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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Jun 30. 2019

광화문 '에스타워'의 남다른 공유오피스 전략

'버텍스(Vertex)'와 '코워커스(Coworkers)'

광화문은 서울을 대표하는 업무 지구로 한국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빌딩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독특한 생김새로 눈길을 끄는 '종로타워'도 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의 100년을 내다보고 지었다는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현 콘코디언 빌딩), 저층부를 과감하게 리테일로 채운 '디타워'도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오피스 빌딩들은 무심코 거리를 걷다가는 지나치기 쉬운 '이마빌딩', 'SK서린빌딩'이다. 화려한 오피스 빌딩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 가서 오래도록 지켜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건물들이다. 코디언 빌딩 바로 옆에 위치한 '에스타워'도 그런 건물 중에 하나다. 에스타워는 네모반듯한 직사각형 모양에 전체적인 건물 색깔도 어두워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공을 들여 지은 건물인지 느낄 수 있다. 에스타워의 건물주는 재일교포다. 세한홀딩스 소유의 에스타워는 광화문 일대에서 비교적 빨리 내진설계를 도입한 건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넓은 주차장으로 입주사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건물이다. 얼마 전 에스타워에 입주해 있는 분을 만났는데 에스타워를 선택한 이유가 주차장 때문이라고 했다. 에스타워 주변 건물 중에는 의외로(?) 주차장이 불편하게 설계된 건물이 꽤 있다. 내가 좋아하는 흥국생명빌딩도 마찬가지다. 흥국생명빌딩은 자주 찾는 '씨네큐브' 영화관도 있고, 곳곳에 예술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어 좋아하는 건물이다. 하지만 주차장은 정말 최악이다. 출입구가 좁고 경사가 심해 진입조차 쉽지 않다. 반면 에스타워 주차장은 상당히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데다 내부가 밝은 편이라 입주사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에스타워 또 다른 특징은 공유 오피스다. 최근 광화문 일대 건물에도 많은 공유 오피스가 들어섰다. 위워크가 종로타워, 더케이트윈타워에 입주해 있고, 스페이시즈가 그랑서울에 들어서 있다. 또한 콘코디언 빌딩에도 공유 오피스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위워크나 스페이스즈 등은 공유 오피스 전문 업체들이다. 반면 에스타워에 있는 공유 오피스의 특징은 건물주가 직접 만든 브랜다라는 점이다. 3~4년 전에 에스타워에 취재원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당시 취재원이 입주해 있던 곳이 바로 공유 오피스 '버텍스(Vertex)'였다. 버텍스는 건물주가 좋은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만든 공유 오피스로 하이엔드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 당시 버텍스를 운영하던 담당자를 만났는데 호텔리어 출신이었고,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에스타워를 방문해 보니 또 다른 공유 오피스 '코워커스(Coworkers)'가 들어서 있었다. 사실 에스타워 앞을 지나가면서 코워커스를 홍보하는 광고물을 보기는 했는데 버텍스가 이름을 바꾼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버텍스는 버텍스대로 운영하고 새로운 공유 오피스 브랜드를 하나 더 선보인 거였다.

코워커스의 콘셉트는 버텍스와 위워크의 중간 정도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피트니스 룸'이다. 코워커스의 설명에 따르면 공유 오피스 중에서 피트니스 룸을 제공하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심지어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공유 오피스와는 차별화되는 게임존, 릴랙스 존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건물주가 버텍스와 코워커스를 직접 운영하는 이유는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앞서 말한대로 광화문에는 워낙 좋은 시설을 갖춘 오피스 빌딩들이 많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에스타워가 경쟁력을 갖추고 좋은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이다. 실제 버텍스와 코워커스에는 이제 막 한국에 진출했거나 규모가 크지 않은 외국계 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대규모 공간을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 업체들을 유치해서 건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한편에는 에스타워처럼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곳도 있다.


코워커스


코워커스
코워커스
코워커스의 '피트니스 룸'


에스타워 일층에서 바라 본 바깥 풍경
에스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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