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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Apr 24. 2021

누구의 권리로 내 삶을 꺾는가


"국토교통부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규제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 OB의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국토부 OB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 차관, 전 실장 등 모두 리츠 활성화에 뜻을 갖고 힘을 실어주었던 분들이다. 리츠업계 분들의 부탁이 있기도 했고, 그게 아니었더라도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모두 리츠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걸 알기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부동산산업계에 대한 국토부의 뿌리 깊은 불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비상식적이다. 이번에 국토부는 리츠가 70%룰(부동산투자회사법 제25조 1항)을 어겼다며 리츠 AMC 5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전에 의견을 청취하거나 소명하는 자리도 전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앞서 언급한 국토부 OB의 말처럼 국토부가 부동산 산업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내세우는 비전과 목표인 균형 있는 국토발전과 보편적 주거복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건설사나 시행사 등 부동산 산업계를 파트너가 아닌 업자로 본다. 늘 삐딱한 시선으로 규제의 대상으로 여긴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국토와 주거 문제를 개선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 그나마 국토부가 리츠업계를 보는 시각은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이번에 이 사단이 났다.


https://brunch.co.kr/@skip101/587


리츠에 너무 무심한 국토부


리츠를 담당하는 부동산산업과장 자리는 국토부 내에서 한직으로 여겨진다.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서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야심을 가진 국토부 공무원 중 부동산산업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산업과 내에서도 리츠는 공인중개사 업무와 임대차보호법, 전자계약 등에 밀려 뒷전이다. 그나마 지난 3~4년 간 리츠 산업 육성에 의지를 가진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겨우 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리츠 제도 도입 15년이 지나도록 이루지 못했던 상장 리츠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돼 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국토부와 리츠업계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리츠 산업 육성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는 국토부의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국토부가 주택도시기금(HUG)를 통해 리츠 AMC들의 경영 정보를 조사한 일에 대해 기사를 쓴 적이 있다. 2017년 8월 HUG는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에 공문을 보내 각 회사의 △주임부터 임원까지 회사 전체 인력 현황과 급여·담당업무 △수수료 수익을 포함한 영업수익, 급여·퇴직급여·광고선전비·도서인쇄비 등 20여개에 달하는 영업비용 등에 관한 재무자료 △회사설립·자산개발·자산운영·회사청산 등 각 업무별로 직급별 해당 업무 연간 투입시간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HUG가 리츠 AMC에 이 같은 정보를 요청한 것은 국토교통부의 뉴스테이 정책 개편에 발맞춰 뉴스테이 리츠 AMC에 지급하는 수수료 상한선을 낮추기 위함이다. 당시 국토부와 HUG는 뉴스테이 리츠 AMC의 연간 수수료 상한선을 2억원으로 낮추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용역 수행 과정에서 업체들에 이 같은 자료를 요구했다. 자산관리 업무 수수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인 만큼 각 회사의 인력과 급여를 파악해 원가 분석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요구한 자료는 경영상 민감한 자료일뿐만 아니라 부동산 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앞서 국토부는 2016년 리츠를 7대 신성장 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https://brunch.co.kr/@skip101/428


누군가 내 삶을 위협한다면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국토부가 '사람'에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국토부는 리츠 AMC와 운용역들을 고발하면서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반응를 보였다고 한다. 너무 나이브하고 실망스러운 태도다. 일반 회사원이 평생 사정기관에 불려갈 일이 있을까. 어떤 처벌이 내려지든지 간에 개인의 커리어에 오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리츠보다 펀드를 운용하는 게 더 수월한 상황이다. 기회도 더 많다. 그럼에도 리츠를 하겠다는 하는 이들은 리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이들이다. 리츠 활성화를 통해 한국의 부동산금융투자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부의 이런 태도라 리츠업계의 호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내 삶을 위협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행태를 보면 기본적으로 업과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루시드폴의 '들꽃을 보라'


무정한 사람들

날 짓밟으려 해

참 어렵지

사는 건

내 뜻대로 원하며 사는 건

참 두렵지

잠시 여기 있을 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아

누가

나를 꺾는가

누구의 힘으로

내목을 꺾는가

누가

나를 꺾는가

누구의 권리로

내 몸을 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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