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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Oct 03. 2022

'당신만이', 7년 전 그날

지난 토요일(10월 1일) 홍릉 밤 탐험을 다녀오면서 버스를 탔는데 라디오에서 '당신만이'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7년 전 결혼식 축가였다. 아내가 아들에게 엄마아빠가 결혼식 할 때 나왔던 노래라고 말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당시 친구가 해 준 축사 생각이 났다. 결혼 기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당시 축가는 아내 친구들이, 축사는 내 친구가 했었다. 지극히 라디오PD스러운 축사를, 실제 친구의 축사를 듣고 있자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뒤에도 축사를 읽을 때 마다 그런 기분이 든다.



오늘날의 문화에서는 로맨틱한 사랑이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그려지곤 합니다.영화, 책, 각종 미디어가 앞다투어 ‘사랑에 빠지는 일’을 행복의 기적이라며 찬양합니다. ‘소울 메이트를 만난다면’ 동화에서처럼 삶 전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로 마무리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사랑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큐피드의 화살통에서 가장 파괴적인 화살입니다. 우리의 행복이 다른 누군가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그 화살에 묻어 있는 독약입니다. 솔직히 영화나 책의 러브스토리가 예외 없이 결혼으로 마무리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영원히 행복하다는 게 가능할까요? 그 결말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결혼한 부부 누구에게든 물어보세요. 두 사람은 제각기 시시각각, 날마다 변화합니다. 자신의 변화와 더불어 여러 가지 기분과 정서, 느낌, 태도로 가득 찬, 복잡다단한 상대와 맞닥뜨립니다.그리하여 어느 날 나의 왕자님이 여전히 많은 부분 개구리인 채로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뿐만 아니라 그 무엇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사랑에 빠진’ 마음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월이 흐른 후 처음 그 마음처럼 ‘배우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심리 상담소를 찾아옵니다. 산통 깨뜨리는 심술쟁이처럼 들릴 위험을 무릅쓰고 저는 이렇게 말해주곤 합니다. 당신의 문제는 처음부터 상대를 ‘진실로’ 사랑한 적이 아예 없는 것이거나, 혹은 욕망과 사랑을 혼동했던 것이라고. 저 역시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로맨스’가 하나의 ‘이야기’일 뿐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이 지어낸 것일 뿐, 현실 자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랑’은 기대와 집착 없이 상대를 따뜻하게 품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은 상대의 모든 면을 받아들이며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빚어낸 사랑을 자유롭게 기꺼이 선물로 주는 것입니다.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가 가장 좋은 것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식당의 제일 좋은 자리, 나의 가장 좋은 모습, 최고의 직장,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기를요.


-카루나 케이턴의 <마음은 어떻게 오작동하는가>중에서...


사랑에는 함정이 있답니다. 상대를 옆에 두고 행복을 경험하게 되면 상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그게 집착이 될 수 있대요. 함정을 잘 피해가는 하루하루가 되는 결혼생활이 되길 빕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로 떠났던 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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