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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r 22. 2021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리츠 위클리'_소는 누가 키우나

3월 22일 아침에 발송되는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리츠 위클리'


소(리츠)는 누가 키우나 


안녕하세요.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의 고병기 콘텐츠 에디터 입니다. 성장하는 산업에는 좋은 인재들이 몰리고, 또 그렇게 업계에 들어온 인재들이 그 산업을 한층 더 성장시키는 선순환이 일어나죠. 지난 몇 년 간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부동산금융업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는데요. 부동산금융 업계로 이직을 하거나 취업을 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팟캐스트를 듣고 이메일, 댓글 등으로 연락을 해오는 대학생이나 대학교 투자 동아리 친구들, 그리고 다른 업계에서 부동산금융 업계로 이직하려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부동산금융업계에 대한 높은 관심을 피부로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금융 업계에서도 유독 관심을 덜 받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리츠 업계입니다. 최근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리츠업계의 인력 기근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만들고 보자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리츠 AMC를 만들고 있지만 리츠 시장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인력 유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츠 시장의 성장이 더딘 데는 정부의 규제나 정책 영향이 있습니다. 다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지난 2018년부터 상장 리츠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동산금융 업계를 넘어 금융투자업계 전체적으로 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투자업계 인력들이 리츠 업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리츠업계 스스로 좋은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글로벌 상장 리츠 허브 ‘싱가포르’의 치열한 인재 확보 경쟁

지난 월요일 SPI는 뉴스레터를 통해 이준원 싱가포르증권거래소 글로벌세일즈그룹 한국세일즈대표님이 기고하는 싱가포르 리츠 시장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기고글에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헬스케어 리츠인 ‘Parkway Life REIT’의 용 예안 차우 최고경영자(CEO)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당시 인터뷰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언급한 부분입니다. 


유능한 인재의 확보 및 유출 방지에도 많은 힘을 쓰고 있다. 리츠 매니저의 전문적인 지식 및 기술, 경험 등은 리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핵심요소라고 생각한다. 능력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의 높은 이직률을 고려해서 능력 있는 인재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 및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을 위한 경력개발 프로그램 및 지속적인 계획을 개발하고 있고 개개인의 명확한 커리어 패스의 수립을 도와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츠 도입 20여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츠 시장이 됐는데요. 참고로 한국도 리츠를 도입한 지 20년이 됐습니다. KPMG는 지난 2019년 ‘Singapore – A Global Hub for REIT Listings’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이지스자산운용과 AIP자산운용도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등 전 세계에서 싱가포르에 리츠를 상장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습니다.

 

*관련 글 : 아시아 리츠 시장에 베팅한 워버그핑크스, ARA 재상장 추진

https://brunch.co.kr/@skip101/492

싱가포르는 리츠 시장의 위상이 높다 보니 좋은 인재들이 몰리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쟁탈전도 치열합니다. 지난 2016년 초 리츠 시장 취재를 위해 싱가포르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출장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ARA에서 만났던 20대 젊은 직원을 우연히 만나 싱가포르 리츠 업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리츠 AMC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싱가포르 리츠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많은 젊은이들이 싱가포르 리츠 업계에서 일하길 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인력 수요는 많은데 가고 싶은 사람은 없는 리츠업계


한국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한국 리츠업계의 현실은 싱가포르와 정반대 입니다. 최근 리츠 AMC들로부터 인력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CEO급부터 본부장, 팀장, 실무자까지 전 직급에서 인력을 구해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데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리츠 AMC의 인력 수요는 많은데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정부의 규제가 핑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일차적으로 리츠업계에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리츠업계가 유능한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도록 비전을 못 보여줬기 때문이죠. SPI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몇 번 전했지만 2018년 이후 상장된 10개 리츠들이 현재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리츠업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리츠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합니다. 리츠업계에서는 상장 리츠를 준비하기 위해 증권업계 인력을 원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증권사의 경우 그나마 기존에 리츠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마저 기업공개(IPO)로 지원해서 부서 이동을 할 정도로 리츠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다고 합니다. 

리츠 시장의 질적 성장은 더딘 가운데 리츠업계는 양적으로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습니다. 리츠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통계인 2017년 6월 기준 리츠 AMC는 21개였으나 2021년 1월에는 31개로 늘어났습니다.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리츠 수와 자산운용규모도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우려가 큽니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데 새 회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리츠 AMC를 만들더라도 적절한 인력을 찾아 제대로 조직을 갖출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지 않고 기존 인력으로 돌려 막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리츠업계의 인력 기근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리츠업계가 더욱 혼탁해질 것 같아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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