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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r 12. 201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1_강민이 모리빌딩 서울지사장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가 만난 사람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다만 여전히 지면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언론의 한계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독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어느 날 팟캐스트를 만났다. 팟캐스트는 내가 기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를 2018년 8월부터 현재(2019년 3월)까지 8개월 가량 진행하고 있다. 그간 팟캐스트에 50여명이 넘는 업계 전문가들을 초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심지어 첫 출연자들조차 자신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고 한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첫 시작의 두려움을 함께 한 그들에게는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들의 흑역사가 아니었기를…) 고맙게도 즐겁게 들어주는 이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이제 한 걸음 더 나가보려 한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가 사는 도시를 만드는 부동산 업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울러 도시와 공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그들이 만드는 도시와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 공간에서 앞으로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 이야기는 팟캐스트 24회에 출연한 강민이 모리빌딩 서울지사장이다.  강 지사장을 실제로 만난 건 아직 10번도 안 될 거 같다. 볼 때 마다 에너지를 느낀다. 강 지사장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를 찾자면 그 때문일 것이다. 강민이 지사장은 우리가 사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첫 시작을 그런 밝은 기운과 함께하고 싶었다.  

 

 

강민이 모리빌딩 서울지사장_강민이 모리빌딩 서울지사장은 '건축'을 전공했다. 주변에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건축가가 된 이들은 많지 않다. 가까이는 삼촌도 건축을 전공했는데 처음에 건설사에 입사를 했다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힘들겠다고 판단해 결국 다시 공부를 해서 건축 관련 일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리사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을 전공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꼭 건축가가 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에 홍콩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거캐피탈의 '굿윈 거' 회장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굿윈 거 회장은 원래 건축가가 꿈이었는데 디벨로퍼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굿윈 거 회장은 디벨로퍼가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 일을 해보니 도시를 바꾸는 사람들은 건축가가 아니었다. 도시를 바꾸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게 디벨로퍼다"

 

시작_포스코건설_강 지사장이 일하는 모리빌딩은 일본의 디벨로퍼다. 물론 강 지사장이 처음부터 모리빌딩에서 일을 시작한 건 아니다. 강 지사장의 첫 직장은 포스코건설 마케팅팀이었다.  강 지사장이 건설사를 택한 것은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디벨로퍼의 위상이 지금과 같지 않았고 제대로 된 디벨로퍼를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과거만 하더라도 ‘디벨로퍼=분양 사업자’ 정도로 여겨졌다.

 

학교 다닐  디벨로퍼라는 직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을거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을 해왔지만, 한국에서 디벨로퍼라는 일을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아 건설사의 영업조직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사장은 포스코건설에서 아파트 시장조사, 마케팅기획, 분양, 광고, 입주관리 등 주택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운도 좋았다. 마침 강 지사장이 포스코건설에서 일하던 2003~2005년은 주택 시장 호황기였다.  많은 프로젝트들을 맡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다 2005년 강 지사장은 처음으로 분양소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경력 2~3년 밖에 안된 신입 타이틀도 떼지 못한 시절이었다. 경험이 일천한 사원이 4,000억대 규모 사업의 분양 책임자로 발령 받아 당시 업계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강 지사장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잠실 고급주상복합 프로젝트였는데 고분양가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언론의 질타도 많이 받았는데 스스로도 미숙함을 많이 느낀 시기였다고 한다. 6개월이라는 다소 긴 시간이 걸렸지만 다행히 프로젝트는 무사히 끝났다.

 

"아직 충분한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과 벽이 있었지만, 모름을 인정하면서  벽을 주변 동료들과 같이 넘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때의 경험이 후에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강 지사장이 스스로 내린 박한 평가와 달리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강 지사장이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꿈에  발짝 다가서다_모리빌딩 입사_  지사장은 건설사에서 7 넘게 일을 하면서 비주거 부문과 복합개발, 운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도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디벨로퍼에서 일을 하게  것이다.  지사장은 2010 일본 모리빌딩에 취직해 도쿄 롯폰기힐즈 모리타워 10층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모리빌딩이 서울에 사무소를 내면서 서울지사 창립멤버로 3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쉬움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주로 한국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디벨로퍼와 부동산 시장의 깊숙한 내면을 충분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모리빌딩은 2007년부터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3 후인 2010년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서울지사에서는 한국 회사들의 개발 기획 컨설팅 일을 주로 수행하면서 개발 컨셉  마스터플랜 수립, MD플랜, 일본 테넌트 유치(특화 테넌트), 운영 어드바이스 등을 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파르나스타워 마스터플랜, 메세나폴리스 운영 컨설팅, 그랑서울 PM컨설팅, 용산 유엔사부지 상업부문 컨설팅, 화성 동탄 레이크꼬모 상업시설 기획  설계 등이 있다.

모리빌딩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롯폰기 힐즈' /사진=롯폰기 힐즈 홈페이지


외도_국회에서 보낸 다사다난한 시절_사실 개인적으로 강 지사장의 존재를 안 것은 강 지사장이 부동산 업계에 있을 때가 아니다. 강 지사장이 김현아 국회의원 의원실의 보좌관으로 있을 당시 이름을 처음 들었다. 강 지사장이 개발 컨설팅 일을 6년 정도 하고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업계에서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김현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강 지사장은 제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현아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을 시작했다. 김현아 의원은 주택과 부동산쪽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강 지사장은 김현아 의원의 정책보좌관을 맡아 20대 상반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한 김 의원을 도왔다. 오랫동안 업계에서 일한 강 지사장으로서는 그나마 친숙한 일이라 여의도 생활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고 한다.

 

"국회는 맨날 싸움만 하는 곳인  알았는데 정치의 중요성을 느낄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서 모든 순간이 새로운 기분이었다. 1 조금 넘게 일을 했지만 업무의 밀도감은 최고 높은 시기였다."

 

복귀와 미래_다만 외도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보좌관으로 일하는 동안 대통령 탄핵과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지는 등 너무 다사다난한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강 지사장은 1년여 국회 경험을 뒤로 하고 다시 모리빌딩으로 돌아왔다. 모리빌딩도 다행히 강 지사장의 책상과 자리를 그대로 남겨뒀다고 한다.  


"어쩌면 일본에 계신 사장님은 내가 정치권에서 그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할  이라는걸 알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김현아 의원을 존경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점에 깊이 감사하지만, 워낙 예측하지 못한 이슈들과 업무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곳이라서 아이 둘을 키우면서 다니기에는 정신적,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느꼈다."

 

복귀 6개월 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박희윤 모리빌딩 서울지사장이 현대산업개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강 지사장이 대행 역할을 했고, 결국 지사장을 맡으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도시 분야에서 학문적으로 배움이  것도 아니고 대외적으로도 부끄러움이 많아 활발히 활동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일본 본사 팀과 함께 수행하기 때문에 일본 본사와 서울지사의 다른 멤버들의 도움과 노력으로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한국 건설회사와 일본 종합부동산회사, 민간기업과 중앙정치  일을 조금씩 경험하다 보니  주체에서 일을 하는 방식과 시각이 서로 다른 점이 많다는  알게 됐다. 서로 이해할 점은 이해하고, 배울 점은 배우고, 반면교사로 삼을 점은 조심하면서, 조금은  나은 도시, 즐거운 세상을 만들  있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모리빌딩에 대해_모리빌딩은 일본 도쿄 미나토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벨로퍼다. 모리빌딩은 1959년에 설립됐으며(전신인 모리 부동산은 1955년에 설립됐다.), 도시 재개발 사업과 부동산 임대 및 관리 사업, 문화, 예술 타운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은 1,300여명 정도이며 흥미로운 점은 평균 연령이 41.9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임대 빌딩 수는 100여개에 달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 초창기에는 주로 개별 오피스 빌딩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면, 이후로는 1986년에 준공한 ‘아크 힐즈’를 시작으로, 2003년 ‘롯폰기 힐즈’, 2006년 ‘오모테산도 힐즈’, 2014년 ‘토라노몬 힐즈’, 2017년 ‘긴자 식스’ 등 건물 하나를 넘어 지역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복합 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준공된 긴자 식스는 1만 3,900평에 달하는 공간에 상업시설과 오피스, 문화, 교류 시설을 갖춘 최대의 복합 시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모리빌딩이나 도쿄역 인근 마루노우치 지구를 개발한 미쓰비시지쇼와 같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디벨로퍼들이 많다. 이런 점 때문인지 일본 디벨로퍼의 개발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지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자신이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겠다는 그런 의지 말이다. 실제 모리빌딩이 개발한 롯폰기 힐즈는 일본의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인 '마치쯔쿠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롯폰기 힐즈는 20여년 가까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인데 애초 주민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변화 보다는 안정을 원했기 때문인데 모리빌딩은 문화를 중심으로 한 복합도시 개발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술관이다. 롯폰기 힐즈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모리 미술관'이 있다. 롯폰기 힐즈 모리타워 54층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문화부에서 미술 쪽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선배의 말에 따르면 '문화를 품은 건물들이 도시를 바꾼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한다.

모리빌딩의 프로젝트는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정도로 분명 대단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모리빌딩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항상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리빌딩의 50주년 기념 포스터에도 잘 드러나 있듯이 모리빌딩의 프로젝트에는 부동산 개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이 담겨져 있다.


앞으로 모리빌딩의 하나하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모리빌딩 50주년 기념 포스터_모리빌딩의 타운 조성에 대한 개발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늘에는 희망을, 지상에는 자연을, 지하에는 즐거움을'.

긴자 식스/사진=긴자 식스 홈페이지

오모테산도 힐즈. 안도 다다오의 흔적을 찾아 오모테산도 힐즈를 찾아간 적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오모테산도 힐즈를 알게 된 건 모리빌딩 때문은 아니고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기 때문이었다. 모리빌딩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이번에 알았다. /사진=오모테산도 힐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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