오른편에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과 '칼레의 시민'이 서 있고, 안 쪽에 부르델의 '활을 쏘는 사람' 등 검은빛 조각품이 정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드나들고  있는 자유로운 정원, 미술관을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여행 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들여다보면 안도감이 든다. 일종의 공감이랄까? 아,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통하는구나!  이 느낌 오래 담아놓으려  정원 한쪽에 앉아 마음의 사진을 찰칵! 가을 햇살도 같이 담았다.


토요 바자회에서 요기 후 나무에 기대 휴식


국립 도쿄박물관에서는 나라 도다이지의 쇼쇼인(정창원) 보물이 소개되고 있었지만 패스하고, 하얀 천막들이 늘어선 음식 바자회로 향했다. 생선구이를 안주 삼아 맥주 1컵을 마시고, 느긋한 자세로 큰 나무뿌리에 앉아 한가로이 여유를 즐겼다. 크고 듬직한 나무 밑동 부분 돌출된 뿌리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여행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심했다. 그게 여행 중에 느끼는 일종의 해방감! 


우에노 공원의 작은 동산에 올라 즐기는 여유


작은 언덕에 올라가 고요히 빠져드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 침잠하는 기분. 잠시이지만, 무아의 시간을 경험한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 순간이 그냥 참 좋았다. 시민들의 쉼터 되는 우에노 공원, 봄의 벚꽃이 물론 아름다운 곳이지만 초가을의 한들거리는 바람을 느끼는 이 공원과 그늘도 못지않게 좋다. 우에노 공원은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일상 공간이었다.


우에노 도쇼구 본당


클림트 전시회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도쿄도 미술관을 지나 동물원 쪽에 있는 우에노 도쇼구 신궁으로 향했다. 봄에는 만발한 벚꽃 축제 하나미가 열리고, 겨울에는 40종류 600송이 모란꽃이 피는 것으로 유명하다. 입구의 도리이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좌측에 200여 개의 석등이 모여있다.

이곳을 지나면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제단이 세워져 있다. 50여 개의 청동 등을 지나 맞은편에 본당이 나온다. 도쇼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롯한 가신을 모신 곳이다. 본전에는 금박을 붙인 문이 있다. 국가지정 중요문화재로 양쪽에는 에도시대 초기의 조각 작품인 승천하는 용이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한 조각과 금빛 채색에서 중국 느낌이 났다.


시노바즈 연꽃 공원 앞 팬터마임 공연


숙소로 내려오는 곳에 민속자료관, 어린이도서관, 동물원 등 많은 문화시설들이 위치해 있다. 연꽃이 유명한 시노바즈 공원 옆에서 팬터마임, 마술 등 다양한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연꽃은 지고 푸른 잎사귀들이 연못을 덮고 있었다. 공연을 들여다보다 우에노 히로코지 역에서 순환 지하철을 타고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다.


요요기 공원으로 들어가는 중


 요요기 공원. 도쿄시에서 5번째로 넓은 공원으로, 면적은 54만 평방미터를 넘는다. 우에노 공원이 생기가 넘치는 곳이라면 요요기공원은 정숙함이 흐른다. 메이지 신궁 옆에 위치한 공원으로 한가하고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이 공원 부지는 1,910년 일본 최초의 항공기 비행 장소였고,  군 연병장으로 사용되어 당시는 요요기노하라라고 불렸다 패전 후 미군 숙소로 바뀌고, 1,964년 올림픽 선수촌이 되었다. 이후 도쿄돔 11배의 광활한 면적에 도쿄 도심 숲을 이루고 있다.


요요기 공원의 한가로운 모습


요요기공원은 원래 허허벌판이었다. 이곳에 일본 전국과 한국, 대만에서 가져온 나무들을 11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 약 1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50년 만에 울창한 공원을 만들어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요요기 숲을 만들어냈다. 요요기 A지구 삼림공원은 마치 쉐라의 그림 속에 나오는 풍경이다. 그 순간의 분위기 자체가 멋지다.


메이지 신궁 입구 오오토리
메이지 신궁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모습


메이지 신궁은  메이지 국왕 부부를 모시는 신사로 1,920년 완공되었다. 신사 입구 기둥문 오오토리가 엄청 크다. 높이 12미터, 폭 17.1미터, 기둥은 지름 1.2미터, 13톤 무게이다. 일본 전역에서 가장 큰 토리로 처음 세워진 문은 벼락을 맞아 부서졌다가 1,975년에 다시 만들어졌다. 메이지 신궁 안에는 소원을 적은 나무 에마가 많이 걸려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일본 전통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유신 이후 입헌군주국을 수립하고 정부의 권력 강화와 대외팽창이 추진되었던 메이지 왕실의 신사이다. 조선 강화도 침략 및 청일전쟁, 만주침략과 일제강점기 관련 기억을 떨쳐낼 수 없는 곳이라 휙 둘러보고 나왔다.


신주쿠 도심 숲이 표현된 언어의 정원 애니메이션
신주쿠 공원 정문과 똑같은 애니메이션 장면


신주쿠 공원은 9시 정각에 문을 열었다. 500엔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일요일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한가롭게 들어가는 순간, 어! 낯익은 광경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배경이 되었던 곳. 입구부터 똑같다. 장마로 인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랑, 고전 만엽집의 시들이 신주쿠 일본 정원을 배경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언어의 정원 애니메이션 일본식 정원
애니메이션 주요 무대인 실제 일본식 정원


여성구두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고교 1년생 다카오는 비 내리는 아침이면 학교 수업을 빠지고 도심에 있는 정원에서 구두를 스케치한다. 초콜릿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유키노'와 마주치게 되는데 낯익은 얼굴에 말을 건네본다. 만엽집에 나오는 시가를 읊으며 유유히 사라진 그녀. 또다시 비가 내리던 날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고, 비 오는 날  만나는 특별한 인연이 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하게 되고 둘 만의 언어의 정원이 생겼다.  


일본식 정원에 설치된 둥근 다리
둥근 다리를 지나가는 애니메이션


비 오는 날의 풍경, 비가 갠 후 운치 있는 도시와 숲이 만든 아름다운 영상. 40분짜리 언어의 정원을 보면서, 가슴 따뜻함이 느껴졌고, 6월 장마철에도 저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위로가 되었던 영화였다.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 텐데',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 주신다면 난 머무를 겁니다.'    - 만요집 시가


호수와 석등롱이 수면에 비친 일본 정원
꽃과 나무들로 우아한 프랑스 정원
넓은 잔디와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영국정원


 황실 정원이 1,949년 도심 숲 공원으로 되었으며, 넓이 58.3만㎡, 둘레 3.5km의 광대한 규모이다. 장미와 예쁜 꽃들로 우아한 프랑스식 정원을 지나 푸른 잔디밭이 돋보인 영국식 정원, 부근 디아모 연못을 둘러보고 유리로 된 온실로 들어갔더니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 온실 설계자가 창경궁 온실도 설계했다 한다. 아름답고 우아하여 도시민의 쉼터가 되는 신주쿠 공원에 1,000 그루가 넘는 벚꽃 나무가 있어  봄이 되면 분홍빛으로 물들인다고 한다. 신주쿠 공원을 뒤로하고 고쿄와 히비야 공원 쪽으로 이동.


문화 서울역 284
도쿄역 모습


35년 전 도쿄를 처음 방문했을 때 서울역과 유사한 도쿄역을 보고 놀랐었다. 서울역 설계자 쓰카모토 야스시의 스승이 메이지 건축의 대부, 다쓰노 긴고. 그가 도쿄역을 설계했으니 유사할 수밖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도쿄역  뒤쪽으로 향했다.


황거 외부 정원에 길게 이어진 소나무


길게 이어진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에도성의 해자, 도쿄를 갈 때마다 한 번씩 지나가는 고쿄 가이엔(황거 외원)은 도쿄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둥근돌을 길게 이어 시가지와 구분하고 있는데 1949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해자를 따라 한 바퀴 뛰려고 이른 새벽에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나 역시 새벽 산책을 하러 나섰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길게 소나무가 심어진 공간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소나무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곰솔이라고 한다.


아치형의 석조 메가네 바시


아치형의 석조가 둘로 나란히 된 메가네 바시. 물에 비친 모습이 안경처럼 보인다 해서 그렇게 부르나 보다. 이 곳은 1월 2일과 일왕의 생일에만 열린다고 한다. 고쿄는 1869년에 교토에서 옮긴 이후 지요다구에 있는 일왕의 주거이다. 고쿄 내 견학은 하루 2회, 궁내청에서 수속해야 참가할 수 있다. 정원, 해자, 에도성의 유적을 볼 수 있으며, 현재 황거의 가치는 2,188억 1,000만 엔이다고 한다.


히비야 공원에 자리한 가든
도심 속 히비야 공원의 분수


새벽에 전철을 타고 히비야 공원에 내렸다. 새벽이지만 불빛 환한 가든은 여행자의 마음을 뺏는다. 고쿄 남쪽, 신주쿠와 긴자를 이어주는 히비야 공원은 1,903년 일본 최초의 서양식 공원으로 독일의 정원 양식이 혼합된 곳이다. 히비야 공원의 가장 큰 상징물은 대형 분수. 28분 동안 24종류의 패턴을 갖고 높이는 12m 물줄기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가드닝 쇼, 비어파티 등이 열리나 보다. 일 년 내내 화려한 꽃이 피는 공원의 S자형 길을 걸어봤다. 3,200그루의 나무와 작은 호수가 우아하게 자리한 이곳에 우리 역사가 담겨있다.


재일 한국 YMCA 2.8 독립선언 기념 자료실에 전시된 2.8 독립선언 11인
당시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소음악당


고쿄 남쪽 히비야공원은 재일 유학생들이 모여 독립만세 시위를 벌인 곳이다. 2.8 독립 선언 운동을 이어서 전개하며, 1919년 2월 12일 조선 독립선언을 발표했다. 유학생들은  이곳 히비야 공원에 집결, 적국의 심장에서 조선 독립을 주장했다. 구속을 각오하고 독립운동을 외치던 학생들은 끌려가고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도쿄 유학생 769명 중 참가한 600명의 학생들이 외치던 2,8 독립운동은 3.1 운동으로 이어져 이 땅에서도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조선 독립을 외치던 소음악당 앞에는 커다란 태양열 꽃시계가 자리하고 있어 당시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바공원 르 빵 코티디엔 브런치
이른 아침에 찍은 도쿄타워 사진


지난해, 6월에 친구들과 도쿄 건축기행을 왔을 때 숙소를 시바 호텔로 잡았다. 도쿄타워 아래쪽 시바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붉은 도쿄 타워와 보색으로 조화된 거대한 나무들이 초록초록 빛나며 길게 이어진 길이 인상적이다. 맞은편  르빵 코티디엔에서 커피와 함께 따끈한 빵의 향미가 아직 남아있다.

시바 공원은 1,873년에 개원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중 하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심었다는 은행나무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역대 쇼군들이 잠들어있는 시바공원 증상사 사찰을 둘러보고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도심 숲 찾아 떠났던 도쿄 여행에서 삶과 죽음의 대비, 고요와 활력의 교차를 느꼈다. 권력이 행사된 곳에서 힘찬 저항의 역사도 찾아보았다. 그 모든 것들을 지켜봐 온 도심 숲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도쿄 숲에서도 어김없이 우리의 역사를 발견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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