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논란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장을 선출했다. 당선소감문이 화제다. 거의 대부분을 한자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자로 된 소감문을 해독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번역기를 돌려서 확인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입주자대표는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다. 요즘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자로 당선소감을 써두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나 입장에 문 게는 없는지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최근 있었던 문해력 논란은 한자로 시작된다.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문도 한자가 거의 없다. 중식은 어떤 말로 사용이 되는지 한자어를 모르면 잘 구분하지 못한다.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에 '중식제공'이라는 문구를 써넣었다가 민원을 받기도 했다. 한식만 먹는 아이한테 왜 묻지도 않고 중식을 주냐?라는 웃지 못한 해프닝이다.
이쯤 되면 문해력이라기보다는 어휘력의 문제다. 어떤 프레임으로 상황을 바라보느냐의 차이다. 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천자문부터 생각한다. 하늘천 따지~로 시작하는 식상한 한자를 생각한다. 우리말의 어휘력을 높이려면 실생활에 쓰이는 한자는 배워둘 필요가 있다. 쓰이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 활용되고 있는 한자는 확인하고 익혀두어야 한다.
광화문에도 한글로 된 현판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광화문은 한글이 창제된 경복궁 입구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것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한글이냐 한자냐의 문제를 넘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정서에 맞는 것인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정당성은 있는 것인지? 실제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등등 다양한 요소를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적재적소란 어떤 일에 재능을 가진 사람을 적절한 자리에 데려다가 쓰는 것을 말한다. 한글과 한자도 적재적소에 쓰여야 한다. 무조건 한글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한자어로 되어 있는 경우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면 알릴 필요도 있다. 불필요한 문해력 논란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자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한자 천 개 정도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 결론 >
체험학습에서 중식으로 김밥을 주었더니
이런 문의도 들어왔습니다.
짜장면은 언제 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