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7

부끄러움

by 날아라후니쌤

이 땅의 어른이어서 미안한 저녁이었다. '아직 안전하지 않구나', '불안한 땅이구나', '아이들에게 불완전하고 안전하지 않은 나라를 알려주게 되었구나',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결정이다. 민주주의와 투표로 당선된 이들의 행동은 평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자신들의 당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배반하는 결정을 했다.


2024.12.7. 오후 5시. 이날도 역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국회에서 열린 김여사 특검법 투표에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참석했다. 여당의원들은 투표를 하고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재적의원의 과반출석에 출석의원 2/3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야당 의원들만 투표를 하면 가결될 것으로 예상되어 참석했던 것이다.


이후 진행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는 재적의원의 2/3 이상 찬성해야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모든 상황을 이용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았다. 이미 여당의원이 나가버렸고, 여당에서는 3명의 의원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투표를 해서 결과를 받아보아야 한다. 결과에 승복하고 결정된 결과를 잘 이행하면 된다.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가결되면 가결되는 대로 따르면 된다.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가르쳐왔다.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회의원을 잘 선출해야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왔다. 결국 어제 저녁에는 이 땅의 어른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에는 아직 불안정한 나라인 것을 알려주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초입이 들어섰을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수준은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수십만이 모여있던 거리는 집회가 끝난 후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시민들의 수준은 높았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민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국민들은 부끄러운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분개했고, 무력 충돌 없이 잘 끝난 집회와 정리된 길거리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 아직 갈길이 멀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른들이 할 일이다.


< 오늘의 한 마디 >

이 땅의 어른으로 살아가기에

참 부끄러운

토요일 저녁시간이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