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이 싱가포르의 '샌드크롤러' 빌딩을 1억 3,500만달러에 인수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샌드크롤러는 조지 루카스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샌드크롤러와 이름이 같고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실제 영화를 모티브르 설계된 건물이다. 루카스필름의 싱가포르 본사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샌드크롤러 빌딩은 싱가포르 도심과는 다소 떨어진 싱가포르대학교 인근 원 노스(One North)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2016년 초 싱가포르 출장을 갔을 때 도심인 탄종파가역에서 싱가포르대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기억을 되살려보면 싱가포르대학교는 확실히 도심에서 꽤 거리가 있었다.
블랙스톤이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한 샌드크롤러 빌딩에 투자하는 것은 도심 중심지 오피스 수익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노스 지역은 도심과는 거리가 있지만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바이오, IT 허브로 교외 비즈니스 지구가 형성된 곳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교외 비즈니스 허브에 대한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지난해 아센다스 리츠가 센드크롤러 인근 갤럭시스 빌딩 지분 25%를 인수했으며, 싱가포르 최대 디벨로퍼인 캐피탈랜드는 원 노스 지역에서 총 5억 5,000만달러를 투자해 연구 및 지식 허브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는 이번에 블랙스톤이 인수한 샌드크롤러 빌딩의 디자인이다. 샌드크롤러 빌딩은 싱가포르에서 그린 빌딩이자 지속가능한 빌딩으로 인정받았다. 싱가포르는 예로부터 친환경 녹색 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다. 1960년대부터 싱가포르는 ‘정원 도시(Garden City)'를 모토로 삼았으며, 특히 최근에는 ’정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이라는 새로운 모토를 만들어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원 속 도시는 도시가 단순히 정원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수직 정원’은 친환경적인 녹색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싱가포르의 노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싱가포르는 녹색 벽, 녹색 지붕, 하늘 공원, 하늘 테라스 등 다양한 종류의 수직 녹색 설비 설치 시 보조금을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싱가포르 곳곳에 수직 정원이 도입된 건축물들이 많이 눈에 띄는 이유다. 그런 싱가포르에서도 샌드크롤러 빌딩은 그린 빌딩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