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배로 껑충 뛰어버린 기름값에 놀란가슴진정시키며 이웃의 도움을 구했다. 드라마틱한 난방비 확 줄이기와 같은 비법은 없을지라도, 아이넷 있는 외벌이가장의 아내로서 구멍난 가계부를 메울 꿀팁을 찾아내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듯 싶었다.
예전엔 그랬다. 창문마다 뽁뽁이도 갖다 붙여보고, 암막커텐도 설치해 보는등 열심을 내었지만, 자르고 붙이고 설치하는 수고에 비해 (단독주택이라 그런지)효과는 미미했다.우리집엔 거실과 안방에벽하나를 통째로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이 있고, 나머지 3개의 방에도 거실 반정도 크기의 창문이 있다.이 5개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우풍만 막아도 훨씬 따뜻할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집 지출 우선순위에 창문 리모델링 비용은 당분간 없을 예정이다. 만약 창문밖 풍경이 초록이나 푸른 하늘이였다면 내 마음이 조금 너그러웠을 텐데 아쉽게도 이끼낀 시멘트 담벼락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실내에서 가디건을 입는건 필수고 무릅담요랑 전기매트등 보조 난방기구를 24시간 사용중 ON으로 해둔다.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신진대사가 활발한 탓인지내복만 입고바닥에 뒹굴어도 춥지않고 시원하단다. 살고있는 집에다 옷을 입히려면(단열공사)경제적 부담이 크다. 차라리 만만한 내몸에 겉옷 한장더 걸치는게 효율적이고 바로 체감할수 있다.내복 입는 습관은 긴 말 필요없이 최고인듯.
이웃들이 올려놓은 난방비 절약팁의 중심에 보일러 조절기가 있음을 발견했다.몇해전 까지난 컨트롤의 여러 기능중 난방과 온수기능밖에 몰랐었다.뒤늦게 알고보니나는 왜 알려하지 않았나 싶고, 이런쏠쏠한 정보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젊은 난대가족 살림하며아이 키우느라 바빳고 남편은 벽에 조그맣게 달려있는 난방조절기 따위 딱히 관심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꾸준하고 일관성있게 집안일에 무심한사람이 처음엔 섭섭했지만,세월가니 그것도 적응했는지 어설픈 참견이나 잔소리가 없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집 보일러는 경동 나비엔이다.
집지었을때부터 함께 했으니까 올해로 설치 32년째 되었다. 보통 보일러 수명이 15년임을 볼때 흔치않은 경우긴 한데, 중간에 심야전기보일러로 난방한 13년간은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제작년 한파로 전기보일러가 고장이 났을때,고물상에서 생을 마감할 뻔한기름보일러를 아쉬운대로다시살렸다. 걱정과 달리 32년된노장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기계도 겪어바야 알 노릇인가 보다. 지금 같으면 천만원이나 써가며 전기보일러를 설치하지 않았을텐데, 전기보일러 설치는 무조건 비추다(할 말은 많지만 본론으로)어쨋든 몇 달 쓰자고 새 보일러를 설치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수 있었다.도시가스공사 전까지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컨트롤러를 컨트롤해야한다
우리집사정에 맞게 컨트롤을 조정하며 써야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되므로 조절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보일러에는 실내,예약,온돌 세가지 기능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실내모드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시스템이라 우풍심한 집에 적합하지 않다. 공기센서가 1도 오른걸 감지할때까지 보일러가 쉬지 않고 가동되기에, 노후 단독주택은 1도 올리려다 되려 난방비폭탄을 맞을수 있다. 단열이 잘된 집이라면 혹 다른 결과가 있을수도.
온돌모드는 공기가 아닌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기능이다 설정된 온도까지 보일러가 가동되다가 바닥으로 방방마다 물이 순환되어 한바퀴 돌고 식어버린 온수를 다시 데우려고 보일러가 가동된다. 우리집은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금방 식어버리는 까닭에 이 또한 적합치 않다. 온돌 온도를 50도로 설정하고 가동시켜 봤는데 확실히 아침에 일어났을때 공기가 따뜻했다. 아래위층에 끼여 있는 아파트면 온돌모드를 했을때 열손실이 크지 않아 적합하겟으나,1층인 경우는 열손실이 커서 맞지 않을수 있다. 삼 사십년전 연탄불이나 아궁이에 군불떼던 세대들이 기억하는 온돌의 아랫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바닥이 뜨끈뜨끈 하도록 연료를 쓴다는건 감히 상상조차 할수 없기에.
예약모드는 우리집같은 노후주택에서 난방비가 신경쓰인다면 꼭 써야할 기능이다. 2시간에서 9시간까지 시간단위 설정이 가능한데 설정후 정해진 시간마다 20~30분 가동된다. 보통때는 4시간 간격, 좀 추울때는 3시간 간격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날이 좋아 낮에 혼자 있을때 간혹 보일러를 꺼 놓아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집 나의 집
거실에 깔려있는 커다란 전기매트는 우리집 아랫목이다.
두꺼운 이불이 늘 깔려있어 따스함이 유지된다.
3단정도 올리면 찜질방 부럽지 않게뜨끈뜨끈해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거리게 된다. 겨울철 우리 가족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 한번 배깔고 누우면 아이도 아빠도 절대 양보하지 않는 공간.일곱식구 모여 앉아 있으면 서로의 체온으로 더 따스함을 느낀다. 주변에 혼자 계시는 분들이 가끔 우리집에 마실 오시면 보일러가 꺼져 있는데도 당신보다 우리집이 더 따뜻하다 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기름을 마음껏 팡팡 쓰지 못해도 이 겨울,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낸다. 늘 투닥투닥 거리며 다투는 아이들, 옆에서 말리는 시어머님 그리고 뭘 하든 별 관심없는 남편이지만 함께 하기에 사람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집이 우리집이라 말할수 있는 내 집이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