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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Sep 23. 2020

도시 이야기_취재는 하룻밤 사이에 되지 않는다

테헤란로부터 강릉까지_수많은 인연들의 도움으로 완성한 기사들

작년 12월부터 한달에 한번 정도 서울경제신문 토요자 지면에 연재한 기사다. 테헤란로부터 성수동, 광주 동명동, 이태원과 한남동, 군산, 판교, 인천 개항로, 강릉까지 다뤘다. 이틀 정도 취재 시간을 보장 받고 취재를 했는데 사실 한 도시를 취재하는 데 이틀이라는 시간은 무척 짧다. 물론, 도시 구석구석 전체를 다루는 건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인연을 맺어온 분들의 도움 덕분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곳곳에 있는 인연들이 많은 도움을 줬기에 가능한 기사였다. 매일매일 기사를 써야 하는 일간지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기사라는 게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늘 생각한다. 지금 당장 내일자 기사에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만난 이들과의 대화, 인연은 언젠가 내가 쓰는 기사의 밑바탕이 된다. 도시 이야기를 취재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1.테헤란로_작년 10월 GS칼텍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역삼역에서 삼성역까지 걸으면서 테헤란로의 역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대해 얘기를 했다. 회사에서 기자페이지 지원자를 모집할 때도 당시 강의 내용을 가지고 지원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테헤란로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2. 성수동_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성수동을 거의 질 않았다. 1년 성수동 인근으로 이사를 오면서 부쩍 자주 찾고 있다. 자주 찾다 보니 성수동의 변화하는 모습과 미래에 대해 상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래서 꼭 한번은 다뤄보고 싶었다. 성수동에서 부동산 개발 컨설팅을 하는 분들과 여러 가게를 운영 중인 이남곤 33테이블 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3. 광주 동명동_이때는 취재 대상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초기였다. 애초 군산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군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행선지를 바꿨다. 부산도 생각했으나 최종적으로 광주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행선지를 바꿨지만 윤현석 컬처네트워크 대표님의 도움 덕분에 취재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관찰하려고 했던 것 같다. 


4. 한남동&이태원_한남동과 이태원을 함께 취재한 이유는 경계가 모호하면서도 명확하기도 한 그런 지역이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기 전까지는 낮에 한남동과 이태원을 걸을 일이 거의 없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해서 걷고 걸으면서 골목골목 켜켜이 쌓인 동네의 다양한 풍경을 관찰했다. 홍석천 씨와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5. 군산_개인적으로 제일 즐거웠던 취재였다. 도시 이야기 취재를 하면서 술을 마신 적은 거의 없는데 이때는 새벽 1시까지 취재를 도와준 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군산은 이때 취재를 하면서 처음 가봤는데 앞으로 종종 찾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도시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세종에서 출장까지 오셔서 도와주신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님과 조권능 (주)지방 대표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6. 판교_판교 알파돔시티는 부동산부에서 수 차례 기사를 썼던 프로젝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좌초될뻔 했던 프로젝트가 다시 살아난 과정, 국내 공모상장 리츠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신한알파리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기사를 썼었다. 도시 이야기를 쓰면서 판교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던 1990년대 후반에 작성된 여러 국책기관들의 보고서를 참고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여기에 박응한 행정공제회 본부장님과 박우철 신한알파리츠 이사님 덕분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7. 인천 개항로_취재를 위해 인천을 간 건 5년 만이다. 2015년 건설부동산부에서 취재를 시작하던 때 인천 취재를 갔던 기억이 난다. 시기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상견례 날이었기 때문이다. 월요자 기사가 예정되어 있어 아내와 함께 상견례를 마치고 같이 인천에 취재를 갔었다. 취재를 갔다가 인천에서 영화(분노의 질주)도 보고, 가스 충전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기억도 난다. 개항로 취재는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님 덕분에 가능했다. 일정상 하루 밖에 취재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 대표님이 없었다면 쓰지 못했을 기사다. 



8. 강릉_국제부에 와서 '글로벌 부동산 톡톡'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거의 매일 하나씩 기사를 썼다. 여러 주제를 다뤘는데 코로나19 이후 리모트워크에 대해서도 자주 다루게 되면서 강릉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KTX가 연결되면서 강릉까지 가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고, 강릉이 가진 다양하고 매력적인 콘텐츠 덕분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강릉에서 한달 정도 살면서 일도 하고, 휴식도 취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강릉의 변화들을 보고 싶어서 강릉으로 향했다. 출장 기간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려 취재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대표님과 염승식 위크엔더스 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작년 말 애초 도시 이야기로 기자 페이지를 지원할 때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할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취재와 달리 도시 이야기는 꼭 현장을 가야하는데 현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필요한 취재원을 만나고 취재를 충분히 하는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들은 그간 인연을 맺은 많은 분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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