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의 경상도 캠핑의 효과가 있다. 둘째가 경상도 말투를 배워왔다. 누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치아라"라고 소리친다. 밥 먹다가 입안에 있던 내용물을 뿜을 뻔했다. 경상도 말을 흉내 내는 티가 역력하다. 발음만 '치아라'고 억양이 없다. 밋밋한 '가가가가가' 같은 느낌이다. 처가가 경상도다. 사실 결혼하고 몇 년간은 모든 경상도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다. 와이프의 통역이 필요한 단어도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이해된다.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디서 많이 본 글귀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한 말이다. 어렸을 적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말이 통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 전 어린 왕자의 사투리 버전이 출판됐다. 어린 왕자의 경상도판은 '애린왕자'로, 전라도판은 '에린왕자'로 나왔다. 사투리로 재해석한 내용이다. 예전에 개그콘서트에 코너로 등장하기도 했다. 생활사투리로 전라도 버전과 경상도 버전으로 이야기하는 콩트가 생각나기도 한다.
사투리가 친근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영화 '황산벌'의 영향이 컸다. 무려 20년 전에 나온 영화다. 다양한 지역 사투리를 한 번에 들을 수 있다. 황산벌 전투를 코믹하게 그렸다. 역사공부를 하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장수들이 '말은 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로 궁금증을 해결했다. 아마도 몇 가지 단어는 통역이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황산벌에서는 '거시기가 거시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해석이 필요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사람들 간의 소통의 문제로 좋지않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상대방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직접 대면으로 이야기하면 그나마 이런 상황이 줄어든다. 소통하는 방법은 말뿐만이 아니라 표정이나 몸짓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SNS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서로의 대화를 문자로만 해석하면 다른 뜻으로 이해할 수 도 있다.
사투리는 개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방송인 강호동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경상도 말씨를 사용한다. 'e의 2승'은 방송으로 보기 전에는 구분하지 못했다. 사투리를 통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서로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추석연휴에 다양한 지역을 여행했다. 서로의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서로 동화될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 소통이다. 마음이 통하면 되는 거니까.
< 결론 >
거시기가 거시기한 일은 참 거시기하다.
이문식의 거시기 역할은 약방의 감초다.
황산벌에서 거시기는 마지막에 거시기했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헌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