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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r 26. 201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2_신지혜 STS개발 상무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가 만난 사람

#신지혜 STS개발 상무님을 처음 만난 날과 장소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2016년 11월 30일. 서울 시청에 위치한 더플라자호텔에서 영국계 대체투자 전문지 PERE와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포럼을 열었던 날이다. PERE에서 한국의 디벨로퍼들을 초청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STS개발을 초대했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신 상무님과의 첫 만남이 상당히 늦었다. 부동산부에 총 3년 있었는데 2년이 다 되어 가던 시점에 신 상무님을 만났다.  

부동산 일이라는 게 혼자하는 일이 드물다 보니 대체로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모든 부동산 업계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이너서클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이는 열린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면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이가 있다. 당연히 후자의 방식을 좋아하는데 보통 후자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실력자인 경우가 많다. 실력자 주변에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신지혜 상무님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정릉 토박이_신지혜 STS개발 상무는 서울 정릉 토박이다. 성북구 북한산 골짜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이 살았던 바로 그 동네다.


"건축학개론에서 버스가 끊긴 이제훈이 택시를 잡고 가자고 하자, 기사분이 승차거부를 했던 710번버스(지금은 143번)종점 정릉, 북한산과 정릉천이 흐르던 배산임수의 공기 맑은 서울의 변두리. 몇십년이 지난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경전철이 지나는 등 도시로서의 면모를 많이 갖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의 70년대를 보여주거나, 달동네를 그리는 드라마에는 몇몇스팟이 단골 로케이션 장소가 되고 있다. 정릉으로 들어가는 길의 공기는 입구서부터 다르다. 미세먼지가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정릉, 청수장이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주거지역 중 한곳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전공은 ‘지리학’이다. 그리고 ‘언론정보학’을 부전공 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쇼핑몰 구경을 좋아하고, 하이스트리트 산책, 신제품 탐방이 취미였다고 한다. 취미를 살려 환경대학원(도시계획학과)에서는 ‘대형 할인점의 입지가 도시 공간 구조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분석’으로 논문을 썼다. 신 상무님을 보면 참 일을 즐겁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생각이 괜히 드는 게 아니었다.

 

“분석 내용은 매우 부끄럽고 초보적이었지만, 관심과 학업의 접점을 찾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IMF가 남기고 간 것들_93학번인 신 상무는 한국 대중 문화의 황금기를 누린 세대이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세대이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동시대를 보낸 X세대이자 IMF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졸업 후 취업이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 IMF는 한국 부동산에 선진적 금융기법을 처음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IRR나 NPV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부동산 업계에 외국계 자본들이 들어오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신 상무도 처음에는 단기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다. 경기개발연구원 보조연구원, CPD(까르푸 테넌트 유치 컨설팅 회사)에서 짧게 근무를 한 후, 2000년 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서울연구원) 위촉연구원으로 옮겼다. 그때 신 상무의 첫 사수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님을 지냈던 변창흠 박사였다고 한다. 이후 2002년 12월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근무를 했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월드컵지원연구단>에서 보내며 서울을 마케팅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후 2003년 초 같은과 선배의 제안으로 JB Investment라는 상업시설 시행사에 입사해 부지매입부터 분양, 입주까지 한 싸이클을 모두 경험했다. 그 결과물이 압구정 4번 출구에 위치한 연면적 약 5,000평의 JB MISO다.


압구정 JB MISO


"지주, 수분양자, 금융사, 시공사, 분양대행사, 컨설팅사 등 시행이란 1,000개(!)도 넘는 이해관계가 모이는 종합예술이란 걸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시행사는 모든 분야서 '을'이라는 것도 뼛속 깊이 깨닫게 되었죠"

 

사실 신 상무는 애초 유학을 가려고 했었다고 한다. 유학 준비를 하다가 시행사와 시공사 구분도 못하던 시절 대학교, 대학원 선배의 끈질긴 권유에 부동산업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시행사의 직원으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한다. 당시 외국투자자들에게 서울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일을 했던 직장 상사들 덕분에 둘러가지 않고 처음부터 선진적 금융기법과 FS, IM 작성등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시기를 잘 타 상가분양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2005년에 CCIM을 취득하는 등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업계에 적응했다.


상업시설 전문 디벨로퍼 'STS개발'에서 적성을 찾다_신 상무는 2006년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STS 개발로 이직했다. 김현석 STS개발 대표는 신 상무의 같은 과(서울대 지리학과) 선배이기도 하다. 2004년에 설립한 STS개발은 BTS(Build-To-Suit) 방식으로 상업시설을 개발해 기관투자자를 통해 유동화하는 기법의 상업시설개발 전문 회사다. 사당동 홈플러스, 전주 효자동 홈플러스, 김천 롯데마트 등 20여개의 대형 상업시설을 개발하여 유동화를 완료했다.

STS개발은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대형상업시설 개발 규제에 따라 멀티플렉스, F&B, 엔터테인먼트 등의 테넌트가 중심이 된 '보고, 먹고, 즐기는' 중소형 쇼핑몰 개발도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CGV, 유니클로, ABC마트가 주요 테넌트인 전주 몰오브효자의 개발 및 유동화 완료를 시작으로, 광양 CGV 복합시설, 구미 영화관 복합시설, 건대 CGV 복합시설 등을 개발했다. 건대 CGV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공모 부동산펀드 상품으로도 만들기도 했다. 또한 대형 상업시설 이외에도 포항베스트웨스턴 호텔, 스타벅스 Drive-Thru 매장 등 다양한 상업시설 개발과 운영도 하고 있다.  

건대 CGV
스타벅스DT 용인 동백점


STS는 대형 상업시설 및 키테넌트를 중심으로 하는 디벨로퍼지만 이외에도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협업 구도를 만들고 있다. 단순 나대지나 상업용지의 최유효 활용 방안 제공, 상업시설의 공실 대안 제공, 공동주택단지의 상가에 대한 솔루션 제공 등 상업시설 전반에 걸친 업무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 예로 신한금융그룹이 설립한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신한리츠운용이 만든 1호 리츠인 '신한알파리츠'의 기초자산인 판교 6-4구역 오피스 빌딩의 상업시설 활성화에도 참여해 무인양품 등을 유치했다.

 

연결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과 미래를 만드는 사람_신 상무가 스스로 생각하는 특기는 필요한 사람들끼리 연결해 주는‘주선’이다. 결혼이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연인을 소개시켜주고, 사람이 필요한 곳에는 유능한 인재를 연결시켜줬다. 때로는 듀오가 되기도, 때로는 헤드헌터가 되기도 했다.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각광 받던 시대를 지나, Knowwhere 를 파악한 사람들이 이끌던 시대에 이어, 이제는 Go between [매개] 하는 사람들의 시대이다. 눈을 뜨고 잠들 때 까지 한마디의 대화를 하지 않고도 커피를 주문하고, 출근하여 지시를 내리고, 식사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요즘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잘 살피고, 가끔은 나의 필요도 궁리하면서 다같이 잘 사는 길이 아닐까 한다.  특히 부동산업에서는 마치 보물인양 내가 가진 1을 꼭 쥐고 나누지 않다가 점차 소멸하여 0이 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봐왔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1들의 합은 단순한 덧셈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것 또한 많이 봐왔다."


"리테일, 공간마케팅, 사람, 연결에 대한 관심 덕분에 지금의 상업시설 개발 분야가 제 적성에 딱 맞아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행운이겠죠."


이 글을 쓰기 전 신 상무님의 고등학교 친구인 김민정 크레파스(CrePASS)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신 상무를 "사람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엮어주는 친구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돕고 싶어서 네트워킹을 하는 친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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