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가에서 김초엽이라는 젊은 작가가 떠오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새롭게 주목받는 소설가들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과학소설을 쓰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범죄, 추리, 로맨스, 성장기 등 대표적인 대중소설들을 읽어서인지 좀 다른 느낌의 글을 접해보고 싶었다. 포항공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저작들을 검색해 보았더니 단편소설집도 있고, 대담 형식의 에세이도 있었다. 그래도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장편소설을 골랐다. 제목은 ‘지구 끝의 온실’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알 수 없는 먼지에 휩싸인다. 이 정체불명의 물질들은 원래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연구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유출되어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더스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 물질들은 스스로 복재를 거듭하면서 땅과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다. 인간을 비롯해서 지구에서 살아 숨 쉬던 생명체들은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한다. 이에 몇몇 도시에서는 커다란 돔을 만들어 자신들의 생활공간을 먼지들로부터 방어하려 한다.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살인드론들의 위협을 피해 가며 필사적으로 돔 시티 내부로 들어가려고 시도하거나, 아니면 더스트 속에서 조악한 삶을 살아가야 했다. 삶이 흉흉하면 인간의 본성이 더욱 잘 드러나는 법. 사람들은 고작 몇 상자의 영양 캡슐을 두고 서로를 속이거나 심장을 찔렀다. 그러던 중 돔의 보호가 없어도 먼지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다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한다. 그곳은 온실 안에 모스바나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지역이었다.
인류는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더스트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다. 폐허가 된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물자를 쟁취하기 위해서 야비하고 이기적인 본능을 숨기지 않는다. 그동안 읽었던 과학 소설에서는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이 많았는데, 이번 소설 역시 암울한 미래 모습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류는 고난 속에 주저앉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그것이 식물이라는 점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목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뿌리를 내린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면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이 지구를 위기에서 구한다는 설정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다.
솔직히 오락적인 면으로만 평가하자면 그리 뛰어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다른 부분으로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예컨대, 더스트로부터 지구를 구해내는 식물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전혀 몰랐던 식물학이나 생태학이라는 분야를 둘러보게 되었다. ‘돌핀’이라고 불리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개인이동수단이나, 망가진 신체 일부를 로봇으로 치환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기계나 공학의 발전 모습도 그려보았다. 읽는 내내 다양한 학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받았고, 변화될 미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이 주는 재미는 칼을 든 살인마가 등 뒤에 서있는 듯한 서스펜스, 혹은 비 내리는 기차역에서 오지 않을 연인을 기다리는 이의 애절한 사연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살 곳을 찾아 지구를 헤매는 주인공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몰랐던 분야를 접하거나, 뒤죽박죽이었던 지식이 자리를 찾을 때도 책 속에 빨려 들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