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는 2015년 8월 1일부터 현재까지 서울경제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다. 건설부동산부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건축물을 선정하고 기사를 쓰는 형식이다. 처음에 이 기획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했던 고민은 기자들이 직접 쓰느냐, 건축가나 건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맡기느냐였다. 실제 대학교 교수들과 관련해서 얘기도 나눴으나 결론적으로 부서 회의에서 기자들이 쓰는 것으로 결정했다. 기자들이 건축가만큼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리고 건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인 측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충실히 다루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초기 건축과 도시는 매주 토요일자로 연재가 됐었다. 하지만 2년여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사람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2주에 한번씩 목요자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데 이건 잘못된 결정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씩 특정 요일에 나오는 고정 연재 기사는 사람들이 찾아보기 쉽지만 2주에 한번씩 목요일에 나오는 기사는 쉽지 않다.
건축과 도시는 건설부동산부 기자 5~6명이 돌아가면서 쓰고, 주제도 각자 알아서 정하기에 각 기자들마다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취재 대상을 정하고 취재를 한다. 내가 정한 기준은 이렇다. 우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심의 대형 건축물을 선호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형 오피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오피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자기가 자주 접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면 우리가 사는 도시가 보다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는 건축물을 선호했다. 또한 서울과 같은 큰 도시의 건축물과 도시의 풍경은 자본의 흐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가급적이면 그러한 돈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다. 2015년 8월 1일부터 2018년 2월까지 내가 썼던 건축과 도시에 대한 기록
①르네상스호텔(2015년 8월 1일자)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한창 추진되고 있을 당시 쓴 기사다. 개발과 보존의 기로에 선 르네상스호텔을 기록하기 위해 썼다. '건축과 도시' 시리즈의 시작이기도 하다. 르네상스호텔은 건축가 김수근 씨의 후기 작품인데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취재가 쉽지 않았다.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선배들을 통해 건축 잡지 '공간'의 과거 자료들을 찾아 거기 실린 김수근 씨 제자들의 대담을 보면서 르네상스호텔을 설계하던 당시 김수근 건축과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김수근 씨의 제자인 승효상 건축가와의 인터뷰도 도움이 됐다. 현재 르네상스호텔이 있던 자리는 한창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②흥국생명빌딩(2015년 9월 12일자)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은 빌딩이다. 흥국생명빌딩 쓰게 된 건 순전히 지하에 있는 영화관 '씨네큐브' 때문이다.
도심에 씨네큐브와 같은 영화관이 있다는 게 좋다. 혼자서도 많이 갔고, 누군가와 함께도 많이 갔다. 특별히 볼 영화를 정해두지 않고 그냥 찾아가 시간이 맞는 영화를 보곤 했다. 사무실에서 보는 전망도 너무 좋은 빌딩이다. 좁은 주차장,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지하 식당가만 제외하면 괜찮은 건물이다.
③사그라다 파밀리아(2015년 11월 7일자)
이때 바르셀로나 여행을 갔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들어서면서 느낀 감동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기억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바르셀로나를 다시 한 번 가기도 했다. 좋은 사진을 쓰기 위해 건축전문사진가로부터 사진도 구매하고, 나랑 이름이 같은 이병기 씨가 쓴 '가우디 1928'이라는 책도 사서 참고했던 기억이 난다.
④대학로 샘터 사옥_현 공공일호(2015년 12월 19일자)
지금은 이름이 바뀐 대학로 샘터 사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자주 가던 공간이다. 대학교 입학 후 주 활동 공간이 대학로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현재 스타벅스가 있는 자리에는 자바 커피가 있었다. 자바 커피는 이후 앤젤리너스에 인수됐다.. 비오는 날 밤 자버 커피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던 순간이 참 좋았다. 대학로 샘터 사옥은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대학로의 정체성(붉은 벽돌)을 담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⑤세운상가(2016년 2월 20일자)
최근 을지로의 중심축이 점점 세운상가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기는 하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었다. 세운상가는 개발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매머드 건축물이기도 하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물은 아니지만 최근 다시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우리가 사는 도시에 이런 공간이 남아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
⑥게스트하우스 리븐델(2016년 4월 2일자)
건축과 도시를 쓰면서 유일하게 직접 현장에 가보지 못하고 쓴 건축물이다. 여러가지 일로 바빴고, 취재 대상을 정하는데 시간이 오려 걸려서 부득이하게 현장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설계를 맡은 곽희수 건축가를 한남동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썼다. 비록 현장 취재는 못했지만 곽희수 건축가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었다.
⑦서울스퀘어(2016년 5월 14일자)
이야기 할 게 많은 건축물이다. 언젠가 한번은 써보고 싶었던 건축물이기도 하다. 오래된 건축물이고, 논란도 많은 건축물이라 그런지 실제 설계를 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우그룹 산하 건축사무소에서 초창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주도적으로 설계한 건축가를 찾기가 힘들었다. 리모델링을 담당했던 정림건축에서 겨우 리모델링 당시를 기록한 책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건축가를 인터뷰해 퍼즐을 맞춰나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4대문 안에 서울스퀘어와 같은 크기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개발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축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대우그룹의 흥망성쇠, IMF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자본의 흐름을 보여주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들은 아직도 '대우빌딩'이라는 이름을 더 친숙하게 여긴다. 정확한 이름은 '대우센터빌딩'이었다.
⑧장충체육관(2016년 7월 2일자)
"여기는 장충체육관입니다." 배구 중계 때문에 친숙한 건물이다. 한국 배구계의 숱한 역사가 이 곳에서 쓰여졌다. 그 기원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마다 꼭 메이저리그 야구장이나 NBA농구장, 프리미어리그 축구장을 찾고는 한다. 스포츠 경기장도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주제였다. 장충체육관 리모델링을 맡았던 건축 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취재를 했다.
⑨서울스퀘어(2016년 8월 6일자)
서울을 대표하는 프라임 오피스다. 원래 호텔으로 개발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오피스로 바뀌었기 때문에 호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보통의 오피스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스트리트형 상가, 웅장한 느낌을 주는 로비 등이 특징이다. 외국계 금융기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손 신가포르투자청이 투자한 대표적인 자산이기도 하다.
⑩더플라자호텔(2016년 10월 15일자)
더플라자호텔은 독톡한 외관을 하고 있다. 마치 병풍과도 같은 모습이다. 이유가 있다. 더플라자호텔이 지어질 당시 북창동 일대가 많이 낙후되어 있었는데 이를 가리기 위해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됐다.
⑪종로타워(2016년 12월 3일자)
대학교 시절 종로타워 근처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곤 했다. 독특한 외관 덕분에 눈길을 끌지만 쉽게 질리기도 하는 건물이다. 종로타워가 1999년에 준공됐는데 같은 해에 준공된 SK서린빌딩에 비해 점수를 많이 못 받는 건물이다. 상층부에 있는 커다른 구멍은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어떤 기사에서는 헬기가 지나가기 위해 뚫어 놓았다고 한 것도 본적이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삼성생명에서 토지 매입부터 건설까지 담당했던 분을 인터뷰 해서 기사를 썼다.
⑫교보생명 사옥(2017년 1월 21일자)
광화문 글판으로 유명한 교보생명 사옥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을 설계한 시저 펠리가 설계를 맡았다. 외관상으로 일본 미 대사관과 상당히 유사하고 이 때문에 논란도 있었는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사에도 살짝 담기는 했는데 교보생명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논란을 빼달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건축과 도시로 교보생명 사옥을 쓰면서 그 부분을 빼라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닌가. 교보문고와 글판 덕분에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오피스 건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⑬SK서린빌딩(2017년 3월 18일자)
뉴욕 출장을 갔을 때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시그램 빌딩을 간 적이 있다. SK서린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과 함께. 노후 생활을 뉴욕 맨해튼에서 보내고 계신 선생님이 시그램빌딩과 맨해튼 도시 개발의 역사를 설명해주셨다. 특히 시그램빌딩을 선생님의 스승인 미스반데로어가 설계한 덕분에 로비 직원의 양해를 구해 구석구석 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시그램빌딩은 오피스 빌딩의 전형으로 불리는 건축물이며, SK서린빌딩은 시그램빌딩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⑭강남파이낸스센터(2017년 4월 29일자)
IMF 외환위기의 역사와 뗄래야 뗼 수 없는 건축물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애초 대기업 사옥으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IMF로 인해 사모펀드 운용사 론스타에 매각되고, 이후 싱가포르투자청이 인수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건축적 특징만으로는 이 건물을 이해할 수 없다. 싱가포르투자청과 강남파이낸스센터 인수 경쟁을 벌였던 삼성생명 관계자 등을 인터뷰해서 기사를 썼다.
⑮이마빌딩(2017년 6월 10일자)
서울 도심 대형 빌딩 중 한자로 건물명을 써 놓은 건물이 몇 개나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몇 개 없을 거라 생각한다. 외관이 타일로 된 건물은 몇 개나 있을까. 역시 몇 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마빌딩은 외관에 설치된 커다란 빌딩명이 한자로 되어 있고, 외관이 타일로 된 몇 안 되는 건물이다. 풍수로 유명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⑮+①LS용산타워(2017년 7월 8일자)
개인적인 미적 취향을 고려하면 정말 별로인 건물이다. 1980년대 준공 당시 상당히 멋을 준 건물이긴 하지만 이러한 건물은 쉽게 질리기도 한다.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은 직사각형 형태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이 외곽에 별도의 오피스 타운을 만들 게 아니라면 말이다. 1980년대에도 시대를 한참 앞서 나갔고, 지금 현재 기준으로 보더라도 시대를 한참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때가 올지도
⑮+②센터원(2017년 8월 17일자)
4대문 안에는 쌍둥이 빌딩이 많다. 남산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건축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센터원도 규제를 적용 받아 쌍둥이 빌딩으로 지어졌다. 근데 쌍둥이 빌딩의 경우 규모에 비해 로비가 옹색한 경우가 많다. 센터원의 경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층부를 통합해서 지었다. 덕분에 다른 쌍둥이 빌딩의 로비 보다는 웅장한 느낌을 준다. 센터원 시행에 참여했던 이들이 시행한 종각역 인근 센트로폴리스 저층부 로비가 통합된 것도 그런 이유다. 센터원의 기본 컬러는 화이트다. 커튼월 방식이라 대충보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커튼월의 구조물과 하얀색 파이프 덕분에 하얀 빛깔을 띈다.
⑮+③대림미술관(2017년 11월 9일자)
좋아하는 동네+좋아하는 미술관. 대림미술관을 쓰게 된 이유다. 지금과 같은 계절에 가면 딱 좋을 것 같다. 몇 달 간 국제부에서 근무하면서 통의동을 자주 갔다. 인근 삼청동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다가 굉장히 빠른 속도르 쇠퇴했는데(요즘 삼청동은 점심 후에 길을 잘못들어서면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가게 찾는 것도 어렵다) 통의동은 속도는 느리지만 서서히 매력적인 동네로 변해가는 것 같다. 원래 매력이 넘치는 동네였지만
⑮+④현대카드 사옥(2018년 1월 18일자)
업무 공간이 창의적인 발상과 일의 효율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혀 상관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가파도 프로젝트 등을 통해 공간에 대한 감각을 보여준 기업 답게 사옥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