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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y 13. 2020

운용사 설립의 효용_이랜드는 왜 리츠 AMC가 없을까

이랜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아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회사다. 부동산자산운용 업계에서 활약하시는 분들 중에 과거 이랜드에서 근무했던 분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분들이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유도 과거 이랜드 시절 관련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랜드는 한국에 리츠가 초창기에 도입되던 시절부터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리츠업계와 긴밀하게 일을 해왔다고 한다. 실제 한국 1호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코람코자산신탁도 이랜드와 많은 협업을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18년 7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리츠코크렙이다. 이리츠코크렙의 기초자산이 바로 이랜드가 운영하는 아울렛 매장들이다. 이처럼 이랜드는 리츠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는데 왜 리츠 AMC를 만들 생각을 안 했을까. 물론, 과거 이랜드가 리츠 AMC에 주주로 참여한 적은 있다. STS개발이 과거 설립한 베스트에이엠씨에 주주로 참여했었다. 하지만 이랜드가 주도적으로 리츠 AMC를 만든 경우는 없다. 최근 리츠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롯데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리츠 AMC를 만들었는데 롯데와 비교해 보더라도 확실히 이랜드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리츠코크렙'에 편입된 이랜드 아울렛


리츠업계와 경쟁하기 보다 협업을 택한 '이랜드'


이랜드가 리츠 AMC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리츠업계와 경쟁하기 보다는 협업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자체 리츠 AMC가 없기 때문에 코람코를 비롯해 여러 리츠 AMC 회사들로부터 리츠 시장 정보를 받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만약 이랜드가 리츠 AMC를 만들었다면 그 순간 다른 리츠 AMC가 경쟁자가 되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많은 정보와 제안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 과거 STS개발도 베스트에이엠씨를 만들었다가 인가를 반납했는데 바로 이랜드가 고민했던 것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베스트에이엠씨는 리츠 AMC 인가를 반납하고 개발사업만 하고 있다. 스타벅스 DT 개발사업을 했다고 한다.


운용사 인력 수급의 어려움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자산운용업계 분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말이다. 실제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인력 이탈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이랜드가 리츠 AMC를 만든다고 해도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제 간혹 헤드헌터사로부터 연락이 와 새로 설립되는 운용사에 사람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경쟁력 있는 인재가 아니라 '적당한(?)'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현실적으로 괜찮은 사람 뽑기가 쉽지 않으니 연봉 수준 적당하고 일도 적당히하는 모양새는 갖출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거다. 이런 상황임을 감안하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새 운용사를 차리는 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미건설과 호반건설 상반된 행보


최근 리츠 AMC 설립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개발업계, 금융업계 등 다양한 회사들이 리츠 AMC 설립 추진에 나서고 있다. 호반건설도 리츠 AM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우미건설의 행보다. 사실 호반건설이 리츠 AMC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크게 놀랍지 않다. 내부적으로 어떤 판단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일단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하는 것 같다. 반면 우미건설은 남들이 다 하는 리츠 AMC 설립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대신 우미건설은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 참여를 했으며, 캡스톤자산운용, GRE파트너스 등 운용사에 지분 투자를 적극적으로 한다. 그리고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글라스타워, SEI타워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이 시장을 제대로 읽고 대응하고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우미건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써서 회사를 키우는지도 중요한데 우마건설과 호반건설이 가는 길은 참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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