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의 성공이나 실패를 판가름하려면 여러 해가 지나야 합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 역할입니다. 본질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좋은 것은 계속 발전시키고, 개선해야 할 것들은 차근차근 준비를 해서 보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요 며칠 교육부 장관의 학제개편에 관한 언론 발표로 논쟁을 넘어 갈등 단계로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의문이 드는 내용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의 최고학년인 만 5세 학생들을 초등학교에 진학시키자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학제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오기는 했습니다. 학자들 간의 개편 안에 불과한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적인 합의나 관련한 연구의 진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정하는데도 사회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구성 방향을 두고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학교현장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이야기 없이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선수학습을 방지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은 발달 수준에 맞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녔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보조선생님도 함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시거나 놀이를 진행할 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요. 기분이 좋지 않아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울기도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유치원에서는 만 5세 아이들이 다 큰 어른 같아 보이기는 할 겁니다. 같은 아이들을 초등학교 1학년에 진급시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과연 선수학습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학교에 입학했으니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을까요?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 나이가 된 건가요?
세 번째는 선수학습은 늘어나고 사교육비는 증가하게 될 겁니다. 초등학교의 입학 연령을 바꾸게 되면 선수학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한글을 더 일찍 깨치게 준비를 하겠지요. 이건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요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겁니다. 발달단계를 고려해서 놀이를 위주로 유희와 함께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사교육비는 더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죠.
마지막으로 왜 지금인가? 하는 겁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원의 수급조절과 관련한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질을 왜곡시키려 하는 거죠. 전국의 초등학교 교원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인구절벽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부 특성화고등학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매년 학과개편과 체질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수도 매년 줄고 있고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도록 준비하여야겠지요.
문제는 교원의 95%가 학제개편에 반대하고 있고, 학부모의 대다수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부터 교육부에서는 공문이 아닌 언론을 통해 교육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정치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게 되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념의 갈등이나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용산의 대통령궁 앞에 모여 시위를 하니 한 발 빼는 모양새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내용을 어제 급하게 발표하기는 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지네요.학제개편에 관한 교육부 장관의 발표는 국민적인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발표입니다.
지금의 교육부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습니다.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요. 학부모의 입장에서 의견수렴을 해야 합니다. 교육정책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