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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Jun 26. 2020

무인양품 강남역점 리오픈

食, 그리고 로컬



쉬는 날 오랜만에 강남역에 다녀왔다. 무인양품 강남역점 리오픈을 보기 위해. 무인양품의 송윤 팀장님과 점심이 잡혀 있었는데 이왕이면 새로 여는 매장에서 보자고 하셔서 다녀왔다. 사실 요즘 내근인 국제부라 광화문을 벗어나서 점심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 대휴가 하루 남아 있어 대휴를 쓰고 강남역으로 갔다. 무인양품은 애정하는 브랜드라 궁금하기도 해서. 가보길 잘한 것 같다. 원래 무인양품은 강남역에 매장이 있었다. 근데 기존 매장은 공간이 넓지도 않고 여러모로 무인양품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연 매장(파고다학원 건물)을 보니 무인양풍이 가진 매력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우선 새로 연 매장은 공간 자체가 넓다. 1층은 125평, 2층부터는 160평이고 총 4개층, 600평이 넘는다고 한다. 기존 강남역 매장은 275평.


전체적인 콘셉트도 흥미롭다. 식(食)과 로컬을 콘셉트로 매장을 열었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거라고 한다. 특히 매출이 가장 잘 나온다는 일층을 식을 테마로 꾸몄다. 송 팀장님은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장소, 그 공간에 필요한 것을 넣어야 하고, 강남역에, 파고다학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고민해서 반영했다고 한다. 18개의 로컬과 협업한 일층 공간은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밀도 매장도 들어있다. 또한 최근 사람들의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무지워커'.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비중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인양품에서 사람들의 '일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3년 전부터 선보인 브랜드라는 점을 감암하면 말이다. 무지워커로 가는 길도 흥미롭다. 무지워커는 에스컬레이터 옆 사람들이 잘 주목하지 않는 공간에 마련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트랙을 그려 놓았다. 나리타 제3공항을 설계한 무인양품의 트랙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 한국 전통 주방 용기들과 협업해 선보인 공간, 친환경적인 종이로 된 포장재 사용 확대,  파주에 있는 장인과 협업한 활판 도장, 삼베를 소재로 만든 아시아 각국의 전통 의상들, 선물에 자수를 새길 수 있는 '무지 기프트' 코너, 인테리어 상담 서비스 '무지 서포트'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 본 무인양품 매장 중 가장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무지 서포트는 노년층에게 상담을 맡겨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간의 매력을 키워 사람들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이슈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공동체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한일 간 갈등으로 불매운동 와중에 유니클로와 싸잡아 비난 받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무인양품의 경영철학은 유니클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날 점심은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샐러드, 밀도에서 고른 빵, 무인양품 내 카페에서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했다. 강남역 근처에서 일을 했다면 가끔씩은 이렇게 점심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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