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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Jul 27. 2022

부잣집 도련님의 유배생활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 '제주추사관' 이야기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제주추사관을 가보았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대정리 초가집 근처였다. 2010년도에 기존에 있던 기념관은 철거하고 새로 건립했다. 아담한 크기의 박물관으로 3개의 전시실과 추사기념홀, 교육실 등이 있다. 영인본이긴 하지만 실물 크기의 세한도를 감상할 수 있고, 그 밖에도 추사와 관련된 여러 자료 및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김정희가 당대에 글과 그림으로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높은 벼슬을 지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추사의 증조부 김한신이 영조의 사위였던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추사의 할아버지가 김한신, 화순옹주 부부의 양자로 가는 형식이어서 직접적으로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왕가와 사돈지간이니 추사네 경주 김씨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세한도에 얽힌 사연도 읽어 보았다. 추사는 가시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위리안치(圍籬安置) 유배형을 살게 된다. 이런 김정희를 역관이자 제자인 이상직은 정성스럽게 뒷바라지한다. 단순한 먹을 것 입을 것을 신경 쓰는 것뿐만 아니라, 역관으로 청나라에서 일하며 수집한 진귀한 서적을 추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권력에서 밀려난 사람을 보살핀다는 의미 이상으로, 당시 집권 세력인 안동 김씨의 눈 밖에 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목숨을 걸고 자신에 대한 의리를 지킨 이상직에게 추사는 ‘한 겨울 추운 날씨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측백나무’ 그림과 글을 보답으로 준다. 이 작품이 200여 년 후까지 우리나라 국보로 전해질 것을 두 사람은 상상이나 했을까.     


 천하를 거머쥔 권력가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른이 돼서도 뜻하는 데로 성공만 하던 부잣집 도련님에게 척박한 섬 유배생활이 어땠을지 잠시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말년에는 고초만 겪다가 쓸쓸하게 숨을 거둔다. 국사책에 오래도록 기록될 인물이 제주도에 남긴 흔적이니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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