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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Apr 23. 2019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있을때

우리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길을 걸었다

주, 몸살감기가 와서 목욕탕을 가지 못했다. 아프고 난 이후 석달동안 거의 매일 가서 반신욕을 했는데,일주일을 쉬고 보니 감기는 나았지만 몸은 더 나른하고 무겁다. 일찌감치 빨래를 해서 잘 널어두고, 대충 준비해 목욕탕으로 향했다. 마당 한가득 햇살이 넉넉이 들어와 있다. 집에 돌아올 쯤엔 까실까실한 빨래를 걷을수 있으려나 기대가 된다.


평소 가장 많이 오가는 우리동네 골목길과 이어진 산책로, 목욕탕까지 이어진 이길을 따라가면, 20분정도 무리없이 가볍게 걸을수 있다. 이길을 이용하는 사람은 우리동네 사람이 대다수라서, 낮이라도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가로수 길이라, 따스한 햇살을 받거나 여름엔 시원한 그늘아래 다니며,  천천히 생각하며 걸을수도 있다.  아이들,남편과 산책삼아 자주 오가며 소소한 추억을 쌓은 길이다. 오늘도 나는 혼자서 그 길을 걸었다.


소중한 아이들

 사월의 햇살이 길을 걷는 내내 머리위에 머물고 있어 포근하고 따스했다. 가로수 길을 쭈욱 따라 걷다 면 드문드문 민들레꽃이 노랗게 피어있다. 세상에 이렇게 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꽃이 있을까. 볼때마다 기특하고 감사하다. 곧 먼 여행을 떠나게 될 민들레 홀씨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큰 나무 아래, 보도블럭 틈새, 무성한 잡초들 사이 가리는법 없이 뿌리를 내리고야 마는 강한 아이들. 봄이면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는 소소한 행복이다.


비온뒤 갓 돋아난 연한 풀을 우물우물 맛있게 먹고 있는 자유로운 염소떼들도 만났다. 푸른 풀밭은 평생 누리지 못할 유토피아 일수도 있는데, 보기드문 염소팔자란 생각이 들었다. 죽어서 어떻게 될 지언정, 살아서 자유롭게 풀을 뜯수 있는 너네가 참 복이 많구나. 사람도 염소도 호불호가 이렇게나 갈리다니.....


가로수  녹색잎 보지 못한사이 한여름 나무처럼 무성해져 있다. 봄비가 한차례 지나간뒤 거리풍경은 더 반질반질하고 한결 생기가 넘친다. 연한 녹색잎을 품은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릴때마다 빛가루가 챠르르 쏟아진다. 예쁜 모습들....사진담아두고 싶었는데, 하필 꼭 이럴때 밧데리가 없다.


소중한 것들이 사라진다.

봄이 왔다는데,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우리 어머님께 원망을 사기도 했다. 해마다 변덕스런 봄날씨가 놀랍긴 하지만, 이제 더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봄이 점점 짦아지고 있는 현실속에 온난화는 더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멀지않은 때에 사계절이 아닌 삼계절이 될지도 모른다니, 진실로 그렇게 된다면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있을까.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북극곰의 집이 사라지고 있는것과  사계절이 사라지것이 더 이상 무관하지 않다는 알게 되었다. 어머님품 같은 저 넓은 바다를 병들게 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집의 플라스틱과 상관없다고 당당히 주장할수도 없다. 흐르는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린다면, 인간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이 비극을 멈출수 있을까. 만약 멈출수 없다면 어디서부터 이 엉켜진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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