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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Oct 13. 2022

체인지 오브 페이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승부 중 하나는 윤대협과 서태웅의 대결이다. 첫 연습경기에서 패한 서태웅은 북산을 전국대회로 이끈 도내 예선 마지막 경기 능남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전반을 버린다. 아직은 40분 내내 윤대협을 상대할 체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마지막에 웃기 위해 승부를 건 것이다. 



야구에서 구속은 중요하지만 빠른 공만 던지는 투수가 성적이 꼭 좋은 건 아니다. 타자와 승부할 때, 그리고 경기 전체를 운영하면서 페이스 조절을 잘 하는 투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부상 전 류현진도 그런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이틀 전의 일이다. 해외에서 오신 분과 국내 한 운용사 대표님과 저녁을 함께 했다. 최근의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어려운 시기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에서 오신 분은 아예 이 기회에 무리하게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면서 다시 달릴 때를 대비하라는 얘길 하셨다. 이를테면, 이 기회에 무리하게 투지하지 말고 현지 출장을 가서 해외 시장을 더 공부하거나 기관투자자와의 관계를 더 구축하라는 얘기였다. 실제 그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쉬면서 재충전을 한 후에 지난 10여년 간 상승기 동안 바짝 달렸고, 이제 또 1~2년 쉴 시기가 왔으니 재충전 후에 다시 달릴 생각이라고 했다. 무엇을 해도 쉽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무리하게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국내 운용사 대표님은 국내 금융회사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셨다. 한국은 1년 동안 쉬고 나면 아예 시장에서 멀어져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페이스를 조절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하고 계속 무리하게 달리다가 크게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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