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들은 나를 아빠로 선택해 줄까?

소설 '페인트'를 읽고.

by 고블린 연구소

‘자신을 길러줄 부모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가정에서 소설 ‘페인트’가 시작된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아이 양육을 꺼리는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는 NC 센터(Nation’s Children Center)라는 기관을 만들어 태어난 아기를 대신 길러 준다. 후에 아기가 성장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신을 돌봐 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원금을 포함한 각종 혜택을 국가에서 제공한다. 센터 아이들과 부모 지원자들은 세 번에 걸친 부모면접(parent’s interview)을 통해서 서로 가족을 이룰 만한지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걸 줄여서 아이들은 ‘페인트’라고 부른다.


아기는 국가가 키우고, 청소년이 되면 자기의 부모를 고른다는 발상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런 배경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아이와 부모 관계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실제로도 출산을 기피하는 커플 증가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도 개연성 있는 스토리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흔히 좋은 부모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녀의 교육과 성장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소년이 부모로 고른 사람들은 좀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들은 남자는 화가고 여자는 글쓰기 작가로 벌이가 일정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고백한다. 중요한 첫 만남에 정장이 아닌 청바지를 입고 온 그들의 솔직함에 소년은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부족한 점을 숨기지 않고 충고가 아닌 대화로 다가서는 친구 같은 모습이 아이들이 원하는 부모로 그려진다. 나도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은 부모들뿐만 아니라, 자식의 입장인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소설에서 어른들 역시 미성숙한 존재이며, 그들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라는 걸 보여준다. 부모 자식 관계는 결코 한 쪽으로 쏠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약점을 보완해 줘야 하는 사이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 아빠도 그 역할에 서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바랐다.


정말 좋은 소설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야기의 설정과 시작은 대단히 새롭지만, 그 후의 전개는 다소 단조로운 느낌이었다. 센터 내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착한 심성을 가졌고, 그들을 보호 관리하는 직원들 역시 모두 사명감이 투철한 모습으로 그려져서 도덕책을 읽는 느낌일 때도 있었다. 특히 지극 정성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센터장이 사실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심한 폭력에 시달렸던 사람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반복되는 클리셰라 지루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부모와 자식 관계를 흔히 천륜이라고 했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해서 무엇으로도 그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인식이 변하고 있다. 지금도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양쪽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 5학년 딸 책상 위에 놓여있던 얇은 책이 이렇게 묵직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좋은 아빠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나의 아들과 딸이 나를 다시 아빠로 선택해 줄지 자신이 없다. 혹시 당신도 그렇다면 한 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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