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비스포크', LG전자의 '홈브루'
얼마 전에 삼성전자의 디지털프라자 메가스토어(강남본점)에 들러 '비스포크'를 보고, LG전자의 수제 맥주 제조기 '홈브루' 소개 행사에 다녀왔다. 비스포크(bespoke)는 개인맞춤형 가전을 말한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지만 정말로 형태와 색깔이 다양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매장에는 얼마 전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더 세로'도 전시되어 있었다. 더 세로는 TV의 기본 형태가 세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매장도 개성 강한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 듯 하다. LG전자의 홈브루는 가정에서 인디아 페일 에일(IPA)·페일 에일·스타우트·위트·필스너 등 맥주 5가지를 직접 제조해서 마실 수 있는 수제 맥주 제조기다. 가전업체들이 내놓은 제품들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표면적이 이유는 까다로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를 잡고,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가전업체들의 전략에 의문이 든다. 비스포크나 더 세로, 홈브루가 실제 사업부의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 눈길이 가는 제품이긴 하지만 어떻게 마케팅을 하겠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심지어 홈브루는 한 번 맥주를 제조하면 최소 2주간은 기다려야 한다. 실제 사업부도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제품을 팔아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겉으로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불황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가전업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바우하우스가 생각났다. 때마침 올해는 독일의 '바우하우스' 100주년이다. 얼마 전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에서도 건축가 김종성 선생님과 바우하우스를 주제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김종성 선생님은 바우하우스 3대 학장을 지낸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김종선 선생님도 직간접적으로 바우하우스의 건축, 디자인 철학에 영향을 받았다. 화려한 포장보다는 기능을 강조했던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은 아래 글에 잘 설명되어 있다. 바우하우스의 철학과 거꾸로 가는 가전업체들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건축가 한네스 마이어는 건축과 디자인에서 “오직 기능만이 경제를 좌우한다”는 극단적 기능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바우하우스에서 심미적 요소를 걷어냈다...최근 국내 대기업이 선보인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위한 초현실주의 광고 ‘가전, 작품이 되다’는 한국 사회에서 건축과 디자인이 현재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이 작품이길 거부하고, 정신혁명을 통해 당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예술’을 위해 분투했다. (바우하우스 100년, 새로운 삶의 방식 제안한 정신혁명 中에서)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861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