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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블린 연구소 Apr 30. 2023

넷플릭스 추천 영화-가재가 노래하는 곳

자연에도 선과 악이 존재하는가

유튜브 알고리즘 소개로 알게 된 영화이다. 마침 넷플릭스에 있어서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면서 보았다. 2시간이 순삭 되었다. 원작이 소설이라는데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용한 시골마을 전망대 아래에서 20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수사 끝에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외딴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젊은 여성 카야.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족도 없이 강가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외부 세계와는 고립된 채 습지 동식물들과 교감하면서 성장한다. 이런 카야를 마을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역 보안관은 심증만으로 그녀를 피고인석에 앉힌다.


카야의 아빠는 생활력이 없었다. 게다가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했다. 언제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다가 오빠와 언니들은 집을 나간다. 엄마마저 결국에는 막내 카야만 남겨두고 집을 떠난다. 10살도 안되었던 카야는 그래도 아빠를 위해서 옥수수죽을 끓이고 빨래를 한다. 거칠기는 했지만 아빠라는 울타리에서 살 수 있던 것도 잠시였고, 아빠도 어느 날 사라져 버린다. 어린 소녀는 집에 옥수수 가루가 다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아빠 했던 데로 홍합을 캐서 동네 잡화점으로 향한다. 가족이 모두 떠난 낡은 집에서 살게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카야의 꼬마 시절과 성인이 돼서 재판을 받게 되는 모습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맺게 된 이런저런 인연과 사연들이 법정에서 조명된다. 죽은 남자가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코흘리개 소녀가 부모도 없이 힘겹게 살 때는 못 본척하다가, 동네에 나쁜 일이 생기자 그녀를 의심하기만 한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카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녀 뒤에 선다. 자청해서 카야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밀턴’, 카야가 어릴 때부터 그녀를 도왔던 잡화점 ‘점핑 부부’, 그리고 글을 가르쳐 준 첫사랑 ‘테이트’등이다. 나도 사회적 약자나 소수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극 중에서 카야는 습지의 새와 갑각류, 식물 등의 모습과 생활에 대해서 연구하고 책을 쓴다. 영화를 통해서 자연 생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무심코 지나치던 동식물의 모습도 알고 보면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예컨대, 사마귀 암컷이 때로는 숫사마귀를 잡아먹는데 자연에도 선과 악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카야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고 새로웠다.


강가에는 수생식물이 펼쳐져 있고, 가재가 노래하는 마을에서 사망사고가 벌어진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혼자 삶을 일궈나가야 했던 소녀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어느 사이엔가 카야를 응원하고 되고, 그녀가 들려주는 강가 생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대로 잔잔한 영화로 끝을 맺을 줄 알았는데, 영화는 마지막 3분 정도를 앞두고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꼽아보는 넷플릭스 추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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