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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Jul 25. 2022

미워할 수 없는 '조봉팔'

-이제야 킹덤 시리즈를 완독하고...

 킹덤 시즌1, 시즌2, 아신전 까지 이틀 만에 모두 시청했다.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아서 작년에 유행할 때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의 이끌림 때문에 소개 영상을 보게 되었고, 킹덤에 발 한쪽을 디디게 된 이후에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나라의 큰 역병이 돌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권력을 탐하는 권문세가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는 좀비들과 이에 맞서는 ‘세자 원정대’의 싸움 장면도 볼 만했다. 무엇보다 빠른 사건 진행과 직선적인 이야기 흐름이 시리즈 전체를 단숨에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동래에서 창궐한 전염병이 급속도로 한양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므로 주인공들이나 시청자들이나 어영부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작가는 빨리빨리 사생결단을 내야 했고,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곁다리 이야기는 전혀 늘어놓지 않는다.        

 

 여러 영웅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올곧은 선비의 모습으로 백성을 지키는 안현대감, 몰려드는 좀비 때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며 문을 막아서는 덕성(진선규), 늘 충직한 모습으로 세자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 대비의 친정집을 목숨 걸고 원칙대로 수사하는 관리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 봤던 인물은 동래부사 조봉팔이었다. 최고 권력자의 조카라는 이유로 높은 벼슬을 받았지만, 좀비 때 앞에서는 무서워서 도망가는데 앞장선다. 운동신경도 없고, 좋아하는 여인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 한다.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나와 가까운 인물이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       

  

 진정한 군왕으로 성장해 가는 세자의 대사가 너무 교과서적이지만 결코 촌스럽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짧지만 강렬하고 지향점이 확실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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