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양주에서 열리고 있는 '농업박람회'를 다녀왔다. 2학년과 3학년 학생들과 함께다. 현재와 미래농업과 관련하여 흥미 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같은 이유로 수원, 청주, 발안 등등에서도 학생들을 데리고 온 학교들이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선생님들을 여럿 만났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나름의 고충이 많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지 않는다.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하는 이른바 '날라리'들과 '비행청소년'들은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빨리 안 와~!" 소리치는 선생님이 있었다. 학생들을 인솔해서 체험학습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버스로 이동을 하게 되면 휴게소에 들르게 된다. 휴게소에서 사 먹는 호두과자나 감자, 도넛, 소떡소떡 등은 즐거운 여행을 장식해 준다. 맛과 향으로 여행을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에게 휴게소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듯 들러야 하는 곳이다. 문제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화장실만 다녀오도록 안내를 해도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학생들을 인솔해서 체험학습을 다녀오는 것만큼 피곤한 것은 없다. 학생인솔차 제주 수학여행을 4년 연속으로 다녀온 일이 있었다. 휴식이 아니라 일의 연속이다. 밤에도 야간 순찰조를 편성해서 학생들을 체크해야 한다. 야간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와 흡연지도는 여행 중에도 계속이다. 이래저래 눈치가 빠삭한 아이들은 벌써 휴게소 저쪽으로 다녀오고 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걸어온다. 전자담배를 피우면 냄새로 구분하기도 힘들다.
학생들에게 담배를 파는 사람만 벌금이나 영업정지를 당한다. 학교 주변 편의점에 학생들에게 담배를 팔지 말라고 부탁을 해도 그때뿐이다. 사실 요즘 학생들은 사복을 입고 별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성인인지 학생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신분증 검사를 한다고 해도 작정하고 속이면 업주입장에서는 당하기 마련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갈 때 노란색 버스를 이용하라는 법령으로 인한 혼란이 있었다. 2학기 시작과 동시에 전국의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비롯한 체험학습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되었다. 관련한 법령을 지키지 않는 경우 담당교사가 거의 대부분의 책임을 지게 된다. 많은 학교가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하였다. 결국 교육부에서 추석 전까지 관련한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적용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제발 학교 현장에 관하여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