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를 시켜 아이들이랑 소박하고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있지만 먼가 허전하다. 아직 귀가하지 않은 둘째에게 과자 심부름도 시켰다. "우리 피자 한 판 시킬까?" 치킨 한 마리는 아쉽고, 과자 보따리를 안고올 둘째는 아직이다보니 피자 이야기까지. 겨울이라 몸이 불어 야식을 멀리하고 있지만 오늘은 사소한 것을 내려놓고 왠지 너그러워지고 싶은 날이다. 하지만 피자까지는 너무 간거 같아서 일단 참기로 함.
12월 24일은 전통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선물사는 날이였다. 성탄절몇 주전부터우는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준다는 흔한 단골 멘트를자주 날려서인지 우리 부부가 떼 부리는걸 허락하지 않아 그런건지, 네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가면 무얼 갖고 싶다고 떼쓰며 운 적이 거의 없었다. 그 땐 말 자알 듣는 아이에게 특급 칭찬이 주어졌지만,지금 돌아보면 크리스마스엔 좀 더 인심을 써도 됐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머 이래"
아직 어린 막내가 무언가 불만이 가득하다
"예쁜아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님이 주인공이야. 예수님이 따뜻한 우리집도 주셨고,치킨이랑 과자도 가족들이랑 배부르고 맛나게먹었는데 감사하는 마음 가져야지. 더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생각하자" 아이에게 불쌍한 이웃을 생각하자는 말이 와 닿을까 싶지만 나의 진심이기도 했다.마켓에 가서 선물을 안겨주는게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채워줄수 있을까 싶고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소중한 기억
마당 넓은 우리집에 시집왔던 그 해.
남편과 태중의아기와함께한 첫 크리스마스를떠올리면 감동적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태어나 처음 성탄트리도 직접 꾸며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 두근거리고 설레며 반짝이는것들...동그란 구슬, 새해 소망을 적은 카드, 색색이 반짝이는 전구들이 하나하나 나무에 달릴때마다 뿌듯함과 기쁨이 몰려왔다. 마을마다 다니며 부르는 새벽송이 허용되었던 시절이라 선물을 준비해놓고 그분들을 기다리며 밤잠을 설쳤어도 피곤함을 몰랐다. 그렇게 모인 선물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경찰관, 소방대원등 성탄절에 쉬지 못하고 수고하시는 분들께 전달이 되었다.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성탄새벽에 나즈막히 들리던 그 날의 노래가 아직도 마음에 울림을 준다.
첫 크리스마스는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선물처럼 하늘에서 흰 눈이 송이송이 내려와 마당에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흰 눈. 알알이 하얀 송이들이 하늘의 천사처럼 마당으로 얌전히 내려앉아 우리를 축복하는듯 보이기도 했다.지금까지 시어머님 모시고 네 아이 키우며마음의 깨어짐과 삶의 피곤함이 고비마다 나를 눌렀지만, 눈 내리던 성탄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위로가 되었다.무심한 남편도 그날 내렸던 함박눈을 기쁨이란 이름으로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성탄의 밤에 고요히 나리던 하얀 눈을 보며 스물아홉의 어린 나와 남편은 꿈을 꾸었던거 같다.따뜻한5월에 꽃처럼 피어날 소중한 우리의 아기와 함께하는 꿈. 그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